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런 협동조합이 성공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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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오는 7월 4일은 제93회 세계협동조합의 날이다. 한국에서 마음 맞는 사람 다섯이면 언제든 협동조합을 만들 수 있게 한 ‘협동조합 기본법’이 시행된 지도 만 3년을 향해가고 있다. 그동안 협동조합은 양극화와 불황에 허덕이는 한국사회의 대안으로 떠올라 7000개 이상 만들어졌고, 오늘도 새로운 조합이 탄생하고 있다. 많은 이들의 바람처럼 협동조합은 우리 사회를 약육강식과 각자도생이 아닌 ‘협력과 연대로 작동하는 경제 생태계’로 이끌 수 있을까? 우리도 몬드라곤이나 썬키스트 같은 세계적인 협동조합을 가질 수 있을까?
지난 3년간 이들 협동조합이 거둔 성적표에 대해 의견이 분분하다. 이 책은 그래서 그 가운데 뚜렷한 성과를 낸 15곳의 ‘성공한 협동조합’에 주목한다. 그럼으로써 조합원들이 현장에서 구르며 터득한 ‘경험칙’을 묶어내 예비 협동조합들의 길잡이가 되고자 한다. 더불어 ‘기업도 아닌, 그렇다고 시민단체도 아닌’ 조직을 일구며 겪은 우여곡절에서 최근 대두되고 있는 협동조합의 문제점들에 대한 생생한 해법 또한 제시해보고자 한다.
‘협동조합의 성공’과 주식회사의 성공, 어떻게 다른가
기막힌 사업 아이템이 있다며 협동조합 파트너를 구하는 사람들이 있다. 저자는 그 경우엔 그냥 주식회사를 만들라고 한다. 협동조합은 돈 버는 사업체인 동시에 특별한 목적을 공유한 결사체이기 때문이다. 안전한 먹을거리를 모토로 승승장구했지만 수익의 단맛에 취해 대형마트 유기농 매장과 다를 바 없어진 생협이나, 공정보도를 내세워 출범했지만 이렇다 할 수익을 내지 못하고 조합원 출자금만 까먹는 언론협동조합은 똑같이 실패한 협동조합이다. 또한 1인1표 원칙에 따른 공동소유·민주적 의사결정구조는 협동조합의 또 다른 정체성이다. 사업체이자 결사체로서 공히 성공한 협동조합이라도 한두 사람의 리더십에 의존하거나 사유화되고 있다면 역시 성공한 협동조합이라 볼 수 없다. 저자는 이러한 기준에 걸맞은 협동조합을 선정해 그들로부터 7가지 공통된 성공비결을 추려낸다.
협동은 이들처럼Ⅰ: ‘협동꺼리’를 찾아라
이 책에 실린 협동조합의 성공비결 7가지 가운데 4가지는 ‘협동꺼리’에 관한 이야기다. 협동조합을 고민하거나 준비단계에 있는 독자라면 이를 잣대로 지금 하려는 일이 협동조합에 적합한지, 놓치고 있는 것은 없는지 점검해볼 수 있다.
①공통의 필요와 열망을 조직하라
: 앞서 말했듯 ‘기막힌 아이템’만으론 잘나가는 기업은 몰라도 잘나가는 협동조합을 만들 순 없다. 사업 아이템 이상의 뭔가가 필요하다. 월세 걱정 좀 덜해도 될 집이 어디 없을까(청년주거협동조합 모두들), 내 아이를 마음 놓고 맡기고 싶다(서대문부모협동조합), 안전하고 싱싱한 먹을거리를 식탁에 올리고 싶다(포항생협), 차별하지 않고 사람답게 대우해주는 직장에서 일하고 싶다(연리지협동조합)… 협동조합은 절실히 필요한 것을 스스로 마련한다. 어떤 조직이든 위기를 겪기 마련이지만 ‘목마른 자들이 함께 우물을 파는’ 협동조합은 그 어떤 조직보다 위기에 강한 면역력을 가진다.
②시장이 무너진 곳에서 길은 시작된다
: 독과점이나 정보비대칭 따위가 불러온 시장실패는 역으로 협동조합에겐 블루오션이다. 양심적인 일처리로 신뢰받는 상조협동조합(한겨레두레)이나 의료사협(살림의료사협)의 탄생배경에는 몇몇 대형 상조회사가 시장의 80%를 지배하는 시장구조, 의사와 환자간의 압도적인 의료정보 격차가 있었다. 금융서비스에서 소외된 청년들을 위한 공제조합(청년연대은행 토닥)도 마찬가지다. 시장이 무너진 곳일수록 신뢰에 기반한 협동조합이 선전하는 경우가 많다.
