환경을 해치는 25가지 미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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미신 아닌 과학의 손에 맡겨야!
다음 문항에서 그 내용이 맞다면 O표, 틀렸다면 ×표 해보시오.
① 산불은 생태계를 해친다. ( )
② 자연은 균형적인데, 그 균형을 인간이 깨뜨리고 있다. ( )
③ 인간의 개입만 없다면 지구의 기후는 안정적일 것이다. ( )
④ 기후변화가 수많은 멸종을 야기할 것이다. ( )
⑤ 기후위기에 비하면 다른 모든 환경문제는 사소하다. ( )
대충 다 맞는 얘기들인데 뭘 따져보나 의아했겠지만, 놀랍게도 위 문항들은 전부 다 ×표다.
기후변화 연구의 선구자는 왜 기후변화 회의론에 섰을까
오늘날 환경주의에는 다수의 강력한 지지로 뒷받침되기는 하지만 비과학적인 믿음들이 존재하며, 그것은 때로 합리적·과학적 검증의 여지를 막아 이데올로기·도그마화하는 양상을 보이기도 한다. 다수가 합의한다고 그게 곧 진실이 되는 건 아니다. 게다가
과학계 동료 97%가 인간에 의한 지구온난화를 믿는다고 결론 내렸던 과학자들은 해리스폴Harris Poll의 여론조사 방식 같은 전통적인 조사를 한 것도 아니었다. 관련된 분야 전반에서 무작위로 과학자들을 선택하지도 않았고, 불필요한 편견을 솎아내도록 설계된 일련의 질문들을 던지지도 않았다. 오히려 상당히 비과학적이고 통계적으로 신뢰도가 떨어지는 방법을 썼다. 소수의 제한된 과학자집단이 작성한 (심지어 게재된 전문도 아닌) 초록에서 찾은 특정한 문구들에 자신들 나름의 의미를 덧붙였던 것이다. 여기서 도출할 수 있는 결론이 있다면, 이것이 과학적인 연구가 아니었다는 것뿐이다. ―234쪽
환경을 ‘보호’해야 한다는 주장이 과도해지면서 환경을 지나치게 연약한 것으로 간주하는 관점이 생기고, 인간의 환경 파괴에 대한 반성이 커지면서 ‘모든’ 자연재해를 ‘인간 탓’으로 돌리는 식의 근거 없는 죄의식도 생겨났다. 이런 강박적 사고는 자연스레 우리를 환경문제에 대한 미신의 덫에 빠지게 한다. 저자가 이런 미신들을 점검하고 공박하는 이유는, 그것이 우리의 사고는 물론 환경 관련 정책과 법제도의 바탕이 되면서 환경문제 해결에 도리어 방해가 되고 있기 때문이다.
저자 대니얼 보트킨은 환경과학자로, 기후변화 연구의 선구자 중 한 명이다. 많은 과학자들이 인간에 의한 기후온난화에 동의하지 않았던 1960년대부터 이에 관한 연구를 시작해 그동안 여러 논문과 대중적 글로 기후변화를 경고해왔다. 그런 그가 세계의 중요 화두로 기후변화가 대두된 지금은 오히려 한발 물러서서, 기후변화에 대한 지나친 과민반응을 경계하는 목소리를 내고 있다. 사람들의 우려와 두려움이 과학보다는 미신에 좌우되고 있다는 판단 때문이다. 그는 2014년 미 하원 우주·과학·기술위원회에 출석해서도 이에 대해 증언했으며, 2017년 출간된 이 책에서는 “기후 및 기후변화에 대한 과학 연구를 계속해온 사람으로서 신뢰할 만한 데이터라 결론내린 것들”을 소개하고 있다. 무엇이 신뢰할 만한 과학적 사실이고, 무엇이 근거 없는 미신일까.
