삼색 공감
페이지 정보
본문

도서소개
정신과 의사로서 사람과 사회에 대한 전방위적 관심을 세밀한 관찰을 통해 놀라운 통찰력으로 풀어 써온 정혜신 박사의 칼럼집이다. 서문에서 ‘개별성 안에 보편성이 있다는 사실을 믿는다’고 밝힌 저자는 그 보편성에 내재하는 키워드인 ‘공감’을 통해 세상과의 소통을 시도한다.
이 책은 사람 공감/ 관계 공감/ 세상 공감 이렇게 세 부분으로 나누어져 있다. 첫 번째 사람 공감에서는 심리평전이라는 독특한 장을 열어낸 저자의 내공이 그대로 드러난다. 정치인, 기자, 예술가, 경제인 등 여러 분야에서 활동하는 이들의 삶을 정신분석학의 개념을 빌려와 분석한다. 두 번째 관계 공감에서는 때론 따뜻하게 때론 매섭게 사회 현안을 분석하면서, 더불어 행복하게 살아가는 사회를 위해 최소한의 노력을 보태자고 독려한다. 세 번째 세상 공감에서는 우리 삶과 떼려야 뗄 수 없는 정치를 다루면서 정치를 대하는 바른 태도와 정책을 비판하는 올바른 시선을 고민해보는 기회를 준다.
정신분석학의 바탕 위에서 사람, 관계, 세상을 읽어내는 정혜신의 힘!
한국 최고의 비즈니스 맨이었던 김우중 전 회장의 추진력에서 저자는 병적인 자아팽창의 흔적을 발견하고, 상황을 긍정적으로 받아들이는 것보다 더 우선시되어야 하는 것은 상황을 ‘있는 그대로’ 인식하는 것이라고 말한다(‘할 일이 많은 것도 병이다’). 축구천재 차범근의 아들이라는 숙명에 짓눌리지 않고 축구를 통해 작은 성공을 거둔 차두리를 보면서는 양가감정을 침착하게 극복하여 아버지와는 다른 자신을 보여주는 그의 존재에 박수를 보낸다(‘특별한 아버지의 건강한 아들’). 인적 네트워크의 귀재라고 불리는 최규선의 대인관계가 오히려 한없이 취약하다는 느낌을 받는다며, 그것은 최규선의 자기애적 성격장애 때문이라고 진단한다(‘주전자의 물은 나를 위해 끓는다’). 장애해방운동가 고 최옥란의 자살을 접하고는 장애인에 대한 ‘본질적 신뢰(세상이 나를 받아들였으므로 나는 가치 있는 인간이다)’가 없는 우리 사회를 질타하며, 99마리의 양을 내버려두고 잃어버린 한 마리의 양을 찾아나서는 목자의 행동은 정신분석적으로도 매우 현명한 행동이라고 말한다. 이때 길 잃은 한 마리를 포기하지 않는 목자를 보면서 99마리 양들의 마음에 본질적 신뢰가 자리잡기 때문이란다(‘베이직 트러스트’).
참여연대와 아름다운 재단의 최저생계비 체험 캠페인을 보면서 저자는 절실한 체험을 한 이들은 공감의 폭이 커지게 마련이라며, 사회적 공감력을 키우기 위한 ‘체험의 활성화’는 하나의 제도적 대안일 수 있다고 말한다. 인간에 대한 최소한의 공감을 갖춘 정책과 그렇지 않은 정책은 책상 위에서는 종이 한 장 차이지만 현장에서는 백과사전 두께만 한 차이를 보인다는 것이다(‘사회적 공감력의 척도’). 사법부의 과거사를 정리하겠다는 이용운 대법원장의 발표를 환영하면서 저자는 진도간첩단 행불자사건에 연루되어 사형당한 김정인의 호소문을 인용하는데, 그의 무고함을 생각하면 맞춤법도 맞지 않는 그 짧은 호소문만으로도 눈물이 흐른다(“아무런 증거도 없는 것을 가지고 채고형까지는 너무나 가하지 않습니까. 넓으신 마음으로 이 못난 소인을 한번 살려주세요. 판사님 형법에 의한 벌만 주싶시요. 판사님…”). 결국 김정인은 사형당했고, 사람들의 기억 속에서 사라졌지만, 명예는 회복해주어야 한다고 주장하는 저자의 목소리에는 사법권이 무고한 개인의 가슴에 심어놓은 한과 억울함을 보듬어야 한다는 강한 의지가 실려 있다(‘판사님, 제발 법대로만…’).
김선일 씨 피살사태를 보면서는, 대한민국이라는 나라가 국민을 학대함으로 해서 결과적으로 국가에 대한 병적인 집착을 유발하는 나라가 아닌가 하는 직업병적인 의혹에 휩싸인 채 국가를 관리하는 이들에게 묻는다. 도대체 우리에게 왜 이러는가.(‘국민을 학대하는 나라’). 정신분석학은 ‘환자는 항상 옳다’는 대전제에서 출발한다면서 의식 수준에서는 비논리적인 환자의 말이나 행동이 무의식 수준에서는 핵심 동기를 드러내는 일정한 법칙이 존재한다는 전문적인 견해를 바탕으로, 민심이란 본질적으로 민중의 무의식이 투사된 개념이므로 민심은 언제나 옳다고 생각한다면서 ‘민심과 동떨어진 대통령’이란 비판을 받는 노대통령의 ‘알고 있지만 거역할 수밖에 없다’는 반응을 비판한다. 대통령 노무현의 진정성은 의심하지 않지만 민심을 정확하게 읽는 일과 진정성은 별개라는 것이다. 민심과 동떨어진 대통령이란 비판에 대해 ‘역사적 책무’ 같은 비장한 멘트로 대응할 게 아니라 자신의 인식이나 사실판단에 오류가 있는 것은 아닌지를 심사숙고해달라고 청한다(‘국민의 무의식은 언제나 옳다’).
이제는 정신과 의사뿐 아니라 전방위적 지식인이자 칼럼니스트로 활동 중인 정혜신의 눈으로 타인과 세상을 바라보는 경험을 한 독자들은 그의 생각에 120% 공감하게 될 것이다.
저자소개
댓글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