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햇볕 장마당 법치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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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햇볕 장마당 법치   북한을 바꾸는 法
저자명 : 이종태
서지사항 : 정치·외교|256쪽|신국판|2017년 12월 4일
가 격 : 15,000 원
비 고 : 2018년 세종도서 우수교양도서


도서소개

‘법치’라는 새 외투 마련을 도와야 할 때!
‘햇볕’도 못 벗긴 외투, ‘장마당’이 벗기고 있다


북한이 법치국가가 될 수 있을까? 뚱딴지같은 물음으로도 들리겠다. 북한은 독재자 하나가 제 마음대로 통치하는 막장 국가가 아닌가? 그런 곳에다 무슨 법치 운운한단 말인가? 또는, 북한이 법치국가가 되는 게 대체 뭔 의미가 있냐고 물을 수도 있겠다. 그러나 ‘법치주의 이식’ 여부가 도무지 앞을 가늠할 수 없는 북핵문제, 나아가 대북문제 전반을 실질적으로 해결해갈 방향타라면 어떤가?
화성-15형 미사일을 발사하며 ‘핵무력의 완성’을 선언하고 있는 상황이 보여주듯, 지금껏 우리는 제재든 대화든 양자 병행이든 어떤 방식으로도 북한의 ‘군사적 자주노선’을 바꿔놓지 못했다. 햇볕정책론의 기조는 지키되 그 분명한 한계는 넘어서는 새로운 접근법이 요구되는 이유다. 현재 북한의 밑바닥 일반 인민들 생활에서 우후죽순 격으로 싹트고 있는 시장경제적 변화가 그것의 실질적 밑거름이 되어주고 있다. 때로 일정한 통제와 저항의 벽에 부딪히기도 하겠지만 이미 시장경제의 맹아는 돌이키기 어려운 정도로 북한의 일상에 자리를 잡아가고 있다. 이는 필시 법제도적 뒷받침을 요구하게 된다. 시장의 발전이 자유를 증진시키고 법치주의와 민주주의의 정착으로 이어지는 역사의 보편적 과정은 오늘날에도 중국과 베트남 사례에서 확인되는 바다. 이것이 북한에서도 이루어지도록 주변국과 한국이 역할을 해야 한다는 게 바로 이 책이 말하고자 하는 새로운 대북문제 접근법의 핵심이다.

북한에서 일고 있는 변화의 바람
법치가 통하는 북한? 그런 일이 과연 가능할까? 보통 사람들이 가지고 있는 북한에 대한 이미지는 몇십 년 전과 크게 변하지 않았다. 우리 머릿속에서 북한은 여전히 당이 인민들을 엄격히 통제․감시하며, 국가가 모든 걸 전담하는 사회다. 이런 사회에서 변화를 기대하기란 힘들다는 것이다.
그러나 북한 경제에 대한 취재를 통해 북한이 빠르게 변하고 있다는 사실을 익히 확인해온 저자는 그것이 낡은 생각이라고 말한다. 현재 북한에서는 휴대폰 사용자가 300만 명이 넘는다. 민간자본가라 할 ‘돈주’들이 수익을 목적으로 기업을 운영하고 무역까지도 한다. 북한에서 모든 토지와 건물은 법률상 국가 소유지만 돈주들은 자기 돈으로 주택을 개발해서 공공연하게 팔기도 한다. 인민들 사이에서 부동산 거래도 활발히 이뤄져서 부동산 시세도 나올 정도다. 사회주의국가라지만 경제에서는 이미 국가 영역보다 시장 영역(‘장마당’)이 더 큰 비중을 차지한다는 게 공통된 평가다.
더욱 주목해야 할 그 이면의 변화는 바로 그런 시장화를 뒷받침해주는 법제도가 만들어지고 있다는 사실이다. 북한에 비록 다양한 경제활동이 이루어지고 있지만, 이는 당국이 묵인하고 있을 뿐 엄연히 불법이다. 법과 현실이 따로 놀고 있는 것이다. 그러다 이제는 법 역시도 현실에 맞게 바뀌어가는 모습이 나타난다. 북한은 부동산관리법을 제정하여 기업 및 인민들이 수십 년 동안 부동산을 이용할 수 있도록 근거를 만들었고, 국영 기업들에 독립채산제를 도입하고 운영의 자율성을 부여하는 등 시장주의적 요소를 크게 강화시키고 있다. 더욱이 나선특구 같은 곳에서는 구체적인 세금제도와 회계제도도 실시하며, 행정소송제도까지 마련해놓고 있다.(아직 본격 시행되고 있지는 않다.)
이처럼 북한의 시장경제 발전과 법치의 이식이라는 시나리오는 충분히 가능하며, 또 실제로 이뤄지고 있는 일이다. 여러 북한전문가들이나 북한 사정에 정통한 법률가들 일각에서 제기되고 공감대를 넓혀가고 있는 시나리오이기도 하다.

