포스트 양김 시대의 한국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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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2003년 김대중 정권의 시한이 종료됨으로써, 10년에 걸친 김영삼, 김대중 양김정권이 드디어 막을 내리게 된다. 이젠 듣기조차 지긋지긋한 그 ‘양김 정치’의 시대가 우리 정치사에서 사라지게 되는 것이다. 그렇다면 이제 곧 닥친 ‘양김, 그 이후’의 우리 정치는 과연 무엇일 수 있고, 무엇이어야 하는가?
양김 정권은 단순한 부정의 대상이 아니다. 긍정과 부정이 뒤얽힌 이중성과 모순 그 자체이기 때문에, ‘포스트 양김’은 결코 앉은 자리에서 그냥 얻어질 수 있는 것이 아니라, 힘겨운 몸부림, 그것도 극복과 승계가 뒤얽힌 이중적 몸부림을 통해서야 비로소 획득될 수 있는 그 어떤 것이 될 수밖에 없다. 그렇다면 과연 무엇을 극복할 것이고, 무엇을 승계할 것이며, 거기에 더 보태져야 할 것은 무엇인가?
계몽적 계기, 그리고 흩어진 관점의 복원
극복과 승계의 이중적 몸부림에 대한 요청은 분명 양김정권의 이중성과 모순에서 기인하지만, 그 몸부림을 위한 방향성 혹은 관점은 오히려 그 이중성과 모순 때문에 가려지고 희석되고 흩어져버린다. 단적으로 말해서, 양김정권을 통해 ‘민주’라는 당위가 ‘반민주’라는 현실과의 조합 속에서 그 빛을 잃게 됨으로써, 결국 양김에 대한 반감과 더불어 향후 지향성의 실종을 초래하게 되었다는 것이다. 하지만 보다 정확히 말하자면, 이는 오히려 양김정권에 이르러서야 비로소 우리의 민주정치가 자기 계몽적인 단계에 접어들게 되었다는 점을 의미한다고 볼 수 있다. 따라서 이제 무엇보다도 우선적으로 요청되는 것은, 그 흩어져버린 관점을 복원하고, 그 관점 하에 역사를 복원함으로써 현재 한국정치의 지형을 보다 정확하게 그려내는 것이다.
『포스트 양김 시대의 한국정치』에서 저자 정대화가 복원하는 관점은 두 가지이다. 해방 이후 민주화운동의 관점, 그리고 개항 이후 20세기의 관점. 해방 이후 민주화운동의 관점은 양김정권을 과도기 정권으로 자리매김한다. 즉 양김정권을 통해 민주화가 이루어지긴 했지만, 그것은 굳이 이름을 붙이자면, 여전히 ‘권위적이고 통제적인’ 민주주의라는 것이다. 따라서 여전히 구세력과의 권력적 타협, 지역주의, 정치개혁의 지연 등이 극복해야 할 문제점으로 남는다. 한편 개항 이후 20세기의 관점은, 현 한국정치의 정체성 자체를 드러내는데, 그것은 바로 진보가 실종된 보수 일변도의 기형적 정치구도, 그리고 이로부터 초래되는 분단 정치의 고착화이다. 따라서 진보정치의 복원, 그리고 정상적인 정치지형의 복원, 나아가 통일정치의 복원이 중요한 과제로 부각된다.
정치참여의 확대와 개방적 참여민주주의의 실현
이러한 관점 하에 저자가 제시하는 포스트 양김 시대의 한국정치가 나아가야 할 방향은 결국 ‘권위적 통제민주주의’로부터 ‘개방적 참여민주주의’로의 이행으로 집약되는데, 이는 다시 다음 세 가지의 과정을 함축한다.
우선 ‘독점과 차별과 소외의 낡은 정치구조를 마감’하는 것이다. “독점의 정치구조가 차별의 정치구조를 잉태하고, 독점과 차별의 정치구조가 광범위한 사회적 소외를 유발했다면, 반대로 독점적 정치구조의 해체는 차별의 정치를 해체하고 사회적 소외를 극복하는 계기가 되는 것이다.”(271쪽)
또한 한 사람의, 한 사람에 의한, 한 사람을 위한 낡은 정치를 타파하는 방법으로 ‘국회 중심의 원내정치 활성화’를 제시한다. 여기서 한 사람이란 한국정치에서 절대 권력을 가질 수 있는 대통령만을 지칭하는 것이 아니라 하나의 정당 내에서 제왕처럼 군림하는 ‘보스정당’ 구조의 총재까지를 포함하는 것이다. 한 사람이 정당을 좌우한다는 것은 결국 한 사람이 국회를 좌우하는 것과 다를 바 없는데, 이를 극복하기 위한 방법으로 저자는 “국회에 대한 정당의 영향력 축소, 원내총무의 지위 격상, 의원총회의 의결기구화” 등을 주장한다.
그리고 한국전쟁과 박정희 쿠데타 이후 더욱 급속하게 편향되어온 한국정치의 지형을 넓히기 위해 ‘진보와 보수가 공존하는 이념적 균형의 정치’를 제시한다. 사실 한국전쟁 이후 한국정치에서 ‘이념 대립’이란 말은 공상에 불과했다. 엄밀히 말해 그동안의 한국정치에서 좌익과 우익, 혹은 보수와 진보의 갈등이란 것은 애초에 없었으며, 오히려 그것은 ‘이념 대립’이라기보다 ‘이념 청소’에 다름 아니었다고 저자는 주장한다. 대립하고 투쟁했던 것은 독재자 대 (보수적) 민주주의자들이었다. 이러한 우편향적인 이념의 지형을 깨는 것이 양김이 끝내 타파하지 못했던 지역대결구도를 넘어설 수 있는 가장 바람직한 방법이라는 것이다.
“보수 일변도의 정치구조에서 보수정치가 독점한 정치영역의 일부를 진보정치가 나누어 담당하면서 이념적 균형을 달성하게 되는 보혁구도의 등장은 우리 정치가 경직된 이념적 편재성에서 벗어나 고도로 산업화된 한국 자본주의의 요구에 능동적으로 대응하기 위한 최소한의 변화일 뿐만 아니라 시야를 넓혀 민족의 숙원인 남북간의 평화정착과 민족통일을 위해서도 매우 바람직한 일이라 할 수 있다.”(284쪽)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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