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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지식인들의 지식인’ ‘논평가들의 논평가’라 불리던 저자 강준만이 최근, 고종석의 말마따나 “‘현대사 산책’이나 ‘인간학 사전’ 같은 교양주의로 선회하며 거기서 자신의 새로운 역할을 발견”한 이래, 계속 붙들어온 작업들은 “결코 아름답거나 고상하지 않은 현실의 복잡다단한 문제들과 맞붙어 씨름을 해 볼 때에 비로소 ‘교양과 삶의 상호 소외’ 현상을 극복할 수 있을 것이다”(『한국인을 위한 교양사전』 머리말)는 문제의식의 소산이다. 이번 책 역시 한국 사회와 한국인의 특성에 관한 모색을 통해 ‘한국적 사회과학’의 한 유형을 더듬어보고자 한 『한국인 코드』의 연장선상에 놓이는 것이며, 동시에 지식과 정보를 축적해가는 능력이 점차 지식과 정보의 검색을 통해 새로운 정보를 생산해내는 능력으로 변화해가고 있는 오늘날에 가능한 또 다른 글쓰기 유형을 시험해보고 있기도 하다.
인간관계 행태와 유형의 파노라마
인간(人間)이란 말 자체에 사람 사이의 관계가 포괄되어 있듯이, 인간의 진면목은 어쩌면 그 관계살이에서 더욱 뚜렷이 드러나는 것인지도 모른다. 특히 “높은 인구 밀도와 특유의 정(情)문화를 갖고 있는” 우리의 경우, 숱한 개인적 사회적 갈등의 이면에는 왜곡된 ‘인간관계 커뮤니케이션’이 한몫을 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한국인론’이라는 거시적 조망으로 수렴되는, 한국인들의 인간관계 행태와 유형에 대한 미시적 접근을 부채살처럼 펼쳐 보이고 있다.
사랑, 불륜, 질투, 순결, 키스, 욕망, 열정, 감정, 체질, 싸움, 청춘, 나이, 효도, 호칭, 권위, 진실, 기억, 신념, 의리, 배신 등 20개 주제 아래의 서술은 각기 분절적 독립적이면서도 동시에 긴밀히 상호 연관된다. 예컨대 「청춘: 계급갈등의 DMZ인가?」를 보면, <민태원의 청춘예찬>에서 식민지 지식인의 패배감과 좌절감의 역설을 읽어내는 걸 시작으로 새로운 소비주체로서의 ‘청춘의 재구성’ 프로젝트를 말하는 <청춘예찬은 거대한 음모>, 그 음모에 붙들려버린 한국의 ‘젊음에 대한 강박’으로서의 <동안(童顔) 신드롬>, 그 밑바탕에 자리한 ‘오래된 것 박해 신드롬’의 이면 <새것 숭배 신드롬>, 거기에 뿌리를 둔 우리의 <코얼리어답터> 자질, 이로써 포착되는 <계급문제와 세대문제>로 마무리되는 식이다.
한국의 특별한 ‘청춘 예찬’은 ‘새것 숭배 신드롬’이 인간에게 적용된 것으로 보면 쉽게 풀린다. 과도한 ‘청춘 예찬’과 그에 따르는 ‘비(非)청춘 박해’의 사회적 효과는 ‘계급’ 문제를 ‘세대’ 문제로 바꿔치기 하는 것이다. 그런 점에서 청춘은 계급갈등의 비무장지대라고 할 수 있다. 청춘에겐 꿈이 있기 때문이다. 꿈의 특성은 통계적 자료에 의해 논박될 수 없는 것이다. 게다가 ‘새것 숭배 신드롬’이 지배하는 사회에선 사실 계급 갈등이 일어날 시간조차 없다. 장면이 워낙 후다닥 바뀌기 때문이다. (…) ‘청춘 예찬’이 계급 갈등을 약화시키는 건 한국 사회의 축복일 수도 있겠지만, 인간을 너무 빨리 폐품화하는 건 잔인한 일이다. 계급 갈등의 동력을 죽이기 위해 의도적으로 세대 갈등을 부추기는 건 나쁜 일이다.(146쪽-147쪽)
독자들은 이 책을 통해, 인간의 본질적 속성에 대한 몰이해가 서로의 소통에 매우 장애가 되어왔겠다는 점에 새롭게 주목하게 될는지도 모른다. 더불어 자신의 일상적 인간관계들을 한번 되짚어보면서, 백화점처럼 펼쳐져 있는 그 복잡다양한 양태들을 일별해보는 즐거움과 함께, 그간 미처 의식하지 못했던 그것의 사회적 관계망 속에서의 의미를 새삼 재인식하는 기회도 얻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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