미완의 통일 이탈리아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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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전세계가 글로벌화되면서 국경이 점점 무너지고 있다. 그러나 진정한 세계화는 국제문제에 폭넓은 관심을 갖고 각기 다른 문화에 대한 이해가 있을 때 가능해진다. 다른 나라 혹은 문화를 이해하기 위해서는 그것의 역사, 즉 그것의 정치·경제·사회·문화가 어떻게 변화되어왔는지 살펴보는 작업이 필요하다. 그러나 그 동안 우리 나라에서 서양사 연구는 영국, 프랑스, 독일 등 주요 국가를 중심으로 이루어져온 것이 사실이다. 때문에 이들 나라들 이외에 다른 국가들의 역사는 우리에게 알려진 것이 거의 없다. 이탈리아사 역시 마찬가지이다. 이탈리아사는 로마제국에서부터 20세기 파시즘까지 그리스·로마 시대 이후 전세계에 커다란 영향을 미쳐왔음에도 불구하고 제대로 평가받지 못했다. 하지만 이탈리아사를 빼놓고 서양사를 온전히 이해했다고 할 수 없다. 그런 점에서 이탈리아사를 충실히 정리한 케임브리지 대학 출판부의『미완의 통일 이탈리아사』는 유의미하다.
영국 리딩대에서 '이탈리아 사회'를 연구해온 저자는 간략하면서도 정확하게 역사의 논점들을 지적하면서 이탈리아의 근·현대사를 집중적으로 서술하고 있다. 그러나 그는 이탈리아의 고대와 중세에 대한 관심도 결코 등한시하지 않았다. 그의 관심은 정치적·경제적 주제들에서 더 나아가 이탈리아의 언어, 문학, 영화 등에 걸쳐 있으며, 그의 수많은 지적과 인용된 사실들은 이탈리아사의 특수성을 기반으로 오늘날 이탈리아의 제문제들을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이러한 측면에서 이탈리아에 대한 저자의 해박한 지식은 이탈리아 반도의 근·현대사를 공부하는 학생들이나 일반인에게 상당히 유익하며, 아울러 기존의 이탈리아사들과 분명한 차이가 있다.
이탈리아사를 이해하는 키워드
광할한 영토의 로마제국을 건설하고 서구문명의 근간이 된 르네상스를 처음 꽃피웠던 곳, 이탈리아. 단테의『신곡』에서부터 마키아벨리의『군주론』, 레오나르도 다 빈치의 <모나리자>, 비토리오 데 시카의 신사실주의 영화에 이르기까지 이탈리아는 문학과 예술에 있어서 유럽의 중심지였다. 그러나 1861년 이상주의적 민족주의자인 주세페 가리발디에 의해 통일이 되기 전까지 이탈리아는 도시국가들의 조합에 지나지 않았다. 그 전까지 이탈리아의 실체는 존재하지 않았으며, 단지 소수의 사람들만이 이탈리아의 통일을 원했다. 특히, 이탈리아 남부와 북부의 경제적·문화적 차이는 결코 이탈리아를 하나의 통일된 국가로 인식하는 것을 어렵게 만들었다. 남북의 경제적 격차를 해소하기 위한 중앙정부의 노력에도 불구하고 이러한 상황은 오늘날까지 지속되고 있다. 드라마틱한 통일과정과 여전히 그 해결이 요원한 지역갈등, 그리고 이를 극복하려는 이탈리아의 노력은 분단이라는 특수한 상황과 여전히 망국적 지역감정에서 헤어나지 못하고 있는 우리에게 시사하는 바가 크다. 이를 위해서는 우선 이탈리아 역사를 제대로 알고 이해하는 작업이 선행되어야 한다.
오늘날 이탈리아는 G7 국가이자 경제적으로도 미국, 일본, 독일, 프랑스에 이어 5번째 강대국이다. 그러나 이탈리아에는 남부의 캄파니아, 칼라브리아, 시칠리아 등 유럽연합 내 가장 가난한 지역과 북부의 밀라노, 베네치아 등 유럽연합 내 가장 부유한 지역이 함께 공존한다. 이러한 남북의 극심한 경제적 차이는 1100년대까지 거슬러 올라가는데, 이는 불리한 자연환경으로 인해 일찍부터 산업 발달에 힘쓴 북부와 노르만족의 침입으로 중앙집권적 봉건구조를 유지해온 남부의 상이한 역사적 발전과정에서 기인한다. 최근에는 분리독립 문제가 제기될 정도로 이탈리아 남북의 격차는 심각하다. 이는 필연적으로 이탈리아의 정체성의 문제로 귀결된다.
