나는 황국신민이로소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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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이 책은 친일파 문제를 집요하게 천착해 온 저자 정운현이『대한매일』에 연재했던「친일의 군상」을 기초로, 연재중단 사태까지 불어오며 결국 게재되지 못했던 사안들과, 신문 편집과정에서 제외될 수밖에 없었던 친일파의 후손들 이야기 등을 원안대로 살려 묶은 책이다.
필자가 새로 밝힌 내용들과 소장한 자료가 모두 들어 있는 이 책에는 특히 일본에서 입수한 자료를 토대로 기존의 연구성과를 뛰어넘은 내용이 상당수 포함돼 있다. '친일파 1호' 김인승, 조선인 출신 신직(神職) 이산연, 만주 특무공작의 거두 김창영 등은 모두 처음 공개된 친일파들이다. 또 최남선의 경우 친일을 시작한 시점을 거증자료를 통해 훨씬 앞당겼으며, 전 홍익대 총장 이항녕의 경우 인터뷰를 통해 일제 당시 군수들의 친일행적을 구체적으로 밝힌 것도 성과다.
'숙청'은 과거사이지만 '청산'은 오늘의 문제다
해방 후 친일파 처단문제는 신국가 건설과 함께 우리 민족에게 주어진 양대과제 중 하나였다. 당시 친일파, 즉 반민족행위자 처단은 민중들의 보편적인 정서이자 시대적 당위였다. 그러나 우리는 친일파 처단에 실패했다. 그후 우리의 현대사는 오히려 친일파를 중용하기조차했던 정통성 없는 극우반공독재체제로 점철되었다. 아직도 이 '역사의 지체'에 대해 비용을 치러야 할까? 새 천년과 통일시대를 맞는 우리에게 친일파 문제의 '청산'은 더 이상 미룰 수 없는 시대적 과제이다.
왜 다시 '친일파'인가?
저자는 현 시점에서도 친일파 문제를 재론하는 것은 몇 가지 점에서 당위성을 가지고 있다고 말한다.
첫째, 친일파 문제는 법적·역사적 청산이 제대로 안 됐기 때문에 아직도 역사 속에서는 여전히 '미제사건'으로 남아 있다. 이들의 반민족행각을 계속적으로 조사하고 따지는 것은 민족사적 과제다.
둘째, 통일에 대비해서다. 남한과 달리 북한은 해방 후 친일 반민족자들을 철저히 처단하였고, 북한이 그 동안 남한정권을 두고 정통성이 없다고 힐난한 것은 바로 이 때문이다. 지금이라도 친일파들의 죄상을 조사하여 정확한 기록으로 남겨야 통일시대에 남북이 역사교훈의 자료로 삼을 수 있다.
셋째, 사회정의를 바로 세우기 위해서다. 해방 후 친일파들은 대개 우리 사회 상층부의 권력엘리트로 군림해 왔다. 그 동안 우리 사회는 과거경력은 접어두고 현재의 지위나 명성으로 평가하는 관행을 키워왔다. 이는 역대 부도덕한 권력자들이 자신의 세력확대와 권력유지를 위해 이들에게 감투와 함께 면죄부를 마련해준 결과로, 이제라도 이 같은 사회풍조는 없애야 한다.
넷째, 새로운 한 세기를 희망 속에서 맞기 위해서다. 친일파 문제는 금세기에 발생한 것으로, 가능하다면 금세기 내에 가능한 선에서라도 마무리를 짓는 것이 바람직하다.
다섯째, 민족사에 옷깃을 여미는 거울로 삼기 위해서다. 민족사를 더럽힌 사람은 그 자신은 물론 후세 대대로 씻을 수 없는 오명으로 기록된다는 것을 보여줘야 한다. 과거 반민족자에 대한 준엄한 심판만이 '신판 친일파·친미파'들의 준동을 예방할 수 있을 것이다.
지금, 이곳의 문제
나치협력자 처단 후 드골은 "프랑스가 다시 외세의 지배를 받을지언정 민족반역자는 다시는 나오지 않을 것이다"고 말한 적이 있다. 그러나 우리는 어떠한가. 우리가 만약 다시 외세의 지배를 받는다면 민족반역자가 나오지 않을 것인가. 불행히도 우리는 그렇다고 자신 있게 말할 수 없다. 아니, 외세의 지배에서 벗어난 현재까지도 우리는 우리 주변에서 민족반역자를 숱하게 보고 있어야 한다. 뿐만 아니라 우리가 지나간 일이라고 외면하는 동안 오히려 독립유공자가 누려야 할 몫을 빼앗고 있다. 청산되지 못한 역사는 단지 '과거'가 아니다. 살아 있을 때처럼 죽어서도 우리 역사를 왜곡시키고 있는 그들은 '지금' '바로 이곳'에 있다. ―「왜 다시 '친일파'인가?」 중에서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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