③지역에 길이 있다
: 내가 사는 곳에 어떤 결핍이 있는지 아는 것이 중요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춘천의 다섯 청년은 퇴락한 여관촌을 게스트하우스로 개조해 여행명소로 부활시켰다.(동네방네협동조합) 동네가 잃어버린 활기를 되찾고픈 마음에서 단돈 500만 원으로 시작한 일이었다. 전남 순천의 한 언론협동조합은 서울 소식으로 도배된 신문만 보는 대신 ‘내가 사는 곳의 이야기’를 나누고, 이를 통해 데면데면해진 지역공동체를 되살리고 싶다는 갈망에서 비롯됐다. 첫술에 몬드리안 같은 세계적 협동조합이 될 순 없다. 자기 지역의 필요와 열망을 살피는 것이 먼저다.
④새로운 가치를 찾아라
: 에너지·식량 고갈, 환경파괴 등 전지구적 문제는 얼핏 국가차원에서도 불가항력이라는 편견을 갖기 마련이다. 그러나 로컬푸드 운동(완주로컬푸드협동조합)이나 재생에너지(우리동네햇빛발전협동조합), 적정기술운동처럼 의외로 협동조합이 접근할 수 있고, 그 어느 대기업이나 국가보다 잘할 수 있는 분야가 곳곳에 산재해 있다. ‘대안 가치’는 협동조합의 또 다른 이름이나 마찬가지다.
협동은 이들처럼Ⅱ: 시작은 반에 불과하다. 이기는 협동조합이 되자!
성공비결 중 나머지 셋은 본격적으로 협동조합에 뛰어든 이들을 위한 지침으로 묶을 수 있다.
⑤조합원에게 이익을 돌려줘라
: 협동조합은 기업처럼 이윤을 추구하지만 그 수익자는 기업과는 달리 조합원이어야 한다. 여기 소개된 노동자협동조합들(해피브릿지·클린광산협동조합)이 잘 보여주듯 협동조합이라면 번 돈을 조합원의 이익과 복지에 투자해야 한다. 이런 ‘선(先) 조합원’ 마인드는 위기를 맞아서도 구조조정 같은 일방적 수단보다 ‘협동조합간 협동’이라는 역발상으로 해결책을 모색하게 한다.
⑥조합원을 주인으로 만들라
: 대부분의 은행은 협동조합에 대출을 내주길 꺼린다. 주인이 많은 회사란 곧 주인 없는 회사이기 십상이기 때문이다. 그저 조금 더 믿을 만하겠거니, 또는 시민단체에 기부하는 기분으로 가볍게 참여하는 ‘나그네 조합원’이 다수인 협동조합의 미래는 어둡다. 이 책에 등장하는 협동조합들은 하나같이 이 문제로 골머리를 썩었으며, 하나같이 조합원 교육에 힘쓰고 조합원들이 함께 지지고 볶을 ‘꺼리’를 찾아야 한다는 해답을 찾았다. 물론 그 과정과 구체적 양상은 제각기 다종다양하다.
⑦외부자원을 현명하게 활용하라
: 어떤 조직에게든 바깥의 지원은 달콤한 맹독이기 쉽다. 독립성과 자율성이 생명인 협동조합은 말할 필요도 없다. 전문가들 역시 정부 지원금에 매달리지 말라고 경고한다. 그러나 이미 ‘갑’들이 지배하는 시장에서 살아남으려면 때로는 ‘눈먼 돈’도 찾아먹을 줄 알아야 한다. 더욱이 교육‧의료‧복지 등 공익적 성격을 띠는 사회적협동조합이라면 정부나 지자체의 지원은 선택의 영역이 아니다. 성공하는 협동조합이 갖춰야 할 것은 바깥의 지원에 대한 배타심이 아니라 이를 선용하면서도 주체성을 잃지 않는 현명함이다.
‘실패에서 배우기’보다 ‘성공에서 길을 찾는’ 까닭
협동조합 기본법 이후 협동조합은 폭발적인 성장세를 뽐내고 있지만 한켠에선 그 내실을 우려하는 목소리도 만만찮다. 통계상 7000여 개의 협동조합이 있다지만 제대로 돌아가는 조합은 절반도 안 된다며 ‘거품론’을 제기하는 보도가 잇따랐다. 전문가들도 아마추어리즘과 준비부족을 지적하며 섣부른 도전을 말리는 모양새다. 이 책은 그런 문제의식에 공감하면서도 숱한 실패를 복기하기보다는 그 가운데 건져올린 귀중한 성공비결에 주목한다. 길이 채 닦이지 않은 상황에서 돌부리가 많으니 몸조심하시오, 경고하는 것보다 돌부리를 걷어내며 새 길을 개척해낸 자들의 흔적을 기록하고 알리는 편이 막 태동기를 벗어난 한국 협동조합사에 한결 이롭다고 보기 때문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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