중국에서 북한의 미래를 본다
북한의 법률과 현실 사이의 거리는 이렇게 멀어도 너무 멀다. 만약 북한 정부가 관련 법률들의 제・개정을 통해 체제 내부에서 무럭무럭 자라고 있는 시장경제를 공식적으로 승인한다면 어떻게 될까? 비약적 경제 성장과 이에 따른 체제 안정은 물론 민주주의 및 인권의 수준이 크게 개선되고 동북아시아의 평화에도 기여하는 길이 열릴 것이다. 북한 같은 사실상의 전체주의 국가에선 ‘시장’이야말로 긍정적 변화의 씨앗일 수 있기 때문이다. -6쪽

물론 아직 ‘법치’라 부르기에는 많이 부족하다. 하지만 더디더라도 시장화가 진행될수록 북한 당국은 개인의 자유를 보장해야 할 ‘필요성’을 깨닫게 될 것이며, 국가 정책을 법에 따라 집행하는 방향으로 변화할 거라는 게 이 책의 전망이다. 특히 저자는 이를 중국 모델을 통해 자세히 소개한다. 개혁․개방 이전까지 중국에서는 공산당이나 행정당국의 결정이 사실상 법률을 대신했다. 징역이나 사형 등의 처벌도 법률 없이 이루어지곤 했다.
그러나 개혁․개방을 결정하면서 덩샤오핑은 ‘법제도가 강화되어야 한다. 중국 공산당은 법에 의거해서 통치해야 한다. 그리고 법률과 제도는 지도자가 교체된다고 해서 바뀌면 안 된다’는 내용의 연설을 하며 ‘사회주의 법치’를 천명한다. 이후 중국은 비단 경제 관련 법률만이 아니라 민법・상법・행정법・경제법・사회법・소송법 등 다양한 영역에서 많은 법률을 새로 제정했다. 또한 ‘의법치국依法治國(법에 의거해 국가를 통치한다)’을 헌법에 명시해 인치人治에서 법치法治로의 전환을 선언했다.
지금 중국은 서구의 기준으로 보면 아직 부족하다지만, 북한에 비한다면 인권과 민주주의 측면에서 엄청난 성장을 했다. 중국이 밟아온 길을 북한도 따라가게끔 견인해야 한다는 게 이 책의 주장이다.

수십 년 후를 내다보는 긴 안목으로
여기서 한국이 해야 할 일은 분명하다. 북한이 시장경제 발전에 필요한 법제도를 도입하도록 유도하는 것이다. 북한과의 경제적 교류․협력은 그 자체가 목적이 되어서는 안 된다. 목적은 북한에 법치를 정착시키는 것이며, 그로써 북한 사회를 변화시키는 것이 되어야 한다. 이전의 교류․협력 정책은 경제적 이익이나 단순한 상호주의(우리가 경제적 지원을 해주면 북한이 도발을 멈추길 바라는 식)에 초점이 맞춰 있었다. 그것이 단기적인 효과는 있을지 몰라도, 북한의 근본적인 변화를 가져오지는 못했다. 이제는 더 장기적인 관점에서 북한의 법치 정착에 대한 계획을 가지고서 접근해가야 한다. 북한 내부에서 일고 있는 변화를 스스로 감당할 수 있도록 외부에서 길을 트고 자극을 줘야 한다는 것이다.
일단은 개성공단이나 나선특구와 같은 북한의 경제특구에 적극 개입하는 것이 첫걸음이 될 수 있다. 특구는 북한이 시장경제와 법치를 실험하고 발전시킬 중요한 무대이며, 북한 역시 10여 개의 특구를 지정해 개발에 적극적인 모습을 보이고 있다. 실제로 북한은 폐쇄되기 전까지 개성공단에서 남한과 협력하며 경험하고 배운 부동산제도나 세금제도를 다른 지역으로 확산시켜왔다. 오늘의 특구가 내일의 북한 전역이 될 수 있다는 말이다.
무엇보다 이는 매우 긴 시간이 필요한 장기적인 프로젝트다. 북한이 자신들의 생존에 대해 어느 정도 자신감을 가지게 되기 전까지 핵을 절대 포기하지 않으리란 건 익히 예상되는 일이다. 때문에도 북한이 법치를 받아들이면서 군사력에 대한 의존과 집착을 줄여가는 건 서서히 일어나는 과정이지, 한 번의 협정으로 달성되는 식일 수는 없다.

북한이 제도 개혁을 통해 경제를 어느 정도 정상화할 수 있다면 점차 자신감도 커질 것이며, 이에 따라 외부 세계에 대한 공격성 역시 수그러들게 될 것이다. 그래야 북한의 ‘군사적 자주노선’ 역시 현대화될 계기가 마련된다. 이런 시장경제 발전은, 중국의 사례에서 봤듯이, 법치주의와 민주주의를 점차 강화하게 된다. 또한 민주주의와 법치주의의 강화는 시장경제를 더욱 발전시키는 선순환으로 이어진다. -251쪽

아마 그렇게 되기까지 북한은 또다시 도발을 하고, 군사적 대립도 있을 것이다. 그럼에도 우리는 교류협력의 끈을 놓지 않고 지속적으로 북한 내부의 법치를 자극하고 돕는 길로 나아가야 한다. 그래야만 이 답 안 나오는 북한 문제를 느리더라도 한 매듭씩 풀어나갈 수 있을 것이다.



저자소개

이종태: 연세대학교를 졸업하고 같은 학교 대학원에서 마르크스주의 경제학을 공부했지만 현실사회주의엔 몹시 회의적이었다. 『말』지 기자 시절, 북한 관련 기사를 쓰면서 사회주의 이론과 현실 간의 ‘용서할 수 없는’ 간극을 느낀 바 있다. 이후 금융경제연구소 연구위원으로 일하면서 ‘금융 세계화’와 국가경제 사이의 관계를 길고 지루한 보고서들로 만들어내다가, 2009년부터 『시사IN』에서 다시 기사를 쓰고 있다. 국제경제팀장으로 북한 경제에 대한 관심의 끈도 놓지 않고 있다. 저서로는 『금융은 어떻게 세상을 바꾸는가』가 있으며, 『쾌도난마 한국경제』 『한국 사회와 좌파의 재정립』 『역동적 복지국가의 길』 『무엇을 선택할 것인가』 등 다수의 공저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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