역사를 보는 눈(개정증보판)
페이지 정보
본문
도서소개
오늘 우리가 살고 있는 세계를 어떻게 바라볼 것이며 어떻게 살아갈 것인가? <세상을 읽는 눈> 시리즈는 세계에 대한 깊은 해석과 자기 나름의 관점을 가지기 위해 통과해야 할 필수 입문교양서 시리즈이다. 흔히 입문서를 무시하고 건너뛰는 경우가 많은데, 어린아이가 한번에 노인의 혜안을 가질 수 없는 것처럼 학문적 성찰의 깊이는 그렇게 바로 깊어지는 것이 아니다. <세상을 읽는 눈> 시리즈는 전문지식이 없는 일반 독자들과 더불어 좀더 깊이 배우고 싶어하는 초보 전공자들의 눈높이에 맞춰 세계를 보는 바른 안목을 기를 수 있도록 할 것이다. 앞으로 문화,경제,사회 등 여러 분야 걸쳐 즐거운 지식의 세계로 안내할 책들을 펴낼 예정이다.
노련한 문체로 풀어낸 빼어난 역사 입문서
『역사를 보는 눈』은 일본 NHK 방송의 교양특집 프로그램에서 강연한 방송 원고를 도쿄대(東京大) 명예교수인 호리고메 요조(堀米庸三)가 다시 책으로 집필해 출간한 것이다. 출간 이후 70쇄를 거듭하는 경이적인 판매부수로 일본 서점가에서 최장기 베스트셀러로 자리잡고 있는 본격적인 역사 입문서이다. 또한 역사와 역사학에 대한 근본적인 의문과 쟁점들을 풍부한 예화와 석학다운 노련한 문체로 풀어내 역사학자와 일반 독자들의 열광적인 찬사를 얻으며 '역사 대중화' 붐을 일으키기도 한 화제의 책이기도 하다.
E.H 카아의『역사란 무엇인가』와 함께 역사 입문서의 고전으로 자리 잡은 이 책의 저자는 역사에 대해 상반된 반응을 보이는 독자들을 염두에 두고 이 책을 썼다고 밝히고 있다. 하나는 문자(文字)로 된 것이면 아무런 의심도 없이 일단 실재(實在)라고 믿어버리는 타입의 사람들이고, 다른 하나는 머리 속에서 끊임없이 역사에 의문부호를 찍어대는 타입의 사람들이다. 이 두 종류의 사람들에게 역사라는 학문의 성격과 의미를 알려주기 위해 저자는 풍부한 역사적 사실과 적확한 해설로 역사의 중요한 포인트를 짚어내고 있다.
이 책은 역사에 대한 전문지식이 없는 중·고등학생과 일반 독자들도 쉽게 역사라는 학문에 다가갈 수 있도록 구성되어 있다. 특히 독자들은 난해한 역사이론들의 쟁점을 간결하게 요약·정리하여 알기 쉽게 풀어내는 저자의 탁월한 강의를 통해 역사란 과연 무엇이며, 오늘 우리에게 어떤 의미인가를 진지하게 고민할 수 있게 될 것이다. 실제로 저자는 마르크스나 로스토우의 역사 발전 단계론을 비판적으로 검토하면서, 가족에서 UN에 이르는 '평화단체의 점진적인 발전'을 내용으로 하는 자신만의 독특한 역사구분론을 펼쳐 보이고 있다.
예화로 조감하는 역사에 대한 안목
구체적이고 생생한 역사적 사실을 통해 역사학의 논점을 풀어내는 다음과 같은 대목을 접하게 되면 역사를 보는 눈이 얼마나 중요한가를 확인할 수 있다.
이를테면 독일 제국의 분열상과 프랑스의 강력한 왕권을 비교하면서 독일의 황제들이 대부분 단명한 반면 프랑스의 왕들은 장수를 누렸기 때문이라는 해석을 누군가가 내렸다고 하자. 이런 설명이 옳다고 하면 이것은 역사의 발전이 '우연'에 좌우됨을 보여 주는 훌륭한 실례가 되겠지만 조금 더 깊은 접근, 예를 들어 왜 독일의 황제들은 하나 같이 모두 단명으로 끝났을까 하는 의문을 제기해 본다면 어떨까?
