정치인을 위한 변명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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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정치하는 눔들, 사실 다 도적놈들이지, 안 그려?” “멀쩡한 사람도 정치판에만 들어가면 왜 다들 그 모양이 되지?” 최근 청계천 복원 공사 비리와 관련해 사람들의 말밥에 오른 이명박 서울시장이나 ‘디시인사이드’에 자신의 갤러리 개설을 요구했다가 네티즌들의 집중 질타를 받는 임종석 의원의 경우를 들지 않더라도, 이런 소리 한번 내뱉지 않거나 들어보지 못한 사람은 없을 것이다. 도대체 왜 다른 분야에서 활동할 때에는 뛰어난 기업가로, 훌륭한 민주투사로 좋은 이미지를 가졌던 사람들이 정치인이 되고 나면 ‘딴판’이 되는 걸까? 아니, 과연 그들이 정말 바뀌긴 한 걸까? 정치인이란 원초적으로 그런 속성을 지닐 수밖에 없는 건가?
정치인이란 말이 거의 욕설이나 경멸어가 되다시피 한 현실이 말해주듯이, 사람들은 정치인을 하나의 특별한 종족으로 분류하고 그들은 모두 똑같다고 생각한다. 정치인을 싸잡아 비난하는 이러한 고정관념은 어떻게 생겨났으며, 왜 지속되고 있고, 또 얼마나 합당한 것일까? 여기엔 실제와 다른, 부당한 편견은 없는가? 정치인들에 대한 일상화된 비난이 결국 우리에게 가져다주는 것은 또 무엇일까? 이 책은 학자 출신 현역 정치인인 저자가 자신의 정치현장 경험을 토대로 이러한 질문들에 답을 해나간 것이다.
문제는 ‘정치인’이 아니라 ‘정치 시스템’이다
저자는 현실 정치를 예로 들어 현재 정치인의 모습이 만들어진 원인과 과정을 따져보고, 우리가 정치인에 대해 가지고 있는 모순적인 사고를 관찰한다. 현실을 들여다보면, 정당은 한목소리를 내야 한다는 일치에 대한 강박으로 정치인 개개인의 의사를 억압하고, 의회 구조는 정치인에게 줄서기를 강요한다. 매스컴은 음모․기회주의․적대감 등이 정치계에만 있는 양 비난하고, 정치인을 무차별적으로 일반화시킨다. 국민은 신뢰하지 않는 당과 정치인을 계속 뽑아주면서 그들이 바뀌지 않는다고 비난한다. 각종 국제협약은 각국 정치인들의 개별적 이견들이 힘을 가질 수 없도록 강제한다.
이런 현실을 짚어 나가면서 저자는, 온갖 정치 문제의 중심에는 ‘정치인’이 있는 것이 아니라 ‘정치 시스템’이 자리하고 있음을 확인시켜 준다. 예컨대, 세계에서 두 번째로 강한 집단이었고 정치 지도부의 능력도 부족함이 없었던 소비에트연방이 붕괴했다. 그 이유는 바로 내부에 민주적 요소가 없었기 때문인데, 오늘날 자본주의 국가의 운명도 이와 크게 다르지 않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정치기구 시스템 안에서 점차 민주주의 의식이 붕괴되고 있으며, 민주주의의 사회적 역할이 간과되고 있다는 것이다. 여기에 ‘정치(인) 혐오’를 부추기는 풍토가 서로 꼬리를 물며 악순환의 고리를 이루는 형국이다. 게다가 NATO, WTO, EU 등이 각국의 헌법과 민주주의를 넘어서는 권한을 지니게 됨으로써 정당과 의회는 자국의 이익을 위한 결정을 내릴 수도 없는 세상이 되어버렸다. 이런 상황에서 모든 문제의 책임을 정치인에게만 묻는 건 부당하다는 것이다.
정치인 없는 ‘새로운 정치’?
그렇다면 대안은 무엇인가? 먼저 안으로는 민주주의 헌법 시스템이 몰락하기 전에 복잡한 정치 구조망을 없애는 개혁이 필요하다. 의회민주주의․분권민주주의를 확립하고, 민주주의 헌법이 정치적 원칙으로 자리잡도록 해야 한다. 밖으로는 국가 차원의 권한을 새롭게 확정하고, 각국이 자기 보존을 위한 민주주의적 자기결정권을 가질 수 있어야 한다. 글로벌 통치는 민주주의와 양립할 수 없으며, 개별 국가의 사회적․경제적․환경적․정치적 문제를 해결할 수 없기 때문이다. 이를테면, WTO 협정을 무시하는 것은 전쟁을 위해 UN 헌장을 위반하는 것보다 훨씬 정당하다는 것이다.
또한 저자는 정치인들을 5가지 유형(권력가, 정열가, 사회활동가, 나르시시스트, 이익대표자)으로 분류하면서도, 최소한 정치적 이상에 대한 열정을 잃었다면 더 이상 정치를 하지 말아야 함을 정치인에게 주문한다. 동시에 국민들 역시 정치에 있어 윤리적 원칙과 정치적 가치는 선택의 문제라는 것을 인정해야 된다고 말한다. 피상적이고 일반화된 정치인 비판은 개별 정치인의 차이를 묵살함으로써 결국엔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실망으로 이어져 ‘정치인 없는 새로운 정치’를 요구하는 모순을 낳게 된다는 것이다. 물론 여기에 매스컴 역시 정치적 상투어로 정치에 대한 무관심을 부추김으로써 대중의 ‘정치 참여’를 가로막지 말 것을 주문한다. 그럴 때에만 미래 지향적인 정치(인)에 대한 이해를 확장시킬 수 있으며, 정치과 정치인을 경멸하는 대세를 거스르는 진정한 정치 참여가 시작될 수 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정치적으로 올바른 정치인’을 위하여
‘정치’에 대한 토론만큼이나 ‘정치인’에 대한 토론이 중요하다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따라서 이 책의 미덕은 현실 정치의 어떤 점을 비판하고 개선해야 정치를 바로 세울 수 있는지를 알려주는 동시에 정치와 정치인에 대한 모호한 인상을 조목조목 정리해준다는 데 있다. 또한 독일 정치를 논의의 대상으로 하고 있지만, 등장하는 정치인과 정치적 사건들은 우리의 현실 속에서도 쉽게 대입해볼 수 있는 사례들이란 점이다. 이 책을 통해서 독자들은 정치와 정치인을 평가하는 기준을 새롭게 정립하고 정치적 상투어가 갖는 공허함을 깨닫게 될 것이며, 정치를 행하는 정치인이라는 ‘종족’이 걸어온 파멸의 길을 되짚어봄으로써 정치적으로 올바른 정치인의 탄생을 위해서, 그리고 정치적으로 올바른 정치의 탄생을 위해서 우리 사회가 무엇을 해야 할지를 알게 될 것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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