영남민국 잔혹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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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지금껏 어떤 선거였든 그 결과는 늘 '지역구도'를 또렷이 드러냈고 그래서 호남표심이 어떻고 영남표심이 저떻고 하는 식으로 이를 분석해댔으면서도, 선거만 끝나면 우리는 또 언제 그런 일이 있었냐는 듯 '지역'이란 관념을 머릿속에서 지워버린다. 일종의 '지역문제 없는 척하기'라는 집단기만극에 자진해서(?) 빠져드는 꼴이다. 게다가 이 문제에 비교적 깨어 있다는 일부 사람들조차도 이를 기껏해야 사소한 지역감정에 휘둘린 결과로 간주하며, 그저 '지역감정 버리자!'는 식의 설교만 늘어놓을 뿐이다. 그러나 그 숱한 사람들이 유권자로서의 자기 이익이 뭔지도 따지지 않은 채 단지 어떤 감정에 휘둘린 정치적 행위를 그것도 한두 번이 아니라 수십 년 동안 줄기차게 해왔다?
저자는 "유권자들을 자신의 이익이 무엇인지도 모르는 '감정적 바보'로 전제하는" 이런 식의 분석에 단연코 반대한다며, 그들이 왜 그런 행동을 하는가에 대한 과학적 해명을 '가상인물과의 대화'라는 독특한 형식에 담아 풀어내고 있다. 그렇다면 저자는 왜 이런 작업에 나선 걸까? 우선적으로는, 대한민국이 지역문제를 합리적으로 통제할 수 있는 민주국가가 되기를 바라기 때문이다. 그럼으로써 한 지역의 부당한 차별이란 인권문제 차원의 진전은 물론이려니와 이로 인한 숱한 사회적 비효율을 줄임과 동시에 전근대적이고 위선적인 우리의 정치가 한 걸음 더 진화할 수 있게 되리라 믿기 때문이다. 더불어 부차적으로는, 2007년 대선과 이어지는 2008년 총선을 앞둔 채 벌어지고 있는 범여권의 그 '희한한' 정계개편 회오리에 가려진 이면의 진실을 독자들에게 제대로 알리기 위해서다.
지역감정? 지역주의? 지역차별? ... 영남패권주의!
'호남몰표'를 내세워 호남을 지역주의의 온상으로 간주하는 이들은 '호남문제'라고까지 지칭하지만, 이른바 지역문제를 가리키는 용어는 말하는 사람의 입장에 따라 사뭇 다르다. 하지만 그것을 지역감정, 지역주의, 지역차별 등등 뭐라 부르든 그 본질은 '영남패권주의'라고 저자는 단언한다. 본디 지역문제는 영남자본의 원시적 축적을 이룬 '박정희의 개발독재기'를 거치면서 패권적 호남배제 전략이 야기된 때문인데, 이를 치유 불능의 극단적 상태로 만든 결정적 계기는 '전두환의 광주학살'이었다. 호남몰표 역시 유태인이 나치당에 일절 표를 줄 수 없는 이치와 같은 현상임에도, 이조차 어느 지역이든 책임에 있어 똑같은 무게가 주어지는 가치맹목적 용어로써 얘기하는 건 부당하다는 것이다. 그러함에도 지역문제의 원인을 87년의 '양김분열'에 있다고 말하는 것은 전형적인 영남패권주의 이데올로기라고 저자는 주장한다. 양김분열에 책임을 묻는다는 건 곧 김대중에게 책임을 묻는다는 것이며, 분열에 있어서의 김대중의 책임이란 그가 호남출신 정치인이란 것 외에는 아무런 이유가 없기 때문이다.
왜 노무현이 문제인가?
'지역주의 타파'를 자신의 핵심 국정과제로 삼았던 노무현에 대해, 저자는 '영남패권주의자'라는 낙인을 찍는다.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노무현을 위시한 유시민 등 노빠 그룹은 영남패권주의 이데올로기에 투항한 자들이란 비판이다. 왜 그런가?