기후변화 자체는 자연적이며, 이산화탄소의 영향은 생각보다 적다
환경에 불변하는 것은 없다. 모든 것은 늘 다양한 규모와 속도로 변화하고 있다. 우리는 기후가 일정한 패턴 속에서 안정적으로 변하는 게 정상이라 여기지만, 사실 기후는 인간의 입장에서 극단의 변화일망정 그것도 포함하고 있는 게 오히려 정상이다. 오늘날 뜨거워진 지구에 대한 경고를 듣다보면 지금의 지구 온도가 최고로 높다고 착각하기 쉽지만, 사실 10~13세기의 중세 온난기에는 지금보다 기온이 더 높았다.(그전에는 그보다 더 더운 시기도 있었다.) 반대로 15~17세기의 소빙하기 때는 지금보다 훨씬 추워서 중국 남부에서 서리가 내리고, 알프스에서는 빙하가 확장돼 마을을 덮치기도 했다. 저자는 기후란 “변동 자체가 기본 원칙이며, 온도는 늘 변화하고 있어서 고정된 적도, 일정하게 유지된 적도 없음을 알 수 있다”는 걸 보여준다. 인간의 개입 유무와 상관없이 말이다.
저자는 태양-지구 주기, 해류 순환, 수증기, 화산폭발 등 이산화탄소 외 기후변화의 요인들을 자세히 설명한다. 거의 불가능한 일이지만 이산화탄소 배출을 제로(0)로 만든다고 해도, 지구의 기온은 계속 올라갈 수 있다는 이야기다.(물론 반대로, 다른 요인들이 기온의 하강을 이끈다면 이산화탄소 배출이 지금대로라고 해도 기온이 내려갈 수 있다.) 마찬가지로 온갖 기상이변 역시 계속 발생할 것이다.
미 국립해양대기청의 마틴 호링은 최근 『뉴사이언티스트』 기고에서 이렇게 설명했다. “기후변화 모델들은 21세기 말에 가뭄과 집중호우의 지속 기간이 길어질 것으로 예측하면서도, 최근의 가뭄 사례들에 대해서는 제대로 설명하지 못하고 있다. 이 같은 수많은 극단적 조건은 기후의 자연스러운 변동이다. 극단적 현상도, 폭염도, 폭우도 발생하기 마련이다.” ―185쪽
기후변화의 영향이 그렇게 파멸적일까?
많은 언론과 환경주의자, 그리고 때론 과학자들도 지구 기온의 상승이 엄청난 재앙을 일으킬 것이라고 경고한다. 그런 시나리오는 거의 종말론처럼 들리며, 섬뜩할 정도다. ‘기후변화가 수많은 멸종을 야기할 것이다’(미신 13)는 사람들의 그런 공포를 보여주지만, 이 역시 근거는 빈약하다. 그동안의 기후변화에도(중세 온난기와 소빙하기에도) 생물종은 거의 멸종하지 않았다. 저자에 따르면, “지난 250만 년 동안 기후변화의 정도는 오늘날 및 향후 수십 년에 대한 예측과 거의 같았음에도 불구하고, 그 변화로 인해 멸종된 생물은 놀라울 정도로 극소수다.” 마지막 빙하기 동안 북미에서는 식물 1종만이 멸종했다고 알려져 있다. 오히려 생물종의 존속을 위협하는 것은 기후변화보다 외래종의 침입과 서식지 파괴 같은 일들이다.
우리는 전세계적으로 광범위하게 환경을 변화시키고, 각종 서식지를 파괴하며, 상업적 가치가 있는 생물종들을 과도하게 포획하고 있다. 그 결과 우리 인간이 여러 종의 절멸을 야기할 가능성이 높아진 것은 사실이나, 대부분 기후변화 외에 다른 원인들 때문일 가능성이 높다. ―208쪽
우리 인류 역시 더 더운 지구에서도, 더 추운 지구에서도 살아왔다. 인간을 비롯한 많은 생물들은 기후변화로 절멸하지 않고 그와 더불어 살아온 것이다. 생명이 변화에 적응하는 능력은 상상 이상이다.
