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더 많이 공부하면 더 많이 벌게 될까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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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더 많이 공부하면 더 많이 벌게 될까  지식경제의 불편한 진실
저자명 : 필립 브라운, 휴 로더, 데이비드 휴스턴
서지사항 : 정치, 사회|296쪽|신국판변형|2013년 9월 16일
가 격 : 16,000 원


도서소개

지식경제의 배반과 그 덫으로부터의 탈출

고등교육의 대중화 이후, 어느 순간 불쑥 다가와버린 ‘대졸 실업자’ ‘고학력-저임금’ 현상은 우리를 당황시키고 있다. 대학졸업장이 중산층 진입의 보증수표라 믿고 투자를 아끼지 않아왔지만, 언제부턴가 이 수표가 종종 부도를 내기 시작했다. 이제 대졸 실업자들은 어디서나 찾아볼 수 있고, 취업을 해도 만족스러울 만큼의 소득을 못 번다.
단순한 심증이 아니다. 2012년 대졸자와 고졸자의 기대소득을 조사한 바에 따르면, 대졸자 67만 명은 비용을 감안할 때 고졸자보다 기대소득이 오히려 낮았다. 즉, 대학교육이 오히려 소득상으로는 손해가 된 것이다. 2000년에는 16만 명이 그랬던 걸 생각하면 급격한 증가다. 교육비 증가와 취업난을 생각하면 앞으론 더욱 그렇게 될 것이다.
이는 한국만의 문제가 아니다. 미국과 유럽 등 선진경제에서 고학력-저임금의 사태는 점점 커져나가고 있다. 이제까지 정치권과 기업들은 이를 대졸자들이 너무 눈이 높고 산업계에서 원하는 능력을 갖추고 있지 못하며 경제가 어렵기 때문이라는 식으로 설명해왔다. 그러나 이런 통상적 설명이 왜 잘못되었는지, 따라서 우리의 경우 ‘일자리를 찾아 해외로 눈을 돌려라!’는 식의 주문이 얼마나 뚱딴지 같은 소리인지 이 책은 잘 설명해준다. 양질의 교육을 받은 수많은 사람들이 어째서 중산층으로 올라가지 못하고 추락하고 마는지, 그 원인을 바로 진단해야 올바른 해법도 나올 것 아닌가.

고학력 노동자가 고임금을 받을 것이란 약속은 신자유주의 개념의 핵심이었다. 좋은 교육을 받은 사람에게 일자리는 자연히 따라온다. 따라서 일자리를 얻느냐 못 얻느냐는 각 개인이 열심히 공부를 했는가 여부에 달린, 오로지 그 개인의 탓으로 돌려졌다. 자신의 능력을 개발하기 위해 열심히 교육에 투자하는 사람들에게는 언제든 고학력-고임금의 일자리가 제공된다는 신념 아래, 국가의 역할은 교육수준을 높이고 고등교육 접근권을 넓히는 한편 각자 자신의 재능에 걸맞는 일자리를 찾을 수 있도록 노동시장을 유연화하는 정도로 국한됐다. (본문 46쪽)

