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기쁘지 아니한 家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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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기쁘지 아니한 家  가족끼리 할 수 없는 가족 이야기
저자명 : 이정애
서지사항 : 인문, 사회|296쪽|신국판변형|2013년 10월 21일
가 격 : 14,000 원


도서소개

‘지금+여기’의 가족을 보여드립니다

벙어리 냉가슴 앓듯 함부로 꺼내기 힘든 게 가족의 이야기다. 핑계 없는 무덤 없고 사정 없는 집안 없다지만, 남부끄럽고 누워서 침 뱉기라는 생각에 속으로만 삭이는 경우가 많다.『기쁘지 아니한 家』는 바로 이런 ‘가족’의 이야기를 들려준다. 대개 가족 관련서가 심리학자나 가정학 교수 같은 ‘전문가’의 훈수를 담고 있는 것과 달리 이 책엔 ‘보통 가족’들이 들려주는 날것의 이야기가 있을 뿐이다. “달콤하기보단 맵고 쓰고, 웃음보다는 눈물이 묻어나는 얘기들”은 전문가가 전개하는 ‘관찰→분석→평가→해결책’ 공식에서 한발 벗어나, ‘있는 그대로의 가족 이야기’로 독자에게 다가간다. 가족 문제만큼 거리두기가 힘든 사안도 없다. 이 책은 거울 비추듯, 독자에게 자기 이야기를 듣는 것 같은 ‘후련함’과 더불어 나와 가족을 객관적으로 살필 기회를 선사할 것이다. 팍팍한 세상살이를 단번에 벗어날 행운도 가족 갈등을 능수능란하게 주무를 세련된 화술도 기대하기 힘든 이들 ‘보통 가족’의 고민과, 궁리 끝에 내놓는 그들 나름의 소박한 해법 역시 책의 주인공들처럼 행운과 재능이 넉넉지 못한 보통의 독자들에게 진한 공감과 위로를 건넬 것이다.

막장 가족? 우리 시대 가족의 맨얼굴
#1 한 부부가 있다. 남편은 잘 나가는 대기업 임원이고 아내는 미모와 사교력을 겸비했다. 겉으론 남부러울 것 없는 잉꼬부부다. 한데 이 커플, 집에만 오면 대화가 뚝 끊긴다. 몇 년째 각방생활이다. 아내는 남편 뒷바라지로 날린 청춘이 억울하고 남편은 아무리 잘하려 해도 불만만 토해내는 아내가 밉살맞다. 둘은 마음은 갈라선 지 오래지만 남들 눈이 두려워 밖에선 ‘님’ 집에선 ‘남’으로 사는, 이른바 쇼윈도 부부다.
#2 ‘본토 발음을 위해’ ‘한국식 아닌 인간적 교육을 꿈꾸며’ 8년을 홀로 견뎌온 기러기아빠. 가장의 도리라 생각했건만 갈수록 스스러운 아이들, 아내에겐 다른 남자가 생겼단다. 인생 별거 없다는 생각에 그도 다른 여자를 만났다. 가족을 위해 선택한 길이 가족을 망가뜨렸음을 깨달았지만 이제 와 무를 수도 없는 노릇이다. 껍데기만 남은 ‘가장의 도리’를 다 하기 위해 그는 오늘도 날짜에 맞춰 학비와 생활비를 부친다.
#3 찢어지게 가난한 집안, 홀어머니 아래서 자란 네 형제. 신문배달로 서로의 학비를 보탰다. 소문난 우애로 방송까지 탔건만 어머니 사후 유산다툼이 일었다. 빌라 한 채 때문에 시작한 소송은 부의금으로까지 번졌다. 가장 노릇한 둘째와 나머지 삼형제의 전쟁. 한데 가만 보면 돈이 문제가 아니다. 둘째는 배은망덕한 형제들이 괘씸하고 삼형제는 둘째가 돈으로 자기들 자존심을 뭉갰다며 분을 삭이지 못한다.

