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정의는 불온하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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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정의는 불온하다  정의를 보는 눈
저자명 : 김비환
서지사항 : 정치, 사회|272쪽|변형국판|2016년 2월 29일
가 격 : 14,000 원

https://book.naver.com/bookdb/book_detail.nhn?bid=10320371&sug=thumb

도서소개

‘헬조선’에서 정의를 구하다!

사람마다 생각하는 정의의 구체적 내용이나 쓰임새는 다 다르다. 그것은 죄에 대한 응징이기도 하고, 과거의 잘못에 대한 사과와 시정일 때도 있으며, 또 지나친 불평등의 해소와 평등한 분배를 이르기도 한다. 그러나 정의라는 말이 하나여서인지, 사람들은 언제 어디서 누구에게나 적용되는 만고불변의 고정된 절대적 정의 같은 게 있다고들 여기고는 한다. 그러나 정의는 하나가 아니다. 정의는 그 사회 구성원들이 함께 합의해나가야 하는 사회적 원칙이기 때문이다.
그런 점에서, 예컨대 우리 사회의 진로에 관한 ‘성장 대 복지’ 논쟁조차도 달리 보면 서로 다른 정의관의 충돌이다. 과거 우리 사회가 생존에 급급할 만큼 빈곤한 상황에서는 경제성장을 중시하는 공리주의적 정의관이 지배적이었다. 그러나 최근 금수저/흙수저 논란에서 보듯, 출생부터 벌어지는 격차와 기회의 소멸은 경제성장을 정의로 보는 관점의 정당성을 크게 퇴색시켰다. 정의의 원칙이 변하고 있는 것이다. 그렇다면 지금의 한국 사회에 요구되는 정의 원칙은 어떤 것이어야 할까?
이 책은 바로 그에 답하기 위한 모색의 과정을 펼쳐 보이며, 독자들을 ‘정의론의 세계’로 이끈다. 저자가 이론과 현실을 종합한 정의 원칙의 필요성에 보다 주목하는 것도 그런 이유에서다.

이처럼 정의에 관한 상황적 접근이 무분별한 상대주의로 빠질 위험성이 있고, 정의에 관한 일반적이고 추상적인 사고는 정의의 구체적인 모습을 보여주는 데 한계가 있기 때문에, 이론과 현실을 종합해서 생각할 필요가 있다. 나는 바로 이런 문제의식으로, 이 책에서 정의에 관한 추상적 이론과 한국 사회에 대한 구체적인 분석을 통합시켜 한국 사회에 알맞은 정의 원칙을 모색해보려고 한다. -본문 10쪽

능력주의는 허구다
이 책은 특히 성공이 전적으로 개인 능력에 달려 있다는 통념을 논박하고 분배적 정의의 정당성을 알리는 데 많은 공을 들인다. 먼저 산업사회에서 사회적 부는 개인 혼자서 창출하지 않음을 지적한다. 근대적 분업 체계에서는 하나의 상품을 만드는 데도 수백 명이 관여한다. 이렇게 “어떤 재화를 만드는 데 사회의 수많은 사람들이 참여했다면, 그로 인한 이득을 몇몇 개인이 독차지하는 건 부당하다는 것이다”.(98쪽) 또한 개인의 의식과 행위는 사회구조에 영향을 받는다는 구조주의적 사고의 발달은 빈곤의 책임을 개인에게 돌리는 것은 옳지 않다는 생각을 퍼뜨렸다.
상호주의 원칙 역시 분배를 정당화한다. 상호주의는 부모가 자식을 기르고 나중에는 자식이 부모를 봉양하는 것처럼, 서로 도움을 주고받는 것을 뜻한다. 사회복지제도는 상호주의가 사회적으로 적용된 것이라 할 수 있다. 사람들은 자신 또는 자신의 자손들이 혜택을 받을 것을 기대하며 사회복지제도를 운영한다. 롤스의 차등원칙에도 상호주의가 반영돼 있다.
저자가 또 강조하는 건 운의 문제다. 개인의 능력과 성공에는 운이 중요하게 작용한다. 심지어 어느 나라, 어느 사회에서 어떤 집에서 어떤 재능으로 태어나는지도 운에 달려 있다. 그렇다면 이 운으로 얻은 혜택을 홀로 누리는 게 정당할까? “나의 능력은 순전히 내가 노력해서 얻게 된 것”이 아니며 “자신의 능력이나 판단을 초월한 자연적·사회적·지정학적 운이 작용하고 있”기 때문에 그 성공으로 얻은 부와 혜택을 홀로 누리는 건 정당치 않다는 것이다.