파괴와 교란이 때론 자연환경에 필요하다
사람들이 기후에 대해 가진 관점(미신)은 환경 전반에 대해서 비슷하게 존재한다. 즉 “인간이 망가뜨리지만 않는다면 자연은 고정된 영속적 상태에 도달하며, 자연 스스로가 이 상태를 쭉 유지할 수 있다”고 생각하곤 한다. 이런 관점 아래서는 멸종도, 생태계 파괴도 자연적으로는 발생하지 않으며, 인간의 개입은 환경을 망치기만 할 뿐이다. ‘자연에는 균형이 존재하며, 이 균형은 모든 생명과 환경을 지배한다’(미신 4) ‘자연의 균형은 모든 생명에게 유일한 최선의 조건이다’(미신 5) ‘자연의 아름다움은 인간에게 조금도 방해받지 않는 곳에만 있다’(미신 6) ‘인간은 자연의 바깥에 있다’(미신 8) 등이 그런 경향을 나타낸다.
그러나 이는 실제와 전혀 다른 그림이다. 태풍, 해일, 자연산불, 지진, 산사태, 화산폭발, 유행병, 빙하기와 같은 자연적인 요인으로 인해 생태계는 수없이 교란된다.(가장 극단적인 경우로 소행성 및 혜성 충돌도 있다.) 그리고 그런 교란은 생태계를 변화시키고 생물종의 진화를 이끌어, 궁극적으로 생물다양성을 증진시킨다.
산불도 자연에 긍정적일 수 있다
산불과 숲의 관계가 대표적이다. 만약 산불이 나지 않는다면 모든 숲은 나이든 나무만 가득한 상태가 될 것이고, 어린 나무를 더 선호하는 곤충이나 조류는 서식지를 잃게 된다. 예컨대 동부임금딱새는 노숙림(老熟林)보다 어린 숲에서 22배나 더 많이 서식한다.
오늘날 보전주의자들과 숲전문가들은 모두 마찬가지로 다양한 조건―(산불, 폭풍우, 빈틈없는 벌목 등으로) 완전히 밀어버린 상태, 노숙림(즉 오래도록 사람의 개입이 전혀 없는 상태), 그 중간 어디쯤에 해당하는 개발이 이뤄진 각 단계의 숲―이 생태학적으로 최상의 경관을 만들어내며, 희귀종을 포함한 생물다양성에 가장 도움이 된다는 점을 이해하고 있다. ―101~102쪽
심지어 산불에 적응한 종도 있다. 세계에서 가장 큰 나무인 자이언트세쿼이아는 200℃나 되는 온도에서만 씨앗을 내놓는데, 그러려면 산불이 반드시 나야만 한다. 자연의 급격한 변동을 ‘재난’으로 보는 것은 지극히 인간 위주의 관점이며, 자연에는 꼭 필요한 과정일 수 있다. 심지어 멸종조차도 말이다.
멸종은 자연스러우며, 우리는 모든 종을 구할 수 없다
생명의 역사는 멸종의 역사이기도 하다. 멸종은 인간과 상관없는 이유로도 일어나며, 우리가 모든 종을 멸종에서 구할 수도 없다. 당연한 이야기지만, 환경주의 담론은 곧잘 모든 멸종에 대해 우리 인간의 도덕적 책임을 묻는 식으로 작동한다. ‘멸종은 부자연스럽고 나쁜 것이지만, 쉽게 일어난다’(미신 3) ‘자연을 보전해야 할 유일한 이유: 모든 생물종에겐 존재할 도덕적 권리가 있다’(미신 9)며 말이다.
저자는 멸종 문제에 대해 실용적으로 접근하고자 제안한다. 생물종을 “①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절멸할 종들 ② 향후 발생할 수 있는 인간 및 환경의 다양한 영향을 감안해봤을 때 우리가 무슨 일을 하든 존속할 종들 ③ 우리 인간의 도움이 있어야만 존속할 가능성이 있는 종”으로 나누어 가장 취약한 종에 노력을 집중해야 한다고 말이다. “도울 수 있는 종을 우리가 판별할 수 있다는 생각은 오만”이라는 비난도 있겠지만, “우리가 전세계의 모든 생물종을 구할 수 있다는 생각이야말로 오만”이라는 것이 저자의 주장이다.