당시의 독일은 오늘날의 독일만이 아니라 스위스, 브루고뉴, 이탈리아, 시칠리아에 걸친 거대한 신성로마제국을 형성하고 있었고 정비된 관료나 군대조직도 없었다. 당연히 거대한 제국을 다스리는 데는 엄청난 육체적 노력이 들지 않을 수 없었다. 실제로 중세에서 독일의 황제들처럼 1년 내내 기후와 풍토가 다른 지역으로 여행을 계속한 지배자는 없었다. 그들은 처음부터 단명으로 끝날 수밖에 없는 운명을 짊어지고 있었던 것이다. 사정이 여기에 이르면 독일의 황제는 이러한 대제국을 다스리면서 왜 좀더 효율적인 정치 조직과 군사제도 같은 시스템을 마련해두지 못했는가 하는 정치사회적인 문제가 대두되게 된다. 즉 그러한 일반적인 역사상의 조건들을 전제로 할 때에야 비로소 '지배자의 단명과 장수'라는 문제가 고려될 수 있는 것이다.
― 제8장 「우연이란 주어진 것이라기보다 판단하는 것이다 - 역사의 필연과 우연」중에서
이 책의 구석구석에는 역사학의 대가가 진솔하게 고백하는 역사와 역사학에 대한 뜨거운 애정이 숨쉬고 있다. '왜 우리는 역사를 읽고, 우리 자신의 역사도 아닌 서양사를 공부하는가' 라는 '평생에 걸친 질문'에 대해 저자는 다음과 같이 대답한다.
"어떤 나라의 역사 혹은 어떤 시대의 역사를 공부하든지 그것은 사실 우리 자신이 서 있는 현재의 장(場)을 밝히고, 그로부터 미래에 대한 결단과 태도를 결정하기 위한 교훈을 이끌어 내기 위함이다. 따라서 역사에 대한 관심은 결국 그 근본에 있어서는 항상 현재의 우리가 직면하고 있는 실천적 과제와 맞닿아 있는 문제이다."
과거의 역사가 단지 과거의 일만이 아니라 당장 오늘 우리의 현실과 맞닿아 있으며, 미래에 중요한 교훈이 된다는 사실을 지적하고 있는 것이다.
역사, 무(無)에다 의미를 부여하려는 불가능한 시도
저자 호리고메 요조는 '역사란 무엇인가'를 물었던 수많은 역사가들의 질문과 대답을 다음과 같이 아우른다. '과거의 총체'로서의 역사와 '그것이 기록된 역사서'로서의 역사라는 단순구분은 지양되어야 한다. 후자는 '역사는 역사가가 만드는 것'이라는 극단적인 생각으로 연장되어 역사와 역사학의 일면을 그리고 있긴 하지만 그것으로 부족하고 '과거 사실의 총합으로서의 역사'는 우리에게 혼란과 허무를 줄 뿐이라는 것이다. 실제로 우리의 역사는 두 가지의 양극단 사이에서 진동하고 있으며 그것은 '일어나다'와 '쓰다'라는 의미를 동시에 가지는 역사라는 말의 어원이 의미하는 바이기도 하다는 것이다. 결국 역사는 우리 인간이 이해할 수 없는 무(無)의 영역에 일정한 제한을 가하고 그 안에서 의미를 구하려는 하나의 불가능한 시도인 것이다. 자신이 완전히 무의미하다는 것을 참을 수 있는 인간은 존재하지 않으며, 또한 인간의 삶에 의미를 부여하기 위해서는 그에 앞서 세계에 의미를 부여하지 않으면 안 되기 때문이다. 그러므로 역사 속의 우리와 우리 속에 들어 있는 역사와의 대면을 포기하지 않으려면 상대적이고 가설적인 진실을 쌓아 가는 역사의 길에 함께 나서야 한다는 것이다.
저자소개
옮긴이 박시종: 성균관대 사회학과 대학원을 졸업했으며, 현재 성균관대학교 사회복지학과 겸임교수, 열린사이버대학 전임교수로 재직 중이다. 역서로, 『마르크스-엥겔스 전집』 세계화와 복지국가의 위기』 『복지국가는 해체되는가』가 있다.
댓글목록