정의의 기본 원칙들
이 책은 이제까지 인류 사회에서 중요한 영향을 미쳐온 정의관을 소개하면서, 오늘날의 한국 사회에 적합한 정의관을 모색한다.
각자에게 알맞은 몫을 주는 것이 정의라는 응분의 원칙, 서로 주고받는 것이 비슷해야 한다는 상호주의 등은 고대 사회에서부터 인정되어온 정의 원칙들이다. 근대 이후로는 인간의 인격적 평등을 추구하는 평등주의 역시 보편적인 개념이 되었다. 최대 다수의 최대 행복을 달성하는 것이 정의라는 공리주의도 큰 영향력을 가진 정의 원칙이며, 사회주의 사상의 대두와 함께 각자의 필요를 충족시켜주는 것이 정의롭다는 관념도 널리 자리 잡았다. 현대 사회에 적합한 정의관은 이런 기본적인 원칙을 반영할 필요가 있다. “인간이 본디 불평등한 존재라고 생각하거나 약육강식 원리가 지배하는 승자독식의 사회가 좋은 사회라고 생각하는” 정의관은 현대 사회에서는 받아들여지지 않을 것이다.
저자는 이런 정의에 관한 주요한 이론과 개념을 개괄적으로 설명하며 그것을 한국의 구체적인 현실에 적용하고 있다. 그 잠정적 결론은 한국 사회에서 분배적 정의의 수준이 더 높아지는 방향으로 정의의 원칙이 구성되어야 한다는 것이다. 그것이 변화하는 한국인들의 정의감각에도 맞고 불평등이 경제성장을 저해하는 현실을 개선할 수 있다는 이야기다.



저자소개

김비환 본래 음악가가 꿈이었으나 아버지의 반대로 성균관대 정치외교학과에 들어갔다. 학부 시절에는 자유로운 방황의 시기를 보내다가 1980년 광주 민주화항쟁 소식을 접하면서 사회철학에 눈을 떴으며 대학원까지 진학하게 됐다. 대학원 박사과정 중 한나 아렌트의 저술을 접하면서 본격적으로 정치학자로서의 길로 접어들었다. 박사학위 논문인 「아렌트의 정치적 행동개념에 대한 연구」는 국내에 최초로 아렌트를 소개한 것으로 이후 붐이 일어난 아렌트 연구의 효시가 되었다. 현재는 성균관대학교 정치외교학과 교수로 서양정치사상사와 현대정치철학을 강의하고 있다. 한국정치사상학회 회장을 역임했다. 저서로는 『민주주의와 법의 지배: 현대 입헌민주주의의 스펙트럼』(근간), Michael Oakeshott's Cold War Liberalism(2015, 공저), 『오크숏의 철학과 정치사상』(2014), 『이것이 민주주의다』(2013), 『플라톤과 아리스토텔레스의 정치철학과 변증법적 법치주의』(2011), 『포스트모던시대의 정치와 문화』(2005), 『자유지상주의자들, 자유주의자들 그리고 민주주의자들』(2005), 『맘몬의 지배』(2002), 『축복과 저주의 정치사상: 20세기와 한나 아렌트』(2001) 등이, 편저로는 『인권의 정치사상』(2010)이, 역서로는 『정치의 생각』(2011)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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