혁명과 반동의 프랑스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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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현대 역사학계를 이끌어가는 역사가들이 최신 연구성과를 종합하여 체계화한 케임브리지 대학 출판부의 나라별 역사 시리즈가 번역되었다. 이 시리즈는 각 나라들이 오랜 세월 동안 저마다 정치·경제·사회·문화를 형성해온 배경과 역동적인 흐름을 쉽게 정리한 입문서이자 교양서이다. 적절한 사진·지도·표 등을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을 생생한 역사의 무대로 친절하게 안내할 것이다.
'전통과 혁신' 속에 피어난 유럽의 중심국가
전세계가 글로벌화되면서 국경이 점점 무너지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세계화는 국제문제에 폭넓은 관심을 갖고 각기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을 때 가능해진다. 다른 나라 혹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의 역사, 즉 그것의 정치·경제·사회·문화가 어떻게 변화되어왔는지 살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센 강의 낭만과 예술가들의 천국인 파리, 이런 외형적인 모습 말고 우리가 프랑스에 대해 알고 있는 것은 얼마나 될까?
오늘날 프랑스는 정치·경제뿐 아니라 문화와 사상에 있어서 유럽의 중심국으로 자리 매김하고 있다. 흔히 프랑스사는 '다양성과 모순을 극복하고 결합시킨 역사'이자 '전통과 혁신이 공존한 역사'라고 일컬어진다. 현대 프랑스에는 베르사유 궁전이 그 화려함을 자랑하고 있는가 하면 세계에서 가장 빠른 최첨단 테제베 고속철도가 국토를 가로질러 달린다. 또한 혁명기의 자코뱅적 전통과 함께 보나파르티즘의 전통이 현실 정치에서도 그대로 계승되어오고 있는가 하면, 근대적 전통을 해체하는 사상의 혁신이 끊임없이 이루어지고 있다.
이 책은 프랑스의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한 입문 교양서이다. 저자는 수백 년에 걸친 기나긴 변화의 실체인 프랑스사를 그 출발인 843년 서프랑크 왕국의 성립으로부터 20세기 후반까지를 긴 호흡으로 조감하고 있다. 필리프 오귀스트, 루이 14세, 나폴레옹, 클레망소, 드골, 그리고 프랑수아 미테랑 등 프랑스사에 큰 획을 그은 '영웅'들이 등장하는가 하면 중세 농민과 혁명기 제3신분과 상-퀼로트, 20세기 노동자들 같은 '민중'의 고난에 찬 삶이 사실적으로 묘사되어 있다.
국가와 사회의 끊임없는 상호작용
본격적인 서술을 시작하기 전에 저자는 우선 서문에서 프랑스의 지리적 특징과 기후 그리고 인구 변화에 대한 전반적인 정리를 통해 독자들에게 일종의 '오리엔테이션'을 제공한다. 특히 지리적 다양성은 농업 중심의 전통시대 프랑스사의 전개에서 중요한 조건이 되었다.
저자는 프랑스의 역사를 '국가와 사회의 끊임없는 상호작용'이라는 개념틀로 살펴보고 있다. 기존에 정치사나 문화사 중심으로 '나열'된 개설서의 한계를 극복하고 있다. 특히 중세사 서술에서 마르크 블로크나 페르낭 브로델 같은 아날학파의 풍부한 연구성과를 수용할 뿐 아니라, 사회학자인 스코치폴, 파레토, 모스카와 그람시의 이론을 원용하여 국가와 정치권력의 실체에 접근하고 있다.
저자는 역사학계에서 흔히 말하는 마르크스주의 역사가나 아날 학파처럼 어느 계열로 구분되지 않는다. 이런 점은 개설서를 서술하는 데 오히려 큰 장점이 되고 있다. 즉 저자는 여러 관점이나 방법론을 비판적으로 수용함으로써 다양한 측면을 보여주려고 애쓰고 있다. 특히 혁명기의 서술에서, 프랑스혁명은 그 자체로 하나의 거대한 역사이론과 정치철학의 장이 되어왔음을 보여준다. 저자는, 마르크스주의 역사가 알베르 소불, 조르주 르페브르의 성과와 최근의 '수정주의' 역사가 프랑수아 퓌레의 논의를 함께 소개함으로써 보다 종합적인 역사인식을 가능케 한다. 귀족혁명, 부르주아혁명, 도시혁명, 농민혁명이라는 4가지 성격으로 종합한 르페브르의 고전적 프랑스혁명론을 정면으로 반박한 알프레드 코반의 문제제기 또한 하나의 충격이었다. 혁명은 자본주의 발달에 오히려 중대한 후퇴를 낳았다는 코반의 '반란'은 한 차원 높은 프랑스혁명사 연구에 귀중한 활력을 불어넣었던 것이다. 저자는 결국 프랑스 혁명을 경제와 정치라는 두 측면을 동시에 기반으로 한 영구적 '이중혁명'의 일부라고 결론을 내린다.
프랑스사의 '지속과 변화'
저자의 '절충주의'적인 서술방법은 "그래서 어떻다는 거냐?"라는 비판을 피할 수 없다. 그러나 이 책은 프랑스사에 대한 개설서로서 혹은 안내서로서 그 내용의 충실도나 논리성 등에서 결코 뒤지지 않는다. 역사학의 고전적인 주제인 지속과 변화(연속과 단절)의 문제에서도 그는 어느 한 측면을 강조하는 것이 아니라 지속성이라는 긴 호흡 속에서 변화와 혁신을 찾아내려고 했다. 특히 이런 방법론은 자신의 전공이라 할 수 있는 19세기 역사서술에서 빛을 발하고 있다. 혁명과 반동, 왕정과 공화정을 거듭했지만 그것을 단순한 반복이 아닌 역사발전의 과정으로 파악하면서 연속적인 측면과 단절적인 측면을 함께 보여준다.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은 실증성과 종합성이다. 인구, 사회계층, 20세기 들어 치러진 국민투표와 선거를 일일이 분석하여 지도와 표로 모형화함으로써 시기·지역·사회계층에 따른 정치성향과 각 정당의 성격을 한눈에 알 수 있게 해준다. 또한 프랑스사 전체에서 근·현대사가 차지하는 비중이 압도적으로 많은데, '현대 프랑스 이해를 위한 역사서'라는 저자의 목적으로 볼 때 자연스러운 것이다. 그래서 모든 시대사와 분야사를 '공평무사하게 대우'하며 연대기적으로 서술하는 기존의 개설서 체제에 익숙한 독자들에게는 낯설지도 모른다. 따라서 이 책의 제목이 '프랑스사'나 '프랑스사 개론'이 아니라 '혁명과 반동의' 프랑스사라는 점을 주목할 필요가 있다.
저자소개
옮긴이 김경근: 프랑스 국립 사회과학고등연구원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전북대학교 사회교육학부 교수로 재직 중이다. 저서로『프랑스 근대사 연구:평등과 자유를 통한 번영의 길』이 있으며, 번역서로는『유럽의 발견:인류학적 유럽사』등이 있다.
옮긴이 서이자: 미국 로체스터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연세대학교 강사로 있다. 연구논문 「불랑제 사건과 프랑스 사노당 FTSF의 의회정치 이탈」「개혁,혁명,계급 독립성-프랑스 사노당의 선거활동」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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