90년대를 찾아서②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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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이 책들이 엮여진 배경에는, 다음 두 질문에 대한 응답의 필요성이 자리하고 있다. 그 하나는 "90년대 문학의 지형도는 도대체 어떻게 그려지고 있는가?"라는, 90년대 문학의 성격과 그 주된 흐름의 방향을 더듬어 보는 '정체성 찾기'이다. 또 하나는 "작가 황석영은 지금 어디 있는가"라는, 황석영의 문학적 실천과 고난에 대한 동시대 작가들의 문학적 응답이라는 측면이다. 즉, 이 두 권의 책은 90년대 우리 문학의 '현주소'와 작가 황석영의 '현주소'를 찾아가는 작업인 셈이다.
민족문학적 관점에서 묶여진 90년대 최초의 대표작 선집
과도한 낙관주의와 이념 과잉이란 비판에도 불구하고, 어쨌든 선·악·미·추의 구분이 쉬워 보였던 80년대의 단순명쾌한(?) 성격에 대비되어서일까? 이미 그 중반을 훌쩍 넘어선 90년대지만, 상대적으로 그 정체성은 매우 모호하여 그 대강이 손에 잘 잡히지도 않는다. 임규찬의 표현대로, 각각의 설계도는 있으나 전체 설계도는 알 수 없는 서울이란 대도시의 모습과 여러모로 흡사한 형국인 것이다(권말평론/리얼리즘으로 본 90년대 소설). 80년대의 현실을 누구보다 깊이 호흡했던 민족문학진영이 그려낸 90년대의 모습은 어떤 것일까? 이에 선자들은 "90년대를 일단 역사적 전환기로 파악하고, 그에 따라 하나의 문학적 감수성이 발아되어 나오는 추이를 검토하고 그로부터 건강성을 식별하려고 노력했다"고 말한다. 동시에 기존의 이러저러한 타이틀의 선집들과 이 책의 변별점은 '민족문학적 관점'이라는 시각의 일관성에 있다며, 그러나 이를 '80년대의 눈'과 동일한 것으로 오해해서는 안 된다고 말한다.
이 민족문학적 관점에 대해 오해할 수 있는 소지를 줄이기 위해 간략히 보충 설명을 해 본다면, 이것은 '이념적인 문학'을 의미하지는 않는다. '참여문학'의 시대적 변용이나 '운동권 문학'의 다른 이름도 아니며, 또한 '리얼리즘 문학'과의 동의어. '한국문학'과의 동의어도 아니다. 그런 것은 시대상황 속에서 민족문학의 어느 측면이 특정한 시기에 강조되어 나타나는 현상적인 모습들이며, 본질은 '우리의 현실이 낳아 기른 문학이라는 '정체성'에 대한 천착에 있다.
더불어 90년대 상반기 민족문학 진영의 문학적 성과를 결산해본 이 두 권의 책이, 미와 추의 양상이 한없이 복잡해진 어려움으로 야기된 '가치평가의 무기한 유보' 때문에 어떤 작품이 주목받을 만한 것인지는 물론 어떤 작품이 생산되고 있는지조차 알 수 없게 된 답답함을 해소하는 데 기여하리라 기대도 해본다.
석영의 문학적 실천으로부터 빚진 작가들의 빚갚기
또한 이 선집에는, 현실의 치열한 모순을 결코 비껴가지 않았던 '분단시대의 작가' 황석영이 '작가적 생명'을 빼앗기고 있는 현실을 안타까워하는 동료 문인들의 뜻이 담겨져 있다.
이런 황석영의 정신을 생각하면서 '90년대 대표작품선'을 내기로 한 이유는 명백하다. 우리는 그의 작가적 치열성을 실망시키지 않는 문학적 응답을 해야 한다고 생각했다. 우리 시대를 살아가는 진지한 작가들 중에 황석영의 문학적 상상력과 실천으로부터 빚지지 않은 사람이 누가 있는가? 90년대의 현실에 나름대로 값하는 작품들을 모아 황석영의 이름과 함께 우리 시대의 독자들에게 응답해야 할 책무가 우리 시대의 작가 모두에게 있다고 믿었던 것이다.
이에, 동료 문인들은 작가적 양심에 따른 황석영의 문학적 실천과 고난에 대한 동참의 뜻으로 '황석영 문학제'(민족문학작가회의 청년위 주관)을 갖기로 했다. 그리고 이 책의 수록 작가들은 인세를 그 기금으로 기꺼이 내어 놓으며, 우리 90년대 문학이 지닌 "그의 육성이 차단된 만큼의 결여감"을 그가 빨리 자기 자리로 돌아와 채울 수 있게 되기를 고대했다.
독자들은 이 선집을 통해 문학적 상상력의 범주로 들어온 우리 시대의 모습을 차분히 응시해보며, 역사란 단절되는 것이 아니라 앞선 역사의 자양분을 먹고 자라는 것임을 아프게 깨닫게 될 것이다. 더불어 90년대 소설문학의 현황을 명쾌하게 진단해 보인 임규찬의 「리얼리즘으로 본 90년대 소설」과, 가차없는 비판으로 90년대 시문학의 흐름을 분석해 보인 김형수의 「새로운 시적 자아들의 명멸에 대하여」도 역시 독자들에게 좋은 읽을거리가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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