Why not?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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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이제 우리는 PC 하나만으로도 인종·국적·지역을 뛰어넘어 세계와 대화하고 호흡하는 '열린 시대'를 살고 있다. 그렇다면 현재 우리 사회를 지배하고 있는 사고의 패러다임과 이데올로기는 과연 그에 걸맞는 지점 어디쯤에 와 있기는 한 걸까?
지난 시대 모든 국민에게 하나의 생각과 사상을 강요했던 극우 파시즘의 폭력과 억압 구조가 외형적으로는 사라졌지만, 아직도 낡은 사상과 권위가 사회 곳곳을 지배한 채 우리를 옭아매고 있는 게 현실이라면? 다양한 가치 판단이 부딪칠 수밖에 없는 사회적·정치적·윤리적 쟁점에 대해 여전히 독선적이고 획일적인 사상과 이데올로기가 상상력과 창의성에 고삐를 채우며 개인의 문화적 취향과 선택권을 침해하고 있다면?
이에 대한 저자 유시민의 답변은 단호하다. "나는 국론통일이 싫다!" 그리하여 '열린 한국'을 가로막는 적(敵)들로 '일사불란주의' '국론통일주의' '발본색원주의' '광신적 반공주의' '연고주의'를 적시하고 있다.
이 책의 목표는 우리 사회를 지배하는 권력자와 다수파의 횡포에 맞서 싸우는 것이다. 나는 사회의 발전과 역사의 진보를 갈망하며, 국민 개개인의 사상적 개안과 정신적 진보가 이루어지는 바로 그만큼 사회도 발전한다고 믿는다. 그리고 군사독재 시절이나 '국민의 정부' 시대에나 변함없이, 다양성을 용납하지 않고 차이를 인정하지 않으려는 사고방식과 문화와 법률과 제도가 우리 국민의 정신적 개안과 사회의 발전을 가로막고 있다고 생각한다.(머리말)
왜, 지금, 하필 '자유주의(자)'인가?
"자신과 다른 사상을 가진 사람의 존재를 존중하는 것이 바로 자유주의적 태도이며 이것이 모든 '주의자'들의 기본"이기 때문이다. 그러나 차이와 다양성이 무시되고 일사불란과 발본색원이 여전히 강제되고 있는 풍토에 맞서 던지는 반문 "Why not?"에는 아직도 '불온'의 딱지가 붙는 게 우리의 현실이다. 그렇게 된 배경에는 극우로부터는 말살의 대상이요 좌파 세력으로부터는 '서자' 취급을 받는 한국판 자유주의의 슬픈 역사(-「이 땅에 자유주의자로 산다는 것은」)가 자리하고 있다. 또한 여기에는 자유주의에 대한 오해와 편견을 조장해온 사이비 자유주의자들(-「'한국적 자유주의'의 비극」)과 기업의 영업활동의 자유에만 골몰하면서 극우의 헤게모니를 승인해온 '무늬만 자유주의자'들(-「'무늬만 자유주의자'는 가라!」)이 적잖이 기여하고 있다. 저자가 이제 와서 새삼스레 자유주의자임을 선언하고 나선 것도, 바로 지금이야말로 그들의 허구성을 파헤치는 진짜 자유주의자들의 역할이 그 어느 때보다 절실히 요구되는 까닭이다.
진보와 보수의 대결이 아니라 극우를 보수와 구별하는 것이 우선 중요하고, 진보와 보수가 서로를 인정하고 경쟁하는 열린 사회를 만들기 위해서는 우선 사상과 문화 영역에서 극우의 헤게모니를 걷어내야 한다. (…) 그러나 극우 헤게모니를 승인하는 보수는 자기 발로 선 보수가 아니다. 극우가 진보적 자유주의자를 '좌익'으로 몰아 짓밟는 것을 수수방관하는 지식인은 자유주의자가 될 수 없다.(-「'음험한 평화'에 도전하는 전투적 자유주의자들」)
다수의 이름 아래 횡행하는 획일적이고 닫힌 사고에서 벗어나 자유주의적 패러다임에 기초해 우리 현실의 문제들을 짚어내는 유시민의 발언들은 사고의 개안(開眼)을 맛보는 즐거움으로 다가온다. "개인의 이익과 배치되는 국익은 없다"는 단언, "주체사상의 허구성을 증명하기 위해 북한 방송 청취를 전면적으로 허용해야 한다"는 주장, 때로 "물건보다 못한 존재"로 전락하는 한국 여성들이 처한 현실과 우리 교육을 망치고 있는 군사부일체라는 구태의연한 관념에 대한 도전 등을 통해 무엇이 진정 옹호되어야 할 자유주의적 가치인가를 되짚어보게 하는 것이다.
저자소개
유시민은 결코 거대담론을 말하지 않는다. 그는 언제나 구체적이고 미시적인 현실문제를 소재로 이야기를 펼친다. 그래서 우리 사회의 현재적 화두를 적확히 짚어내는 그의 안목이 즐겁다. 또한 바로 그런 대목에서, 이렇게 '다른 생각'들이 가능함을 보여주는 유시민적 시각의 독특한 가치가 빛을 발한다.
프리랜서 칼럼니스트로서, 그는 당당히 지식소매상임을 밝힌다. 여기엔 일말의 위악도 냉소도 자기폄하도 없다. 거창한 지식생산자가 아니라 소박한 지식유통업자로서의 자신을 자리매김하는 것 자체가 우리 지식인 사회의 완강한 사농공상(士農工商) 이데올로기에 대한 도전이 되고 있는 것이다. 어쩌면 그의 발언이 귀기울여볼 만한 것일 수 있는 또다른 까닭이 여기에 있는지도 모른다.
저서로『거꾸로 읽는 세계사』『부자의 경제학 빈민의 경제학』『내 머리로 생각하는 역사이야기』『광주민중항쟁:다큐멘터리 1980』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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