지식의 충돌
페이지 정보
본문

도서소개
이 책에선 동일한 사안이나 주제라는 '연고지'에서 서로 상반된 해석이나 주장을 제출한 채 '시합'을 벌이고 있는 책들의 쌍을 만날 수 있다. 저자 권정관은, 같은 문제에 대해 상호 양립하기 어려운 정반대의 견해를 펴고 있거나 짐짓 서로의 주장을 겨냥해 비판의 화살을 날리고 있는 책들을 한 무대 위에 올려놓고 서로의 샅바를 맞잡게 한다. 이처럼 "같은 테마에 대해 상반되는 입장을 드러내며 서로 충돌하고 있는 두 책을 함께 읽"어가는 방식은 "마치 홑눈이 아니라 겹눈을 통해 대상을 바라보는 것과도 유사했고, 책과 책 사이에 여러 개의 골과 이랑이 여울져 새로운 사유의 지류들을 부단히 만들어내는 것과도 비슷한 것이었으며, 흡사 '양다리 걸치기'가 가져다주는 묘한 흥분마저 동반하는" 그런 책읽기였다고 저자는 말한다. 이 책은 바로 그러한 '더비 매치'식 독법을 통해 산출된 독특한 색깔의 서평 모음이다.
9쌍의 책들이 벌이는 시합을 관전하는 독자는, 각 쌍이 저마다 맞잡은 문제사안을 보다 입체적으로 들여다보게 되는 이득을 누릴 수 있을 것이다. 더불어 양자의 논지가 첨예하게 부딪치는 대결지점이 보다 도드라지는 가운데, 역으로 그 양자가 각기 자리하고 있는 바탕의 핵심이 보다 쉽게 간취되는 소득도 얻을 수 있다. 때로는 같은 사실자료에 대해 정반대의 두 해석이 나오거나 상반된 주장을 뒷받침하는 논거로 제시된 정보들이 같은 것이거나 해서 헷갈리기도 하고, 사실과 논리의 충돌이라 기대했지만 정작은 세계관의 충돌에 다름 아닌 대목이 보인다 할지라도, 이것이 문제사안에 대한 이해의 폭과 깊이가 보다 넓어지고 깊어지는 매력적 독법이란 사실을 해치지 못한다는 점은 분명해 보인다.
문명의 충돌 vs 문명의 공존
하랄트 뮐러는 『문명의 공존』 서두에서부터 새뮤얼 헌팅턴의 『문명의 충돌』을 겨냥한다. 헌팅턴은 세계가 이념적 양극체제에서 다극적 복수문명체제로 변환되는 상황에 놓여 있다고 보면서 '종교'를 중심으로 한 서구와 비서구의 문명충돌이론을 내세운 반면 뮐러는 헌팅턴이 가진 위기의식의 근저에 서구 문명의 쇠락과 함께 나타난 스스로의 불안이 내재되어 있음을 지적한다. '문명충돌이론'은 냉전체제 종식 이후 서구의 정체성에 대한 불안이 만들어낸 가상의 적, 즉 '완벽한 허구'일 뿐이라는 것이다. 저자 역시 헌팅턴의 문명충돌이론이 냉전체제의 정신적 구조물을 그대로 반영한 논리적 '퇴행'에 불과하다는 의견을 내놓는다. 헌팅턴의 충돌론에서 미국 공화당과 부시 대통령이 '퇴행적'으로 보이고 있는 오늘날의 보수주의적 입장을 간파해내는 내용도 흥미로운 대목이다.
중국의 붉은 별 vs 마오
'살아 있는 마오 신화'를 대표하는 애드거 스노의 『중국의 붉은 별』과 '포장된 마오 신화'를 대표하는 장융,존 핼리데이의 『마오』가 격돌한다. 저자는 대장정 당시의 숱한 신화 등을 담고 있는 『중국의 붉은 별』에 반하여 마오의 극단적 이면을 추적한 『마오』를 놓고 '신화'에서 '이성'으로 옮아갈 계기를 마련한 '바람직한 의미의 균열'이라 평가한다. 저자의 표현에 따르면 『마오』에서 묘사된 마오는 '인간쓰레기'에다 '악마의 광기로 점철된' 인물이다. 그러나 저자는 두 책이 가져다주는 정보의 균열지점에서 실체적 진실을 발견하는 데 대해 문제를 제기한다. 『중국의 붉은 별』에서도 홍군의 승리에 대해 회의적으로 언급하는 부분이 발견되고 있으며 『마오』에서 묘사된 '마오와 중국 인민' 역시 '가해자와 피해자'의 모습으로만 서술되는 단순성을 피해가지 못했기 때문이다.
영어를 공용어로 삼자vs 영어를 공용어로 하자는 망상
영어 교육에 대한 열기는 이미 한국 사회의 문제적 단면을 제공하는 하나의 화두로 자리 잡았다. 그럼에도 두 지식인이 '영어 공용화'라는 쟁점을 놓고 벌인 나름의 주장은 이를테면 '반미'와 같은 논리 바깥의 감정들에 의해 얼마간 외면되었던 것이 사실이다. 이에 저자는 복거일의 '영어공용화론'과, 이를 반박하는 조동일의 '표준영어론' 사이를 오가면서 각각에 내재된 논리적 근거와 현실적 가능성을 살핀다. 복거일에게는 '지구제국화'가 꼭 영어공용화에 대한 적절한 전제로서 작용하는가를 묻는가 하면 조동일에게는 일반 대중들의 영어 현실을 고려한 '표준영어'가 되어야 하지 않는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두 책을 통해서 나타나는 첨예한 논리적 충돌은 한국 사회가 갖는 언어적 스펙트럼을 좀더 확장시켜볼 수 있게 해줄 것이다.
진보와 그의 적들 vs나쁜 과학
기 소르망의 『진보와 그의 적들』과 매완 호의『나쁜 과학』은 각각 인류의 진보를 위한 유전공학과 금기를 넘어선 비윤리적 유전공학에 대해 말한다. 황우석 사태를 통해 경험한 바 있듯이 한국 사회가 유전공학을 바라보는 시선은 두 책의 충돌만큼이나 첨예하게 갈라진다. 오늘날의 유전공학은 복제양 돌리의 탄생과 유전자조작식품을 지나 마침내는 인간 복제에까지 이른 것이다. 저자는 양자의 대립을 객관적인 시각으로 바라보면서 유전공학에 대한 '근거 없는 오해'와 '계산된 위험'에 대해 폭넓은 해석을 제공해주고 있다.
저자소개
댓글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