‘글로벌 옥션’과 ‘디지털 테일러리즘’
지금 벌어지고 있는 현상의 배경에는 누구도 언급하지 않는 글로벌 경제 환경의 변화가 있다. 저자들은 현재의 국제노동시장의 모습을 ‘글로벌 옥션’이라고 지칭한다. 마치 최저가경매처럼 가장 낮은 임금을 제시하는 노동자가 일자리를 얻게 된다는 것이다. 이런 일이 지금 국제적 규모로 벌어지고 있다. 저자들은 이런 현상을 만들어낸 원인으로 크게 4가지를 꼽는다.
첫째는 전세계적인 대졸자의 폭발적 증가이다. 중국에서는 한 해 700만 명이 대학을 졸업한다. 인도·러시아 등에서도 고등교육이 급격히 늘고 있다. 지난 10년간 세계에서 대학 입학자 수는 두 배로 증가했다.
둘째로, 품질과 비용의 혁명이다. 단순히 고등교육의 양만 늘어난 게 아니다. 질도 믿을 수 없게 향상됐다. 과거에는 선진국의 소프트웨어 개발자만 할 수 있던 일을 이제는 인도나 중국의 개발자도 할 수 있다. 비용은 3분의 1도 안 된다. 기업들은 단순 공장노동만이 아니라, 디자인·R&D·금융서비스·법률서비스 등 고급노동까지 해외로 아웃소싱하고 있다.
셋째로, 지식노동을 통제하기 쉽게 만드는 ‘디지털 테일러리즘’이다. 이는 이 책의 저자들이 창안한 개념으로 지식노동을 세분화·규격화·자동화하는 프로세스를 통해 비용을 줄이는 기법을 말한다. 이를테면 이전에는 대출심사를 은행원이 직접 해야 했다면, 이제는 프로그램으로 돌려버리는 식이다. 또 고객을 1대1로 상담하지 않고, 많은 경우를 콜센터를 통해 처리하는 식이다. 제조업이 분업과 자동화를 통해 대량생산에 성공했듯이, 서비스업도 업무를 세분화한 뒤 IT기술을 활용, 인간의 지적 노동이 최소화되도록 진화하고 있다. 지식노동자의 재량과 가치는 줄어들고, 기업의 통제력과 이윤은 크게 늘었다.
넷째는 역설적으로 글로벌 인재확보 전쟁이다. 위의 세 가지 원인들로 일반적인 대졸 화이트칼라 노동의 가치는 감소했지만, 상위 10%는 오히려 더 가치 있는 존재가 됐다. 기업은 최고 인재를 확보하는 것이 성장에 필수적이라고 생각하고, 온갖 노력을 기울이고 있다. 최상위 인재로 분류되면 고액연봉과 각종 혜택을 얻는다. 반면 그 밑의 직원들은 별로 신경 쓰지 않는다.
이러한 4가지 경향이 오늘날 지식경제사회의 모습을 결정하고 있다는 것이 저자들의 주장이다. 피터 드러커를 비롯해 많은 경영 구루들은 이제는 지식이 곧 힘인 시대이기에 교육을 많이 받은 지식노동자가 되면 소득도 늘어날 것이라 예측했지만, 이 예측은 틀렸다. 지식은 아주 흔해졌으며, 기업들이 원하는 지식은 얼마 되지 않는다. 많이 공부해도 많이 벌지 못하는 이유가 여기에 있다. 기업은 언제든 쉽게 가장 싼 지식노동을 찾아 세계 곳곳으로 이동할 수 있으며, 노동자들은 울며 겨자 먹기로 자신의 지식노동을 헐값에 세일해야 한다. 결국 그 결과는 전세계적인 중산층의 몰락이다.

디지털 테일러리즘 때문에 다양한 형태의 지식노동을 세계 어디로나 아웃소싱할 수 있게 됐고, 글로벌 인재전쟁은 최우수 인재와 나머지 사이의 격차를 더욱 가파르게 만들었다. 인적자본의 가치가 하락하면서 개인의 번영과 사회정의에 대한 약속도 거짓으로 드러났다. 월스트리트가 긴급구제를 받아야 하는 상황까지 오게 된 것은 단순히 은행업계 종사자들의 탐욕 때문만이 아니다. 더 이상 노동 소득으로 삶을 꾸려나갈 수 없게 된 중산층이 부동산과 대출에 의존하면서 무너지기 시작했기 때문이기도 하다. (본문 245쪽)

