의미만들기와 의미찾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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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소개
이 책은 ① '가장 대중적인' 대중문화 현상을 분석·설명하는 글들이 '가장 비대중적'으로 쓰여진, 즉 필요 이상으로 이론적인 기존의 대중문화론에 대한 비판적 문제의식의 결과물이다. 이러한 이론과 실제의 괴리는, 그 이론이 생성된 맥락에 대한 이해가 결여된 채 메타 이론만으로 대중문화 현상을 파악하려 한 때문이라는 게 저자의 주장이다. 따라서 ② 저자는 대중문화를 연예·오락의 수단으로만 바라보는, 가치중립적이고 평론가적인 시각에서 벗어나 그 텍스트에 담긴 정치적 함의를 읽어내는 데도 힘을 쏟고 있다. 이는 ③ 대중문화 텍스트 자체나 그 생산자의 의도보다는 대중문화 텍스트의 소비 과정을 중시하는 저자의 수용자 중심적 관점과 태도에서도 확인된다.
의미 만들기:
저자·작가·제작자가 무슨 의도로 그 텍스트를 쓰거나 만들었는가, 즉 생산자가 그 텍스트에 담고자 한 '의미'의 파악이 주된 과제였던 기존의 대중문화론은 곧 철저한 텍스트중심주의이자 소위 '고급 문화'적 관점의 반영에 다름 아니다. 그러나 대중문화 텍스트의 수용이 생산자의 의도나 텍스트의 문법에 따라 결정된다는 고급 문화적 관점과 잣대로는 대중문화가 제대로 포착될 수 없다. 왜냐하면 대중문화의 수용자는 텍스트가 의도하는 메시지를 마치 고급 문화 텍스트를 대하듯 '제대로' '정확히' 수용하는 것이 아니라, 자신의 현재적(즉, 종속적이고 억압적인) 상황에 따라 선택적으로 수용 또는 거부하면서 자기 나름의 의미를 만들어가기 때문이다.
의미 찾기:
대중문화는 기본적으로 상업적 텍스트로서 이데올로기가 담길 수밖에 없다. 그것이 곧 지배이데올로기이므로 무가치하다는 급진적 주장도 있지만, 이는 텍스트 중심적인 구태의연한 사고에 불과하다. 설사 그렇다 하더라도 상업성에 대한 고려 때문에 대중문화 텍스트에는 일정 정도 대중과의 '야합'이라는 틈새가 존재하고, 수용자 대중은 '재미'라는 이름 아래 그 반지배이데올로기적 틈새를 찾아 즐기게 된다. 이것이 대중문화가 문화산물이 아니라 문화과정으로서 '의미투쟁'의 장(場)일 수 있는 까닭이다.
이 책은, 프롤로그를 통해 그간 서구의 대중문화이론이 수용자 중심 이론(데이빗 몰리, 존 피스크 등)으로 발전해온 궤적에서 주요한 논의 지점들을 살펴본 뒤, 이하 5개 장에서 그 이론을 우리 대중문화 현장에 직접 적용시켜본 실례들을 보여주는 방식으로 구성되어 있다.
주요 내용
▶ 제1장 스펙터클한 몸
이 시대의 문화적 코드로 다가오고 있는 전지현의 춤. 그것은 사회적 통제와 이데올로기를 벗어난 '자유'로서의 테크노 댄스가 구현해낸, 더 이상 '고분고분하지 않은 몸'이 보여주는 격렬함에 대한 열광이다. 그리고 뮤직 비디오를 청소년 문화와 연결시켜 어떻게 이미지가 청소년들에게 사회적 해방구의 역할을 하는지 분석한다. 또한 알맹이는 두고 껍질만 가져온 서태지 음악의 몰정치성을 통해 '서태지 신화'를 비판한다.
▶ 제2장 대중문화와 지식인
대중문화와 사회적 관계를 조망함으로써 대중문화가 차지하는 정치적 함의를 읽어내는 작업의 일환으로 '지식인'을 다루고 있다. 이 '지식인'론은 이제까지 대중적 가치를 초월한 입장에서 메타담론만을 생산하고 있는 지식인상을 부정한다. 이는 대중문화의 논의가 지식인들이 생각하는 고급 문화 취향의 형태와 전혀 다른 관점에서 파악되어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는 것이다. 예를 들어, 김지하의 율려론과 서지문의 김용옥 텔레비전 강의 비판이 공통적으로 가지고 있는 문제점은 바로 이런 고급 문화 중심의 사고를 대중문화에 대입했을 때 빚어지는 오류라는 데 있다.
▶ 제3장 지식의 본체
이제까지 일사불란함과 통일성, 그리고 획일적 잣대로 국민총화만을 최선의 가치로 추구했던 통치원리에서 벗어나 새천년에 필요한 문화·정치적 가치가 무엇인지, 또 새롭게 변화된 사회에서 시민운동은 어떠한 것이어야 하는지를, 예컨대 통치원리로서 '도청'의 정치적 함의가 무엇인지를 따져보는 등의 방식을 통해 살펴본다. 또한 이 모든 문제가 다양한 사회의 도래를 전제로 했을 때 가능한 논의들이라는 점에서, 그렇다면 그 다양성의 원리는 어떻게 적용해야 하는지에 관한 본격적인 질문을 제기한다.
▶ 제4장 선정성의 문화논리
오늘날 대중문화의 가장 중심에 놓여 있는 방송의 문제를 짚어본다. 방송의 오락 프로그램은 왜 연예인들에게 점령당해야 하는지, 보다 구체적으로 한 사람의 방송 MC가 전 방송을 독점하고 있는 현상은 왜 생기는지, 그리고 방송은 왜 선정적일 수밖에 없는 것인지, 여성 앵커는 왜 남성 앵커보다 예쁘고 젊어야 하는지에 관해서 논의한다. 아울러 이런 방송의 문제점을 바꿔나가기 위해서는 어떤 노력이 필요한 것인지도 따져본다.
▶ 제5장 시민운동과 정보사회
4장의 논의를 연장해서 그 초점을 방송과 신문 그리고 기술에 맞춰보고 있다. 방송과 신문의 관계가 전통적으로 '침묵의 카르텔'을 형성하고 있었는데 이런 관행에서 과감히 벗어나야 한다는 점을 강조하면서, 텔레비전은 신문과 다른 사회적 기능을 할 수 있다며 신문과 차별화되는 매체 전략을 제시한다. 마지막으로 디지털 텔레비전의 도래의 의미와 '정보사회' 담론의 허실에 관해 다룬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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