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을 보는 열일곱 개의 시선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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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플라톤과 푸코가 격돌한다면?
흔히 사람들은 ‘철학’이라 하면, 세계와 인간의 본질을 탐구하는 학문이라 말하면서도 동시에 이를 구체적 현실과는 좀 동떨어진 고담준론쯤으로 여기곤 하는 것도 사실이다. 그런 탓에 학문으로서의 ‘철학’과 삶의 행위로서의 ‘철학하기’가 별개의 것인 양 분리되는 현상도 벌어진다. 이 책의 저자가 대중적인 철학에세이를 상재하면서, 특히 ‘정치’와 ‘사회’에 관련된 철학적 논의들에 집중한 까닭은 우리의 구체적인 삶의 현실에 막대한 영향을 미친 ‘철학의 힘’을 상기시킴으로써 그러한 편견을 깨고자 한 데 있다. 철학하기란 동시에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행위임을 재확인하고 있는 셈이다.
저자는 고대로부터 현대에 이르기까지 서양 철학사에 등장한 정치사회 관련 화두를 열일곱 개의 핵심 질문으로 정리해내고 있다. 현실 사회와 정치에 커다란 변화를 야기하는 데 선구적 단초가 되어준 철학적 질문들을 17개 장으로 나누어 설명해가는 방식을 택한 것이다.
다른 시대를 살았으되 같은 화두를 틀어쥔 철학자들
어떻게 진리는 권력과 결합되었을까? 왜 도덕과 정치가 분리되었을까? 어떻게 재산의 사적 소유가 정당화될 수 있을까? 이성적인 것은 현실적인가? 인간사회는 왜 불평등해졌을까? 정치공동체의 시민권은 왜 필요한가?…… “시대에 대해 비판적으로 생각하고 행동하기를 통해 당대의 미성숙에 책임지는 성숙한 개인들”이라 할 철학자들이 자기 시대와 직면하여 던져왔을 질문들이다. 그리고 이 질문들은 다시 다른 시대, 다른 지역을 사는 또 다른 철학자들에 의해 서로 만나고 공유된다. 이를테면, 최초로 진리를 정치세계의 실질적 권력과 결합시키려 한 플라톤의 정치철학적 기획은 말년의 푸코가 천착했던 권력과 진리의 확대재생산 구조에 대한 관심으로 이어진다.
의도적으로 저자는 이러한 구성 방식을 통해 17개의 각 질문들을 입체적으로 조명해 나간다. 즉, 고대의 소크라테스와 현대의 정치철학자인 아렌트가 한 무대에 등장하고, 15세기 이탈리아 도시상업국가 간의 분열을 통찰했던 마키아벨리와 20세기 이탈리아 북부와 남부의 분열을 성찰했던 그람시가 만나고, 진리와 권력의 문제에 천착한 고대와 현대의 대표적인 거장 플라톤과 푸코를 맞세운다. 그리하여 이들 철학자들이 앞선 시대의 질문을 계승하고 발전시키는 입장으로 만나기도 하며, 비판적으로 극복하는 상황을 연출하기도 하고, 완전한 반대 입장에서 대립하기도 하면서 그 질문들의 핵심 사상은 보다 입체적으로 드러나게 된다. 이로써 독자들은 철학하기가 왜 정치적이고 사회적인 행위인지를 알 수 있게 될 것이다.
‘생각하는 시민’이 되자
그런 의미에서 이 책은 고대와 현대를 넘나들며 단지 철학자들의 사상을 공부하라고 말하는 것이 아니라 우리 개인 스스로 한 사람의 철학자가 되어 철학하기를 실천하라는 요청을 담고 있기도 한 셈이다. ‘철학자’ ‘철학’이라는 말이 거창하다면, 이를 ‘생각하는 시민’으로 바꿔도 무방하다. 이 책에 등장하는 쟁쟁한 철학자들도 당대에는 저자의 말처럼 ‘한 사람의 시민’이었을 뿐이다. 다른 점이 있었다면, 철학적으로 생각하며 ‘낯선 시선’으로 세상을 보고자 했다는 것이다. 하지만 칸트가 말하듯 뛰어난 몇몇 사람의 성숙만으로는 세계를 바꾸지 못한다. 이 시대의 대중 집단이 성숙해질 때 진정한 변화가 올 수 있는 것이다. 다르게 생각하면 다르게 행동할 수 있다는 메시지에 다름 아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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