경제뉴스의 두 얼굴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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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이 책『경제뉴스의 두 얼굴』에서 저자는 이런 질문으로 시작한다. ‘경제뉴스의 시대, 과연 독자는 행복한가?’ 아니, 보다 직접적으로, ‘경제뉴스의 시대, 독자는 여전히 어리석게 살아야 하는가?’
이제 우리 생활에서 경제뉴스의 지대한 영향력은, 일간신문에서 가장 많은 지면이 경제면에 할애되고 있다는 점과 전체 기자 중 경제분야를 담당하는 기자의 수가 가장 많다는 사실에서도 단적으로 입증되고 있다. 하지만 이는 거꾸로 경제의 힘, 즉 소위 ‘돈의 힘’이 언론에 더욱더 큰 영향력을 행사할 수도 있다는 것을 의미한다.
예를 들어, ‘도대체 광고야, 기사야?’ 하고 독자를 짜증나게 만드는 홍보성 기사가 상당한 지면을 차지한다거나, 대기업의 비리를 폭로하는 기사가 거액의 광고와 맞바꾸기가 된다거나 하는 등의 여론 왜곡이 경제면에서 종종 벌어지게 되는 것이다. 이 같은 왜곡의 심각성은 결국 경제구조의 모순과 분배의 불평등을 더욱 강화하고 고착하는 방향으로 경제의 흐름을 이끌어가게 된다는 데 있다.
이러한 문제의식을 바탕으로 저자는 우선, 경제뉴스가 독자를 속이고 있는 다양한 양태들을 구체적인 자료제시와 더불어 살펴본 뒤, 그러한 왜곡이 일어나는 구조적인 문제를 지적하고 그 대안을 모색한다. 이때 저자의 시각은, 단지 독자의 피부에 와 닿는 일상생활에서의 왜곡 보도에 머물지 않으며, 외환위기 당시 언론의 행태에 관한 치밀한 추적에까지 이른다. 즉 미시적인 시각과 거시적인 시각을 동시에 보여줄 뿐만 아니라 그 두 시각을 하나의 일관된 맥락 하에 유지함으로써 독자로 하여금 보다 일관된 비판적 시각을 기를 수 있도록 도와준다.
화려한 유혹과 은밀한 배신
‘풍부한 경제정보와 탄탄한 경제지식’, 이것이 경제뉴스가 독자를 유혹하는 화려한 손짓이다. 하지만 실상은 ‘은밀한 배신’이라고밖에 이름붙일 수 없다. 가장 두드러진 예가 바로 ‘기사로 둔갑한 광고’이다. 단지 광고 판매를 목적으로 마련된 기사 아닌 기사 ‘광고특집’, 누가누가 더 광고 많이 실어줬나로 선정되는 ‘히트상품’, ‘맞거나 말거나’ ‘기사거나 광고거나’ 신경 안 쓰고 써대는 무책임한 재테크 기사들, 게다가 한편으로는 ‘명품’ 수입을 비판하면서 다른 한편으로는 ‘명품의 미덕’을 앞세운 특집지면을 마련하는 식의 겉 다르고 속 다른 행태들까지. 이외에도 늘 서민의 대변자연하다가 막상 이해관계가 걸린 문제에서는 기득권층의 이해만을 일방적으로 옹호한다거나, 객관적인 자료들을 자의적인 목적으로 왜곡한다거나, 확정되지도 않은 사안을 마치 기정사실인 양 보도함으로써 피해를 초래한다거나, 아무런 문제제기 없이 정부나 기업의 발표를 그대로 지면에 옮기는 등의 행태는 그야말로 ‘은밀한 배신’을 넘어 ‘노골적인’ 배신이라 할 수 있지 않을까.
그러나 이것만으로 끝나는 것은 아니다. 더 큰 문제는 이런 은밀한 배신들이 결국 국가경제까지도 ‘말아먹을’ 수 있다는 점이다. 저자는 외환위기의 시기가 닥쳐왔을 당시의 여러 사안들, 즉 한보 사태에서부터 기아,대우 사태, 그리고 최근의 현대 사태에 이르기까지 언론의 보도 행태에서 드러난 은밀한 배신들을 치밀하게 추적함으로써, 자칫 간과하기 쉬운 일상 경제생활에서의 왜곡보도가 결국 어떠한 결과를 초래할 수 있는가를 보다 선명하게 제시하고 있다.
할말은 하는 언론, 할말은 하는 독자
그렇다면 경제뉴스는 왜, 그리고 어떻게 왜곡되는 것일까? 이에 대해 저자는 본인이 직접 실시한 각계 전문가 대상 설문조사를 바탕으로, 사적인 이해관계가 논조를 좌우한다는 점, 정확한 확인 없이 기사가 쓰여진다는 점, 그저 발표자의 입에만 의존하는 중계보도, 부풀리고 비틀어서 감정적으로 호소하려는 선정적인 보도, 시류에 따라 말을 바꾸면서 시치미 뚝 떼는 행태, 탐사보도의 부재 등을 꼽으면서, 과연 어떻게 달라질 것인가라는 질문을 던진다.
우선 저자는 기자들의 반성을 촉구한다. ‘무식하고 부패한’ 기자라는 오명을 벗기 위해 먼저 스스로 변해야 한다는 것이다. 그 다음으로는 공정한 언론시장의 형성과 편집권 독립을 제시한다. 그러나 저자가 무엇보다도 중요하게 여기는 것은 바로 독자이다. 독자야말로 진정 언론의 변화를 가져올 수 있는 유일한 모체이기 때문이다. 인터넷시대의 쌍방향 의사소통과 같이, 이제 독자는 단지 독자가 아니라 언론의 파트너가 되어야 한다. 그리고 그렇게 어리석은 모습에서 벗어나 할말은 하는 독자가 될 때에야 비로소 겉만 번지르르하던 언론도 정말 할말은 하는 언론이 될 수 있는 것이다.
저자소개
경향신문과 국민일보에서 사회부,경제부 기자로 14년여 동안 일했으며, 현재 KBS라디오 <생방송 열린 아침> 등에서의 시사 및 경제 해설과 경향신문 정동칼럼 집필 등 프리랜서 칼럼니스트로서 활동하고 있다. 또한 서울대 국제금융연구센터 연구위원으로 재직 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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