우리에게 주어진 자원과 시간은 유한하다, 관심 역시도
환경주의의 미신들이 문제가 되는 건 우리의 한정된 시간·자원·관심을 그릇된 방향으로 이끌 수 있기 때문이다. ‘모든 생물종은 존재할 권리가 있다’ ‘자연환경을 손상 없이 후대에 물려줘야 한다’는 주장들은 아름답게 들린다. 하지만 현실적이지 않을뿐더러, 과학적으로도 무의미한 주장이다. 우리는 환경에 대한 도그마적 태도에서 벗어나 과학적·합리적 태도로 환경문제에 접근할 필요가 있다.
이것은 바로 지구온난화에서부터 한 생물종의 절멸 위험에 이르기까지, 그 어떤 환경적 위험을 바라볼 때에도 취해야 하는 방식이다. 우리는 다음과 같은 질문을 던져야 한다. 그 일이 발생할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 그 일이 일어난다면 어떤 영향이 있을 것인가? 무엇보다도 우리가 상황을 해결하고 피해를 막아낼 가능성은 얼마나 되는가? 보험에 해당하는 정책의 비용은 얼마나 될 것이고, 그에 반해 피해 발생시 복구에 들 비용은 얼마인가? ―317쪽
이런 주장이 ‘비윤리적’이거나 ‘불경’하게 들린다면, 그건 환경에 대한 어떤 미신에 빠져 있다는 증거일 것이다.
우리에겐 ‘기후변화’ 말고도 해결해야 할 환경문제가 충분히 많다
환경 관련 주제들에 대해 이야기하고 기후변화를 논의하는 자리에서는 어김없이 청중 가운데 누군가(대개는 기자)가 이런 질문을 던진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우리가 할 수 있는 모든 걸 한다고 해서 해가 될 게 뭐가 있나요? 만일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지 않다 해도, 어디에도 해 될 건 없잖아요. 기후변화가 일어나고 있다면, 우리가 잘 대처하고 있는 게 될 테고요.” 이런 말의 전제는 환경 관련 모든 주제에 들일 시간·노력·관심·돈이 무한히 있다는 가정이다. 그러나 실제로는 그렇지 않다. 이런 요인들은 제한돼 있고, 특히 대중의 관심은 대개 당시의 한두 가지 사안에만 집중된다. ―385~386쪽
환경주의의 미신을 비판한다고 저자가 반환경주의자라 의심할지도 모르겠지만, 저자는 적극적으로 환경을 보전해야 한다는 입장에 서 있다. 예컨대 ‘태양에너지 및 풍력에너지는 엄청난 면적이 필요하다’(미신 23)거나 ‘대규모 태양에너지 프로젝트는 아주 더운 기후에서만 가능하다’(미신 24)가 오해임을 지적하며, 저자는 대체에너지로의 전환이 익히 가능하고 또 필요한 일이라고 강조한다. 온실가스인 이산화탄소 배출의 이유가 아니더라도, 화석연료 사용은 환경에 여러모로 해롭기 때문이다.
그래서 ‘기후변화에 비하면 다른 모든 환경문제는 사소하다’(미신 25)며 올인할 게 아니라, “에너지, 서식지 파괴, 침입종, 멸종위기종, 숲, 어장, 담수, 독성 오염물질, 인(燐) 등 기타 필수 광물” 등 우리가 관심을 가져야 할 시급한 환경문제에도 눈길을 돌려야 한다는 주장이다.
기후변화를 막기 위해 각종 행동, 프로그램, 국제정치적 합의(조약 등)를 적극적으로 추진한다는 건 엄청난 수준의 행동·노력·비용을 들이겠다는 데 동의하는 것이다. 지금 당장 큰 피해를 입히고 있는 굵직한 문제들을 포함한 수많은 다른 중요 환경문제들은 무시되고 필요자금도 마련하지 못해 해결되지 않은 상태로 남게 될 것이다. ―207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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