이기적 논어 읽기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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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이기적 논어 읽기 현대 심리학의 눈으로 본 논어
저자명 : 김명근
서지사항 : 인문, 사회|344쪽|신국판|2015년 4월 17일
가 격 : 15,000 원
도서소개
논어를 아십니까?
당신이 논어를 읽는 이유
공자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국민소득이 한국의 갑절도 넘는 부국 싱가포르는 치안율과 국가청렴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도덕이 곧 법인 이 나라, 길에서 껌도 맘대로 씹지 못할 만큼 공중도덕이 엄격하다. 그런데 이른바 유교적 가치를 숭상한다는 싱가포르가 웬일인지 행복지수 조사에서만큼은 늘 바닥을 맴돈다. 왜 가장 도덕적인 나라의 국민들이 정작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여기는 걸까?
문제는 도덕이 아니라 강제다. 싱가포르는 개인 사생활에 대한 간섭이 가장 심한 나라 중 하나다. 그런데 인간은 자율성이 깨지면 행복을 느낄 수 없다. 가장 도덕적인 사회의 사람들이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여기는 것은 그들이 도덕을 통제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처럼 제도로 강요하든, 한국처럼 체면에 떠밀려 지키든 마지못해 지키는 도덕은 행복의 적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도덕이 아니다. ‘마지못해’가 문제다.
정작 원조 도덕군자인 공자는 착하게 살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강박이나 강요로 도리를 좇은 게 아니라 이로움과 쾌감을 따라간 결과 도덕을 만났으므로. 공자가 나이 칠십에 마지막으로 도달한 경지가 이것 아닌가. “내 욕망대로 살아도 세상 법도에 어긋남이 없었다.從心所慾 不踰矩” 공자에게 도덕과 욕망은 갈등하는 둘이 아니라 조화로운 하나였다.
물론 이 말이 참이란 법은 없다. 착하게 사는 게 꼭 좋아서가 아니라 그렇게 살게끔 하기 위한 유인책일 수도 있다. 혹은 만년의 허풍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방신경정신과 의사로 오랫동안 논어를 탐독해온 저자는 심리학의 최신 연구결과와 2500년 전 공자의 생각이 놀랍도록 잘 맞아떨어진다는 걸 발견했다. 의로움, 어짊 같은 도덕성이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실제로 굉장히 유익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탐험해볼 만하지 않을까. 도덕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공자가 권한 어질고 의로운 삶이 왜 우리에게 이득이 되는지 ‘이기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 그것이 이 책 『이기적 논어 읽기』의 목적이다. 저자 역시 “그냥 내 마음대로 살고 싶은” 이유에서 ‘내 마음대로 살아봤다’는 공자의 그 경지가 궁금해 논어를 펼쳐들기 시작했단다.
공자는 最古이자 最高인 심리학자
10개 마당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전반부는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소유욕, 승부욕, 명예욕… 욕망에 대한 유학의 견해는 명료하다. 군자로 가는 길의 걸림돌, 단속하고 억눌러야 할 것. 논어는 그 다스림의 요체다. 이제껏 독자들이 경험한 대다수 논어관련서들은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시각으로는 욕망과 도덕이 충돌하지 않더라는 공자의 말이 설명되지 않는다. 반면 욕망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탐구하는 심리학은 욕망을 대체로 긍정한다. 억누르면 그만큼 더 일그러진 형태로 터져나오는 게 욕망이라고 본다. 이 책에서 심리학의 렌즈로 본 논어 속 공자는 소유욕과 승부욕을 부정한 게 아니라 각 욕망의 정체를 밝히고 욕망들 간의 균형점을 찾고자 했다. 유학자 공자는 욕망의 심판자이지만 심리학자 공자는 욕망의 조정자다. 기존 유학의 논어가 욕망을 ‘유해사이트’로 간주했다면, 저자가 보여주고 있는 논어는 ‘욕망의 은하수를 헤매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다. 독자들은 돈을 벌 수 있다면 남의 집 마부 노릇이라도 하겠다는 공자가 그럼에도 절대 돈과 바꿔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는 가치들의 무게를 거꾸로 실감할 것이다.
도덕은 남는 장사다!
후반부 세 마당(옳음/곧음/어짊)은 도덕에 주목한다.