이 책에 묶인 쉰하나의 가족 이야기 가운데 일부다. 언뜻 가공된 ‘막장 드라마’를 떠올리는 이도 있겠지만 실은 이 이야기들이야말로 우리 시대 가족의 맨얼굴이요, 자화상이다. 앞서 쇼윈도 부부 사연을 읽은 또 다른 쇼윈도 부부의 자녀는 편지를 통해 평소 부모에게 하고 싶었던 이야기를 보탰다. 가족과 겉도는 것을 견디지 못하겠다는 어느 아버지의 한탄에 비슷한 처지에 놓인 또 다른 누군가의 딸이 대신 답하기도 했다. 많은 누리꾼들 역시 사연 하나하나에 저마다 감정을 포갰다.

그러나 난 이런 생각에 반대다. ‘무늬만 부부’인 가족 속에서 살아가는 나는 행복하지 않았다. 누구에게도 말하지 못하고 혼자 상처를 간직했다. 행복해 보이는 가족에 어울리는 딸로 보이기 위해 연기를 하며 살아왔는지도 모르겠다. 결국 우리 가족은 아무도 행복하지 않았다. (어느 쇼윈도 부부 자녀의 말, 23쪽)

혹시 자식을 나하고 다른 인격체로 인정하지 않고, 내가 공부 못하고 출세 못한 한풀이를 위한 도구처럼 이용하는, 광기 들린 집착은 아닐까요? 아…. 그렇지만 이 땅에서 부모가 돼보니 알겠더군요. 왜 저럴 수밖에 없는지. (기러기아빠에게 건넨 어느 네티즌의 댓글, 197쪽)


무엇이 가족을 아프게 하는가, 왜 엇갈리는가
“행복한 가족은 엇비슷하지만 불행한 가족의 사연은 저마다 다르다”는 말처럼 가족의 불협화음은 늘 예상 못한 곳에서 일어나며 원인도 여럿이다.

나는 자기애가 강할 뿐이었다. 아이와 한몸일 때 기꺼이 베풀어졌던 사랑이, 출산 후에는 더 이상 아이를 향하지 않았다. 그 사랑은 여전히 ‘나’를 향하고 있었다. 분명 천사였던 아기는 나의 잠과 생활을 빼앗아가는 꼬마 약탈자일 뿐이었다. (「나를 먼저 사랑한 모성」중, 84쪽)

병상 옆에 묶인 일상에 나는 한없이 쪼그라드는 것 같았다. (…) 30대 초반에 간병을 시작했는데 벌써 37살이다. (…) ‘간병이고 뭐고 다 그만두고 내 인생을 찾고 싶다’는 마음이 왜 없겠는가. 하지만 ‘지금까지 내가 아버지를 지켰는데 지금 손을 뗀다면……’ 하는 걱정이 그런 맘을 금세 덮는다. ‘나 아니면 안 된다’는 생각이 족쇄처럼 들러붙은 것 같기도 하다. (「고단한 내 맘 아실까요? 병상의 아버지가 웃네요」중, 228-229쪽)

참다못한 남편이 폭발한 건 4~5년 전쯤이다. “아니 꼭 이렇게 애원해야 하겠어? 내가 꼭 짐승 같다. 수치스럽다. 네 맘 알겠어.” 이 말을 끝으로 남편의 잠자리 요구는 자취를 감췄다. 최근까지 우리 부부에게 섹스는 금지어다. 반면 불행히도 나의 본능(?)은 남편의 요구가 사라진 뒤 활활 타올랐다. 그래서 몇 년째 나는 전전긍긍하고 있다. 남편에게 잠자리를 요구하고 싶지만, 차마 입을 뗄 수가 없었다. 남편의 잠자리 제안을 거부한 ‘원죄’가 있으니. 그리고 섹스를 둘러싼 이 팽팽한 ‘밀당’의 기싸움에서 밀릴 수 없다는 오기. 그 죽일 놈의 자존심… (「섹스리스 부부의 밀당」중, 264-265쪽)

