분열과 통일의 독일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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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현대 역사학계를 이끌어가는 역사가들이 최신 연구성과를 종합하여 체계화한 케임브리지 대학 출판부의 나라별 역사 시리즈가 번역되었다. 이 시리즈는 각 나라들이 오랜 세월 동안 저마다 정치·경제·사회·문화를 형성해온 배경과 역동적인 흐름을 쉽게 정리한 입문서이자 교양서이다. 적절한 사진·지도·표 등을 제시함으로써 독자들을 생생한 역사의 무대로 친절하게 안내할 것이다.
케임브리지 대학은 그 동안 역사학계에 뚜렷한 발자취를 남겨왔고, 최근 영국『더 타임스』지의 조사에서 역사학 분야 최고의 명문대학으로 선정되었다. 이러한 전통과 학풍 속에서 야심차게 기획된 '케임브리지 세계사 강좌(Cambridge Concise Histories)' 시리즈는, 1990년 처음 출간한 이래 거의 해마다 쇄를 거듭하며 영어권에서 가장 즐겨 읽는 개설서 시리즈로 자리를 잡고 있다. 개마고원에서는 나라별 전공자들의 번역으로『독일사』를 첫 권으로 하여『이탈리아사』『프랑스사』『영국사』순서로 출간 완료할 예정이다.
독일사의 쟁점과 패턴, 그리고 특수성
지은이 메리 풀브룩은 이른바 '영국 마르크스주의 역사학' 계열에 속하는 인물이다. 엄정한 역사학적 방법론을 통한 자료분석에서 한걸음 더 나아가 과거로 남아 있는 역사를 현재의 관점에서 재구성하고 새로운 의미를 부여한다. 서술 중간 중간에 독일사를 둘러싼 시대별 쟁점들을 폭넓게 소개하면서도, 한편으로는 비판적인 입장을 견지하며 자신의 역사관을 역사서술에 적용시키고 있다. 또 개설서가 간과하기 쉬운 "역사란 무엇인가"의 문제를 끊임없이 제기하면서 '독일사를 관통하는 패턴'을 찾아내고 있다. 그 가운데 하겐 슐체(풀부룩이 그에게 비판적이었지만, 이 책이 나오자 학술잡지에 서평을 써서 극찬을 아끼지 않았다고 한다)로 대표되는 '지정학적 역사 결정론'과 독일 사회사가들의 '독일사 특수성론'에 대한 비판과 극복은 이 책의 가장 큰 특징이자 성과이다. 지정학적 차이나 근대화 과정이 영국의 모델과 달랐기 때문에 독일사가 히틀러로 귀결되었다는 독일 역사가들의 논리와 한계를 일정 부분 극복했다.
독일에 중앙집권적 군주정이 성립되지 않았고 분권적 영방국가로 분열되어 있었다는 점을 문제삼는 역사가들이 많다. 풀브룩은, 사후(事後) 목적론적이고 결과론적인 역사인식에 대해 오히려 이렇게 반문하고 있다. "왜 중앙집권화된 국민국가가 자본주의와 산업화 사회의 정치적 뼈대로 발전하게 되었는가?" 이런 질문은 독일사의 정치적 패턴을 보다 넓은 해석의 맥락에 올려놓는다. 독일사가 순전히 '실패'와 '왜곡'과 '뒤늦음' 등의 연속만으로 보는 일종의 편견에도 반대한다. 더욱이 장기적인 결과를 놓고 보자면, 뒷날 보편적인 서구 근대문명의 발전과 맞닿아 있는 중세 말 독일의 문화와 사상의 저력을 폄하할 수는 없기 때문이다.
독일의 역사와 문화를 위한 새로운 길잡이
이 책은 포괄적이고 사실 나열적인 기존 개설서들이 가지고 있는 고정관념과 그 한계를 넘어서려는 하나의 새로운 시도이다. 지은이 스스로도 머리말에서 밝히고 있듯이 그 복잡다단한 독일사 전체를 한 권의 책으로 정리하기란 불가능한 일인지도 모른다. 따라서 모든 것을 망라하는 '포괄성'보다는 과감한 선택과 생략을 통한 '총체적 역사인식'을 목표로 하고 있고, 매우 성공적이었다는 학계의 평가를 받고 있다. 또한 '역사적 시간'에 따라 지면을 할애함으로써 다른 개설서들보다 근·현대사의 비중이 상대적으로 큰 것도 특징이다. 독자들은 이 책을 읽으면서 과거를 떠돌며 유람하는 것이 아니라 항상 오늘날의 독일을 염두에 두면서 역사를 읽어 내려가게 된다.