사람의 욕망을 진화의 결과로 해석하는 진화심리학은 도덕 역시 진화의 결과로 본다. 모든 동물은 개체의 생존과 번영에 유리한 것에 쾌감을 느끼도록 진화했고 그 쾌감을 추구하는 게 욕망이듯 도덕도 결국 인간에 이롭기에 진화의 부름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위험에 빠진 사람을 도울 때 느끼는 당당함이나 보람, 뿌듯함은 결국 진화가 새겨놓은 도덕적 쾌감인 셈이다. 도덕을 당위로 설명해온 논어의 주석들은 유학이 지배이데올로기가 된 한나라 이후에 덧붙은 것이다. 저자는 공자 역시 윤리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이 아니라 이로움과 쾌감을 좇아 도리와 도덕을 만났다고 본다. 싱가포르의 경우처럼 의무나 강박의 냄새를 풍기는 도덕은 인심을 잃기 마련이다.
의로움과 이로움이 대립하는 게 아님을 받아들일 때, 그래서 옳음이 의무나 강박이 아니라 욕망이 될 때 도덕은 남는 장사가 된다.
남자와 여자는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의와 이 역시 마찬가지다. 공통점이 있다. 인간은 이득이 없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인간이 의로운 행동을 한다면 의가 무언가 이득을 주기 때문이다. 넓은 의미에서는 의도 이의 일종이다. 이利를 다시 세분하여 즉각적・물질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그냥 이利라고 부르고, 장기적・심리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의義라고 부른 것이다. 몸에 이로운 것이 이利고, 마음에 이로운 것이 의義다. 괴롭게 고행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가장 좋은 건 당연히 의와 이를 둘 다 취하는 것이다. 그런데 살다 보면 두 가지를 다 취할 수 없을 때가 많다. “군자는 의에서 깨닫고, 소인은 이득에서 깨닫는다”는 공자의 말은 그럴 때 ‘어느 쪽에 더 가치를 둘까’에서 군자와 소인이 갈린다는 말이다. 무슨 절대적인 강령으로 볼 말이 아니다. 그저 자존감이 높아질수록 의를 더 중시한다는 말로 보면 될 일이다. (214~215쪽)
어깨에 힘 뺀 논어
『이기적 논어 읽기』는 전통적인 논어 해석에 도전하는 책이 아니다. 기존 해석이 설명하지 못하거나 오해하는 부분을 규명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다보니 발생하는 불가피한 충돌이 있을 뿐, 저자도 자기 해석이 정답이라고 고집하지 않는다. 해석 투쟁은 학자들에게 맡기자. 이 책의 가치는 논어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욕망과 도덕의 갈등을 해결할 실마리를 건네는 데 있다. 더불어 현대인에게 고리타분한 책으로 받아들여지는 논어에 싱싱함과 재미를 선물하는 데 있다. 기존 독법에 익숙한 독자들 역시 논어의 선문답 속에서 알듯 모를듯 했던 공자의 진심이 심리학의 렌즈를 통해 의외로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결국 『이기적 논어 읽기』는 즐겁게 욕망하며 즐겁게 도덕하는 삶의 안내서다. 인생의 단맛과 쓴맛에만 길들어온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오랜만에 인생의 감칠맛을 되찾게 되길 기대한다.
당신이 논어를 읽는 이유
공자는 그렇게 말하지 않았다
국민소득이 한국의 갑절도 넘는 부국 싱가포르는 치안율과 국가청렴도에서 세계 최고 수준을 자랑한다. 도덕이 곧 법인 이 나라, 길에서 껌도 맘대로 씹지 못할 만큼 공중도덕이 엄격하다. 그런데 이른바 유교적 가치를 숭상한다는 싱가포르가 웬일인지 행복지수 조사에서만큼은 늘 바닥을 맴돈다. 왜 가장 도덕적인 나라의 국민들이 정작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여기는 걸까?
문제는 도덕이 아니라 강제다. 싱가포르는 개인 사생활에 대한 간섭이 가장 심한 나라 중 하나다. 그런데 인간은 자율성이 깨지면 행복을 느낄 수 없다. 가장 도덕적인 사회의 사람들이 스스로를 불행하다고 여기는 것은 그들이 도덕을 통제로 받아들이기 때문이다. 싱가포르처럼 제도로 강요하든, 한국처럼 체면에 떠밀려 지키든 마지못해 지키는 도덕은 행복의 적이 될 수밖에 없다. 문제는 도덕이 아니다. ‘마지못해’가 문제다.