이젠 ‘그 종교’ 이름만 들어도 진저리가 난다. ‘은혜’ ‘찬양’ ‘믿음’ 등 아름다운 단어들도, 그들이 자주 사용하기 때문에 싫어질 지경이다. (…) 하지만 우리 시가 식구들이 현실과 완전히 동떨어진 별세계에 사는 것도 아니다. 오히려 시어머니나 개척교회를 운영하는 시누이네의 삶에서는 배울 점이 많다. 생활 속에서 소위 ‘가르침’을 실천하려고 노력한다. 어머님의 팍팍한 인생사에서 종교가 큰 버팀목이 됐음도 잘 안다. 그러나 그들 ‘덕분에’ 이제 나는 그들의 선행조차 전도를 위한 미끼라고 강하게 의심하는 지경이 됐다. (「오, 주여 그들의 전도가 폭력임을 깨닫게 하소서」중, 130쪽)


얼핏 보면 잘잘못이나 선택의 여지가 분명해 보이지만 가까이 들여다보면 어느 한쪽을 거들기가 곤란한 문제들이다. 가족의 뺨을 다정히 부빌 줄 모르는 왕따 가장의 무심함에 눈물짓는 아내를 편들다가도 생계를 책임지기 위해 한없이 움츠러든 그의 어깨를 보면 마냥 나무랄 수 없지 않을까. 아무리 현명한 이라도 제 발등에 떨어진 문제 앞에 맑은 눈을 유지하긴 어렵다. 가족문제는 늘 그렇다. 다만 이 책은 독자들이 겪고 있을지도 모를 문제를 한발 떨어져 지켜봄으로써 우리네 가족들은 대체 왜 이렇게 상처주고 엇갈리는지 엿볼 수 있게 도울 것이다.

‘기쁘지 아니한 家’를 통해 돌아본 가족애
평범한 가족 이야기와 드라마의 가장 큰 차이는 극적 반전이나 해피엔딩으로 끝맺는 경우가 거의 없다는 점이다. 고민은 고민으로 갈등은 갈등으로 그대로 남는다. 애써 한고비를 넘겨도 그것은 또 다른 고난의 예고편이기 십상이다.
다행스럽게도 1~3부에 소개된 불화 가운데 일부는 4부에 등장하는 다른 가족들에게서 해소된다. 경기 악화로 뿔뿔이 이산가족이 된 화물차 기사 아버지는 일하는 짬짬이 딸들에게 펜을 든다. 섹스리스 부부는 자존심을 조금씩 양보함으로써 해묵은 ‘밀당’을 끝낸다. 가족에 절망했던 딸은 아빠의 스무 살 연하 여자친구에게 혈육애를 배운다. 해태 타이거즈 팬인 아버지를 향한 반항심을 삼성 응원으로 드러냈던 꼬마에겐 시간이 약이 되기도 한다. 뻔하게 들리겠지만 이 소박한 해결책들을 관통하는 키워드는 결국 ‘소통’이다. 달변가가 못 되는 보통 남편과 아내, 아들딸들의 서툰 말걸기와 편지가 끊어진 지 오래였던 마음의 오솔길을 불안하게나마 이어낸 것이다.
『기쁘지 아니한 家』의 구성원들은 가족을 낭만적으로만 바라보지 않는다. 믿을 건 가족밖에 없다느니 무조건 양보하라는 가족주의식 해법을 말하지도 않는다. 이들의 이야기를 통해 독자들은 가족 역시 어쩔 수 없는 욕망이 부딪히는, 때로는 차별과 배제가 존재하는 공간임을 실감할 것이다. 그런 한편 가족과 자신이 서로에게 아낌없이 주는 존재가 아님을 수긍할 때 비로소 그런 가족을 이해하고 어루만질 수 있는 가족애가 마음속에서 슬며시 고개 내밀 것이다.



저자소개

편저자_ 이정애: 2003년, 한겨레신문에 입사해 특별한 전공 없이 여러 부서를 두루 돌며 올해로 꼭 10년째 기자로 일하고 있습니다. 토요판에서 ‘가족면’을 맡으면서 ‘영원한 사랑의 보증수표도 아닐진대 굳이 결혼해서 가족이란 틀 안에서 번뇌하고 살아야 하나?’ 고민을 떠안았지만, 이 험하고 외로운 세상에서 믿고 의지할 내 편이 돼줄 수 있는 건 가족뿐이라는 생각도 함께 깊어갑니다. 내가 먼저 부모에게, 배우자에게, 자녀에게 믿고 기댈 만한 가족으로 다가갈 때 가능한 일일 테지만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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