노무현의 색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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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이 책은, 대통령직이란 엄청난 직장을 잡겠다고 도전하는 사람들에겐 평범한 사람들과는 다른 그 무엇이 있는 걸까 하는 소박한 호기심에서 출발됐다. 이러한 궁금증을 '사례연구'의 방식을 통해 해소해보기로 하고, 그 연구대상으로 정치인 노무현을 선택하게 됨으로써 그 결과는 자연스레 '노무현의 재발견'으로 이어졌다.
여기서 노무현을 연구대상으로 삼게 된 핵심적 이유는, 그가 짧지 않은 정치이력에다 상당 기간을 유력 정당의 대통령 후보로 활동해왔음에도 여전히 사람들에겐 '생소한' 정치인이라는 점 때문이었다. 이 '명목 인지도'와 '실질 인지도' 사이의 괴리가 어느 대통령직 취업희망자들보다 들여다볼 거리를 많이 제공해주리란 기대를 갖게 했던 것이다.
노무현 재발견의 접근로
1. 말과 몸을 함께 읽기:
그간 노무현은 선거 공약이 됐든 미래 청사진이 됐든 숱한 말들을 쏟아냈고, 그것이 언론을 통해 소개되어왔다. 그러나 한 인물의 자질과 역량을 판단하는 데는 그러한 공약이나 청사진보다는 그것이 나온 배경, 즉 그의 사고나 철학을 들여다보는 일이 더 중요하다. '말'로써 쏟아내는 거대담론과 '몸'에서 배어나는 인성(人性)을 함께 읽을 때만이 그 판단이 온전할 수 있기 때문이다. 따라서 이 책에선 노무현의 평소 습관, 생활 태도, 기질, 기호 등과 같은 미시적인 부분에 특히 주목했다.([1.현미경으로 본 노무현]) 이는 '막말' 시비 등에서 비롯된 '가볍다' '튄다' '감이 못 된다'라는 식의 선입견들이 과연 타당한지 검증하는 기회도 될 것이다.
2. 주류 인맥망에서 배제된 정보 찾기:
한국이 '인맥 사회'임을 부인할 수는 없다. 노무현은 그의 출신성분(고졸 학력) 때문이든 정치판에서의 독자 노선 때문이든 어느 그룹에서나 '주류'이기보다는 '주변부'였다. 이는, 민주당 국민경선 직후 한 언론사 기자가 "노 후보가 당선되니까 우리 회사 간부들이 어리둥절해 하더라고요. 밥 한 끼 같이 먹어본 사람이 없었다는 거예요."(137쪽) 했다는 데서도 반증된다. 그런데 문제는, 그렇게 '비공식적'으로 알려진 정보가 별로 없다는 게 때론 치명적일 수 있다는 점이다. 주류 인맥 사회에서 '면식 없음'은 '반감'과 동의어이기 때문이다. 더구나 '누가 좋아서' 그에게 지지표를 던지는 게 아니라 '누가 싫어서' 그 반대편에 표를 던지는 '반감의 정치'가 횡행하는 상황에서라면 말이다. 따라서 이 책에선 그런 비공식 정보들을 찾아 담아내는 한편, 이를테면 '스킨십 부족' 등에서 비롯된 반감 따위가 '대통령감'을 판단하는 데 얼만큼 유의미한 것인지도 따져보았다.
넉 달여의 밀착 동행 취재
'미시적인 것'을 통해 '거시적인 것'을 들여다보려는 기획의도를 관철시키기 위해서는 최근접 취재 이외에는 다른 방법이 없었다. 따라서 저자는 4개월이 넘는 기간을 서울에서 부산까지 국민경선에서부터 6.13지방선거, 8.8보궐선거에 이르는 선거캠페인 전과정을 일일이 따라다니며 동행 취재했다. 또 이와는 별도로 도합 18시간에 이르는 네 차례의 장시간 단독 인터뷰를 통해, 노무현의 일거수일투족에서 나오는 습관에서부터 '국민통합'이나 '엘리트주의 청산'과 같은 화두에 대한 그의 내밀한 생각까지를 생생한 육성으로 담아냈다. 노무현이 늘상 입에 달고 다니는 '원칙과 신뢰'가 노무현 캠프를 위시한 주변 사람들이나 실제 정치 현장에도 그대로 관철되고 있는지, 또 그렇게 되고 있다면 그것이 어떤 모양새로 나타나고 있는지도 역시 생생한 현장 취재로만이 확인될 수 있는 것들이었다.