정작 원조 도덕군자인 공자는 착하게 살라고 강요하지 않았다. 강박이나 강요로 도리를 좇은 게 아니라 이로움과 쾌감을 따라간 결과 도덕을 만났으므로. 공자가 나이 칠십에 마지막으로 도달한 경지가 이것 아닌가. “내 욕망대로 살아도 세상 법도에 어긋남이 없었다.從心所慾 不踰矩” 공자에게 도덕과 욕망은 갈등하는 둘이 아니라 조화로운 하나였다.
물론 이 말이 참이란 법은 없다. 착하게 사는 게 꼭 좋아서가 아니라 그렇게 살게끔 하기 위한 유인책일 수도 있다. 혹은 만년의 허풍일지도 모른다. 그러나 한방신경정신과 의사로 오랫동안 논어를 탐독해온 저자는 심리학의 최신 연구결과와 2500년 전 공자의 생각이 놀랍도록 잘 맞아떨어진다는 걸 발견했다. 의로움, 어짊 같은 도덕성이 인간의 진화과정에서 실제로 굉장히 유익했음이 속속 드러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탐험해볼 만하지 않을까. 도덕을 지키며 살아야 한다는 강박에서 벗어나 공자가 권한 어질고 의로운 삶이 왜 우리에게 이득이 되는지 ‘이기적인’ 관점에서 살펴보는 것. 그것이 이 책 『이기적 논어 읽기』의 목적이다. 저자 역시 “그냥 내 마음대로 살고 싶은” 이유에서 ‘내 마음대로 살아봤다’는 공자의 그 경지가 궁금해 논어를 펼쳐들기 시작했단다.
공자는 最古이자 最高인 심리학자
10개 마당으로 이루어진 이 책의 전반부는 욕망에 관한 이야기다. 소유욕, 승부욕, 명예욕… 욕망에 대한 유학의 견해는 명료하다. 군자로 가는 길의 걸림돌, 단속하고 억눌러야 할 것. 논어는 그 다스림의 요체다. 이제껏 독자들이 경험한 대다수 논어관련서들은 이 범주에서 크게 벗어나지 않는다. 그런데 이런 시각으로는 욕망과 도덕이 충돌하지 않더라는 공자의 말이 설명되지 않는다. 반면 욕망의 문제를 본격적으로 탐구하는 심리학은 욕망을 대체로 긍정한다. 억누르면 그만큼 더 일그러진 형태로 터져나오는 게 욕망이라고 본다. 이 책에서 심리학의 렌즈로 본 논어 속 공자는 소유욕과 승부욕을 부정한 게 아니라 각 욕망의 정체를 밝히고 욕망들 간의 균형점을 찾고자 했다. 유학자 공자는 욕망의 심판자이지만 심리학자 공자는 욕망의 조정자다. 기존 유학의 논어가 욕망을 ‘유해사이트’로 간주했다면, 저자가 보여주고 있는 논어는 ‘욕망의 은하수를 헤매는 히치하이커를 위한 안내서’다. 독자들은 돈을 벌 수 있다면 남의 집 마부 노릇이라도 하겠다는 공자가 그럼에도 절대 돈과 바꿔서는 안 된다고 경고하는 가치들의 무게를 거꾸로 실감할 것이다.
도덕은 남는 장사다!
후반부 세 마당(옳음/곧음/어짊)은 도덕에 주목한다.
사람의 욕망을 진화의 결과로 해석하는 진화심리학은 도덕 역시 진화의 결과로 본다. 모든 동물은 개체의 생존과 번영에 유리한 것에 쾌감을 느끼도록 진화했고 그 쾌감을 추구하는 게 욕망이듯 도덕도 결국 인간에 이롭기에 진화의 부름을 받았다는 것이다. 그렇게 보면 위험에 빠진 사람을 도울 때 느끼는 당당함이나 보람, 뿌듯함은 결국 진화가 새겨놓은 도덕적 쾌감인 셈이다. 도덕을 당위로 설명해온 논어의 주석들은 유학이 지배이데올로기가 된 한나라 이후에 덧붙은 것이다. 저자는 공자 역시 윤리적이어야 한다는 강박이 아니라 이로움과 쾌감을 좇아 도리와 도덕을 만났다고 본다. 싱가포르의 경우처럼 의무나 강박의 냄새를 풍기는 도덕은 인심을 잃기 마련이다.