이 책의 후반부를 이루고 있는 20세기 독일사는 우리가 걸어온 역사와 미래에 시사하는 바 크다. 통일, 전쟁, 분단과 재통일 과정, 그리고 통일 후의 여러 문제들은, 과거 군국주의 일본의 식민지 지배의 유산과 분단시대를 마감하고 통일시대로 진입하는 중대한 시점에 와 있는 우리가 역사의 거울로 삼기에 충분하다.
이 책에는 정치·경제사의 무거운 주제와 사회·문화사의 다양하고 흥미로운 내용이 절묘하게 안배되어 있다. 봉건제의 개념과 실제, 30년전쟁과 유럽 사회의 재편, 독일관세동맹과 프로이센 중심의 통일, 바이마르 공화국의 위기와 '바이마르 문화', 제1차대전과 베르사유 체제, 나치즘 대두의 배경과 조건, 제2차대전과 분단, 동·서독의 사회구조 등 독일사의 핵심 주제들은 역사에 대한 깊은 안목을 제공한다. 또한 루터·칸트·헤겔·마르크스·베버 같은 사상가, 괴테·실러·하이네·토마스 만 같은 문호, 바흐·베토벤·그로피우스·쇤베르크 같은 문화예술가들, 비스마르크·힌덴부르크·빌리 브란트·에리히 호네커 같은 정치가들의 면면은 독일의 역사와 문화에 대한 폭넓은 이해와 교양을 제공한다.
괴테의 나라, 히틀러의 나라
이 책은 독일사의 본격적인 출발인 프랑크 왕국의 성립에서 1989년 재통일에 이르기까지 독일사를 6시기로 구분하여 정리하고 있다. 지은이 메리 풀브룩은 몸소 중부 유럽 각지를 다니면서 수많은 사료를 모으고 종합하여 독일사의 사회·정치적 요인과 문화적 요인 사이의 상관관계를 파헤치고 있다.
서장(序章)격인 제1장은 독일의 문호 괴테와 실러가 제기한 '독일인'의 정체성에 관한 문제로부터 시작하여 유럽의 중앙에 자리잡고 있는 독일의 지리적 특징과 자연환경을 스케치하듯 써 내려간다. 브레멘, 함부르크, 쾰른, 뮌헨, 프랑크푸르트 같은 도시들에서 뚜렷이 나타나는 독일 특유의 지역적 다양성과 동·서독 분단의 상징인 베를린의 옛 모습을 환기시키면서 독자들을 본격적인 독일사의 전개로 이끈다.
지은이에 따르면 독일사는 그 자체로 매우 독특하고 역설적이기도 하다. 독일은 루터, 바흐, 괴테의 나라인 동시에 히틀러와 홀로코스트의 나라이다. 지리적으로 '유럽의 중앙'에 위치하여 유럽에서 힘의 균형을 유지하는 중추적인 역할을 하고 있지만, 충분한 정체성, 심지어는 안정적인 국경도 가지지 못했다. 수백 년 동안 '신성로마독일제국'이라는 느슨한 틀 속에서 오스트리아 합스부르크 제국의 지배를 받으며 무수한 사회·정치적 형태와 문화적 전통을 방치해왔던 것이다.
저자소개
옮긴이 김학이: 독일 보쿰 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하고 현재 동아대학교 사학과 교수로 있다. 연구논문 「바이마르공화국 말기 대기업과 경제정책」「나치즘과 근대화」등과, 번역한 책으로 위르겐 코카의『독일의 통일과 위기』(아르케, 1999/대우학술총서 434)등이 있다. 이 책에 대해선 충실한 번역과 함께, 지은이가 충분히 언급하지 못한 사항에 대해서는 일일이 역자주를 달아 독자들의 이해를 도왔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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