더불어, 어느 '반노'측 인사가 "노무현 현상은 연예계에서 박경림이 인기가 있는 것과 비슷하다. 박경림에게 무엇이 있는가? 아무것도 없질 않나? 다만 그녀가 가지고 있는 것은 서민적 요소다. 예쁜 애들만 연예인이 되는 줄 알고 있는 사람들에게 못생긴 얼굴을 가지고도 될 수 있다는 희망을 준 거 아니냐. 대리만족 현상이다. 노무현 현상도 그렇게 봐야 한다."(34쪽)고 했을 때 그것이 과연 실제 현장에서도 확인되는 '진실'인지를 살펴볼 수 있는 길도 역시 이와 같은 '민심기행' 방식을 통해서일 것이다.
새로운 패러다임: '노무현식''노무현적''노무현다운' 코드?
잘 보이지는 않지만, 현재 한국 사회와 한국인들의 의식에는 엄청난 변화가 진행중이다. 저자는 그 변화하는 패러다임을 가장 잘 읽어내는 이가 대통령이 될 것이란 점에 주목하면서 이 작업에 임했다. 여기서, 노무현에 대한 많은 정보에도 불구하고('노무현 관련서'가 무려 15종에 이른다) 그가 여전히 사람들에게 '생소하게' 받아들여지고 있다는 건 노무현이란 인물 자체가 기존의 패러다임으로는, 또는 기존의 익숙한 코드로는 제대로 읽혀지지 않는 측면을 지니고 있기 때문은 아닌지를 확인해볼 필요도 있다.
노무현 스스로 늘상 강조하지만, 여전히 제대로 접수가 안 되고 있다며 안타까워하는 사안 몇 가지를 정리해보면 이렇다.
첫째, '수평적 인간관계'다. 노무현의 한 참모는 '대통령이 보자 해도 선약은 반드시 지키는' 노무현의 모습을 이야기하면서, 이를 '약자에 대한 배려'라고 해석한다. 그러나 이는 보다 넓은 의미에서 '수평적 인간관계'에 대한 지향을 의미한다. 회의석상에서 참모가 다리를 꼬고 앉아 있어서도 아무 상관하지 않는 모습에서부터 자신이 윗사람이라고 여기는 이들에게 '오만하고 건방지다'는 평가를 받는 것, 그리고 특권 지향적 엘리트주의의 청산 의지까지가 모두 이 맥락에 해당한다.
둘째, '실용적 리더십'이다. 노무현의 리더십 부족에 대한 논란이 계속되면서 당 장악력의 문제가 현실적인 파장을 낳고 있는데도 불구하고 노무현은 여전히 요지부동이다. 왜냐하면 그의 리더십을 문제삼는 사람들이 그에게 요구하는 리더십이란 결국 '보스 정치'라는 기존 정치문화의 틀에 맞는 권위적 리더십에 다름 아니기 때문이다. 그는 대신 실용적 리더십을 제안한다. 즉 합리적 협력관계와 현장 중심 정치. 이는 결국 기존 정치문화 전반에 대한 문제의식의 소산이다. 그의 '약한 스킨십' 논란도 이와 같은 맥락에서 재해석해볼 필요가 있다.
셋째, '신뢰의 고속도로'다. 한마디로, 기회주의자가 아니라 원칙주의자가 승리하는 사회를 만들겠다는 것이다. 이는 노무현이 대통령이 되고자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여기서 가장 중요한 것은 신뢰이다. 신뢰는 정직함과 솔직함을 자양분으로 크는 나무이다. 상대 후보의 실수(소위 '옥탑방 발언')를 역이용할 기회를 스스로 걷어차거나 지방선거 패배 후 기자들을 향해 "꼭 그렇게 침통한 표정을 찍어야 합니까?"라고 반문했던 것처럼 제살 깎아먹기인 경우에조차 위선적 제스처의 거부와 솔직함으로 일관하는 것도 이러한 맥락에 닿아 있다고 하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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