의로움과 이로움이 대립하는 게 아님을 받아들일 때, 그래서 옳음이 의무나 강박이 아니라 욕망이 될 때 도덕은 남는 장사가 된다.
남자와 여자는 사람이라는 공통점이 있다. 의와 이 역시 마찬가지다. 공통점이 있다. 인간은 이득이 없는 행동은 하지 않는다. 인간이 의로운 행동을 한다면 의가 무언가 이득을 주기 때문이다. 넓은 의미에서는 의도 이의 일종이다. 이利를 다시 세분하여 즉각적・물질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그냥 이利라고 부르고, 장기적・심리적으로 나타나는 것을 의義라고 부른 것이다. 몸에 이로운 것이 이利고, 마음에 이로운 것이 의義다. 괴롭게 고행을 하자는 것이 아니다. 가장 좋은 건 당연히 의와 이를 둘 다 취하는 것이다. 그런데 살다 보면 두 가지를 다 취할 수 없을 때가 많다. “군자는 의에서 깨닫고, 소인은 이득에서 깨닫는다”는 공자의 말은 그럴 때 ‘어느 쪽에 더 가치를 둘까’에서 군자와 소인이 갈린다는 말이다. 무슨 절대적인 강령으로 볼 말이 아니다. 그저 자존감이 높아질수록 의를 더 중시한다는 말로 보면 될 일이다. (214~215쪽)
어깨에 힘 뺀 논어
『이기적 논어 읽기』는 전통적인 논어 해석에 도전하는 책이 아니다. 기존 해석이 설명하지 못하거나 오해하는 부분을 규명하기 위해 새로운 시도를 하다보니 발생하는 불가피한 충돌이 있을 뿐, 저자도 자기 해석이 정답이라고 고집하지 않는다. 해석 투쟁은 학자들에게 맡기자. 이 책의 가치는 논어를 통해 현대인들에게 욕망과 도덕의 갈등을 해결할 실마리를 건네는 데 있다. 더불어 현대인에게 고리타분한 책으로 받아들여지는 논어에 싱싱함과 재미를 선물하는 데 있다. 기존 독법에 익숙한 독자들 역시 논어의 선문답 속에서 알듯 모를듯 했던 공자의 진심이 심리학의 렌즈를 통해 의외로 선명하게 드러날 수 있음을 발견할 것이다. 결국 『이기적 논어 읽기』는 즐겁게 욕망하며 즐겁게 도덕하는 삶의 안내서다. 인생의 단맛과 쓴맛에만 길들어온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오랜만에 인생의 감칠맛을 되찾게 되길 기대한다.
저자소개
김명근: 1959년생. 중산층의 화목한 가정에서 평범하게 컸는데도 이상하게 삐딱한 기질이 있어서, 삶이 나름대로 무척 다양했다. 서울대 건축학과를 졸업했지만, 연극·여행 등 동아리활동에 몰두하느라 학과공부는 뒷전이었다. 첫 직장이었던 건설회사를 얼마간 다니다 그만두고, 전산학에 흥미가 끌려 한국과학기술원 석사과정을 거쳐 전산직 공무원으로 2년간 재직했다. 이후 전산관련 회사와 광고회사 등을 전전하다 느닷없이 경희대 한의대에 입학, 우여곡절 끝에 8년 만에 졸업했다. 동 대학원 한방정신과 석·박사 과정을 거쳐 현재는 정신과 질병을 주로 보는 한의사로 일하고 있다. 한의대생 시절부터 논어에 빠져들었고 2013년부터 경희대 한방신경정신과 대학원에서 <논어를 통한 인간의 이해> 강의를 진행했다. 이 책은 그때의 강의를 다듬고 묶은 것이다.
저서로『애노희락의 심리학-四象心學』(2003), 『나만의 공간』(2006, 공저)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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