첫째, 민주당을 지역주의 부패정당으로 규정하고 분당시켜 버림으로써 민주당으로 대표되는 호남의 민주화 투쟁의 정당성․정통성을 부정해 버렸다는 점. 이로 인해 개혁세력의 분열이란 심각한 후유증을 가져오고 말았다. 둘째, '광주학살당'의 정체성을 이어받은 한나라당을 국정의 파트너라며 '대연정'이니 한국 정치의 '양대산맥'이니 하며 그 정당으로서의 역사성․정당성을 공식 인정함으로써 그 죄과를 면책해줬다는 점. 민주당의 정당성․정통성을 부정해가면서까지 말이다. 셋째, 영남에 표를 구걸해 지역주의를 타파하겠다는 어처구니없는 전략을 진정성 담긴 지역주의 해소책으로 포장해 선전함으로써, 이 영남패권투항주의를 일부 영남개혁세력뿐만 아니라 전 사회개혁세력에게 전염시키고 있다는 점. 그것이 한나라당이 일본의 자민당처럼 영구 집권하는 공룡화의 길을 터놓는 것인 줄도 모르고 말이다.
나는 결코 지역모순만으로 대한민국의 모든 정치적 모순을 설명할 수 있다고 믿는 사람은 아니다. 나는 기본적으로 큰 욕심 없이 조금씩이라도 정치의 진보적 변화가 있기를 바라는 사람이다. 그러나 불행하게도 영남의 지역적 패권주의가 내가 바라는 진보적 변화에 큰 장애가 되고 있다. 물론 어느 나라에서나 지역문제가 있을 수는 있다. 그러나 '광주학살'로 상징되는 영남파시즘, 그 '광주학살'의 주체들이 만든 민정당을 계승한 한나라당과 이 한나라당을 줄기차게 지지하는 영남인들의 영남패권주의 이데올로기, 그리고 지역문제는 지역'감정'의 문제이니 '잘/잘못'을 따지지 말고 '한나라당과 열린우리당의 양대산맥을 열자'는 이른바 '개혁노빠'들, 이런 엽기적인 행태나 사고는 문명국가임을 자랑하는 나라에서 버젓이 용납되어도 좋을 정상적인 모습이 결코 아니다. (320쪽)
지역문제 해소의 첫걸음은?
저자가 영남패권주의와 그 투항이데올로기를 극복하고 진정한 지역문제 해소에 이르는 첫걸음으로 주장하는 다음 세 가지는 매우 소박하고도 상식적이다.
첫째, 지역문제의 근본 원인이 87년의 '양김분열'이 아니라 전두환파쇼체제의 '광주학살'에 있음을 이해하는 것으로부터 출발해야 한다. 전국민이 여기에 공감대를 갖는 게 왜 그리 어렵단 말인가?
둘째, 우리나라의 민주화에는 '호남몰표'가 결정적 역할을 했다는 사실을 인정해야 한다. 이는 "호남몰표는 김대중과 김대중당을 향한 것이었으며 그것이 곧 '민주화운동'이었다는" 역사적 사실을 인정하는 것일 뿐인데, 왜 그리 어렵단 말인가?
셋째, 지역문제는 '호남 없는(배제한) 개혁'이 아닌 '호남(등 소외지역)+개혁(진보 연대)'으로 해결해야 한다. "지역을 기준으로 사고하는 것은 곧 지역주의로의 회귀를 의미한다"며 지역관념을 버리고 정책을 통한 개혁관념만으로 지역주의를 무너뜨리겠다는 발상은 한마디로 사기다. 따라서 이제는 말하자, "영남패권, 나쁘다!"고.
2007년 대선과 2008년 총선이 곧 다가온다. 저자는 이 두 선거가 "한나라당과 반한나라당의 싸움일 뿐만 아니라 호남과 영남개혁세력의 수십 년 갈등을 심판받는, 또는 위선과 부정의한 역사가 안정적으로 정착되느냐 마느냐를 가르는 결정적 분수령이 될 것이 틀림없다"고 말한다. 또한 "대한민국 정치가 만약 '영남패권주의 역사는 나쁘다. 이를 반복해서는 안 된다'는 이 간단한 명제에조차 합의하지 못한다면 그 상대가 영남이든, 노빠든, 진보든, 심지어는 호남이든 그 누구든 끝까지 싸우는 수밖에 없다. 이 싸움은 권력을 얻기 위한 싸움이 아니라 정의와 인권을 옹호하는 싸움이기 때문"이라는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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