이탈리아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 또한 그 연원이 오래다. 로마제국이 몰락한 이후 1861년 통일이 될 때까지 이탈리아는 이탈리아 북부의 도시국가들과 중부의 교황령, 남부의 나폴리 왕국으로 분리되어 있었다. 이탈리아의 언어조차 통일되어 있지 않았으며, 이탈리아 반도는 여러 강대국들의 이권을 둘러싼 각축장이었다. 19세기 중반 마침내 통일이 완성되었지만, '이탈리아' 혹은 '이탈리아인'에 대한 정체성의 문제에 직면하게 되었다. 즉, 혼돈과 분열을 경험하고 있던 대다수 국민들에게 '이탈리아'는 명확하고 독립성을 '국가'로 여겨지지 못했다. 더욱이 경기 침체와 정치적 혼란은 이탈리아를 총체적 위기에 빠뜨렸다. 그 결과는 파시즘의 등장이었고, 파시즘은 위기에 대한 해결책을 전쟁에서 찾았다. 그러나 공권력에 대한 정면도전을 주저하지 않는 마피아, 조직범죄와 테러, 거대한 지하경제, 정치·경제 커넥션 등 현대 이탈리아에게 새로운 정체성의 확립은 여전히 요원하다.
카이사르의 로마에서 무솔리니의 이탈리아까지
이 책은 로마제국의 몰락에서부터 르네상스, 통일, 파시즘의 등장과 몰락, 최근의 북부 동맹의 성립까지 이탈리아 역사를 체계적으로 정리하고 있는 정통서라고 할 수 있다. 총 10장으로 구성되어 있는 이 책의 서장(序章)격인 제1장은 이탈리아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를 제기하면서 유럽 속의 이탈리아와 지리적 특성과 자연환경이 이탈리아 역사에 어떠한 영향을 미쳐왔는지를 간략하게 살펴보고 있다. 2∼4장은 1860년 이후 이탈리아에서 '국가 건설'이라는 과업을 어렵게 만들었던 이탈리아의 자연적·역사적 조건들에 대해 설명하고 있다. 특히, 노르만족의 침입이 이탈리아 남부에 미친 영향, 이탈리아 북부 도시들에서 일찍부터 산업이 발달할 수 있었던 요인 등을 제시함으로써 이탈리아 남북의 경제적 격차가 생겨나게 된 배경과 이탈리아에서 통일이 어려웠던 이유를 자연스레 이해할 수 있게 해준다.
5∼6장은 프랑스 혁명과 나폴레옹 지배체제가 이탈리아 통일에 미친 영향을 살펴보고, 이러한 속에서 1861년 이탈리아가 극적으로 통일될 때까지 한 편의 역사소설을 읽듯 흥미진진하게 풀어나가고 있다. 이를 통해 그 당시 대립하고 있었던 카부르와 천인대를 이끌었던 가리발디를 비교해볼 수도 있다. 7장에서는 로마 가톨릭과의 갈등, 남부의 빈곤, 정체성의 부재 등 이후 자유주의 정부가 안고 있었던 여러 문제들을 제시하고 있다.
8∼10장은 1차 세계대전 후 경기 침체와 극심한 혼란을 경험하고 있던 이탈리아에서 파시즘이 등장하게 된 과정과 그것의 성격, 활동 등을 알기 쉽게 정리하고 있다(독일의 나치스와 비교해보는 것도 의미 있는 일일 것이다). 권력을 차지하기 위한 무솔리니의 정치적 전략과 이탈리아의 암울한 상황을 극복하기 위해 선택된 전쟁, 그리고 그 전쟁의 결과 등을 설명하면서 거대한 지하경제, 마피아와 같은 조직범죄, 남북의 지역갈등, 부정부패 등 이탈리아가 직면하고 있는 여러 문제들을 풀어내고 있다. 이를 통해 현대 이탈리아를 좀더 잘 이해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소개
옮긴이 김정하: 이탈리아 시에나 국립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한국외국어 대학에서 강사로 재직하고 있다. 연구논문으로는 「중세사 연구를 위한 고문서의 활용과 그 접근에 관한 소묘」 등이 있으며, 번역서로는 『로마제국사』『중세 허영의 역사』 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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