해외로 나가면 일자리가 널려 있을까
정치권은 청년 실업 현상을 두고서 해외취업의 확대를 해답의 하나로 제시한다. 이명박 대통령은 ‘글로벌 청년리더 10만 사업’을 야심차게 추진했고, 박근혜 대통령은 그와 유사한 ‘K-Move’ 사업을 추진하며 청년들에게 한국을 떠나 일자리를 찾을 것을 권하고 있다. 그러나 ‘글로벌 청년리더 10만 사업’이 심각한 실패로 드러났듯이, K-Move 또한 청년들을 한국에서 떠나게만 하는 사업이 될 가능성이 높다. 국내에나 해외에나 중산층의 삶을 보장해줄 만한 일자리는 많지 않다. 그리고 점점 줄어들고 있다.
그럼 대안은 무엇일까? 선진국들은 보호주의 장벽을 높이 쳐서 개발도상국가의 고학력-저임금 노동력의 유입을 차단해야 하는 것일까. 저자들은 그렇지 않다고 대답한다. 부자나라와 상대적으로 가난한 나라의 노동자들이 대립하는 구조가 아니라 서로 공존하는 새로운 시장의 모델을 만들어낼 필요가 있다고 조언한다. 노동자들끼리의 치열한 경쟁으로 자꾸만 하락하는 노동의 가치에 제대로 보상을 하고, 새로운 국제 노동 기준을 정하는 등의 일이 필요하다. 이런 과제를 위해 필수적인 것은 지금보다 더 똑똑한 정부이다. 이 책은 사람들의 재능과 교육이 착취당하지 않고 제대로 된 보상을 받는 사회를 그리고 있다.

우리는 소수에 대한 과대평가를 멈추고 다수의 생산에 대한 기여를 제대로 인정해줄 필요가 있다. 소수 엘리트에게만 온갖 혜택이 쏠려 있는 지금의 보상체계는 분명 잘못됐다. 글로벌 옥션은 최고와 나머지들 사이의 불평등을 확대하는 역할을 수행해왔다. (…) 우리는 진정한 생산 기여도에 따라 보상의 체계를 다시 짜야 한다. 국가경제의 발전은 육아, 노인복지, 지역사회봉사 등을 막론하고 직간접적으로 생산활동에 참여한 모든 사람들의 노력이 합쳐진 결과물이다. 사람들의 다양한 재능을 꽃피우는 것이 중심이 되는 새로운 사회시스템에서는, 이제까지 공식적으로는 실업상태로 분류되는 사람들의 노동 역시 제 가치를 인정받게 될 것이다. 사회에 대한 기여와 보상을 밀접하게 연계시킴으로써, 사익 추구와 시장 경쟁의 논리로만 굴러가는 사회에 올바른 정의를 다시 세워야 한다. (본문 205-207쪽)

이 책은 미국의 현실을 중심으로 쓰여졌지만, 90%에 육박하는 세계 최고의 대학 진학률을 기록하고 있는 우리나라에 많은 시사점을 던져주고 있다. 왜 좋은 대학을 나와도 갈수록 좋은 일자리를 얻기가 힘들어지는지에 대한 해답을 찾고 싶은 이들이라면 저자들의 통찰에 귀기울여봄직하다.



저자소개

필립 브라운: 중등 교육을 마치고 공장 노동자로 일하다가 노동시장에 대한 관심을 갖게 됐다. 이후 그는 세계화로 인한 노동시장의 변화에 대한 연구에 집중해왔다. 현재 영국 카디프대 사회과학학부 석좌교수로 있다.

휴 로더: 뉴질랜드 캔터베리대학에서 박사학위를 취득했으며, 영국 배스대학에서 교육과 정치경제학을 가르치고 있다. 교육의 상업화에 대한 문제의식을 갖고 이에 대한 여러 편의 논문을 썼다.

데이비드 휴스턴: 영국 카디프대학 및 레스터대학 명예교수로 1980년대에 레스터대학에서 노동시장연구센터를 세우고 일자리, 트레이닝, 노동시장 등의 이슈를 집중적으로 연구했다. 이후 미국 뉴욕주립대학, 레딩대학 등에 강의했으며 영국 정부에 교육 및 노동정책에 대해 자문하기도 했다.

옮긴이 이혜진: 2002년 서울경제신문에 입사한 이후 경제부ㆍ증권부ㆍ국제부 등을 거치며, 금융과 국제 이슈에 대한 기사를 두루 써왔다.

옮긴이 정유진: 2002년 경향신문에 입사해 경제와 교육 분야를 주로 취재해왔으며, 현재 사회부에서 서울시경을 출입하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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