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목록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

페이지 정보

본문




도서명 : 가축이 행복해야 인간이 건강하다  가축사육, 공장과 농장 사이의 딜레마
저자명 : 박상표
서지사항 : 환경, 생태|248쪽|변형 신국판|2012년 7월 20일
가 격 : 14,000 원


도서소개

가축대량생산체제의 딜레마

얼마 전 가수 이효리가 육식을 비난했다고 해서 구설수에 오른 적이 있다. 그녀가 가축사육 문제를 다룬 다큐멘터리의 나레이션을 맡으면서 자신의 트위터에 “불편하다고 외면하지 마세요. 이 세상에 벌어지고 있는, 우리가 먹고 있는 진실을 보세요”라고 글을 남겼는데, 이것이 육식 자체를 겨냥한 것이라고 확대해석되면서 그녀에게 비난이 쏟아진 것이다. 그녀는 곧 “저는 육식을 반대하지 않습니다. 다만 공장식 사육을 반대할 뿐입니다. 잘 자란 동물을 먹는 것이 사람에게도 좋으니까요”라고 글을 남기며 논란을 진화했다.
이 책은 이효리의 이 말이 상식 차원에서만이 아니라 과학적으로도 사실임을 보여준다. 가축문제는 동물권리의 문제만이 아니다. 그것은 우리가 먹고 사는 문제다. 스스로의 건강을 위하여 우리는 우리가 먹는 고기가 어떻게, 어디에서 생산되는지 알아야 한다. 그리고 그 과정에서 어떤 문제가 발생하는지도. 가축사육 문제는 우리 식생활의 문제이며, 우리가 사는 환경의 문제이며, 보건과 위생의 문제다.
이 책은 육식이 윤리적으로 문제가 있다거나 채식이나 동물해방이 궁극적 대안이라는 이념적 주장을 담고 있지 않다. 저자는 철저히 사실에 근거해서 가축을 불행하게 하는 것은 인간도 불행하게 만드는 일이란 점을 똑똑히 깨닫게 해준다.

7억2500만 마리: 한국에서 한 해 동안 죽는 닭
한국 사람들은 1970년에는 한 사람이 한 해 동안 5.2㎏의 고기를 먹었을 뿐이지만 2010년엔 1인당 41.1㎏로, 40년 사이에 무려 8배나 늘어났다. 물론 미국인들에 비하면 아직도 별거 아니다. 그들은 지난 2007년 기준으로 1인당 127.1㎏의 고기를 소비했다.
한국 국민은 1년에 1인당 48인분의 삼겹살을 먹고 12마리의 닭들을 먹어치운다. 그를 위해 한국에서 한 해 도축되는 닭의 마리수가 무려 7억2500만 마리다. 돼지는 1000만 마리를 기르며 그것도 모자라 세계 돼지고기 수입량 5위권에 해당하는 100만 톤을 수입하고, 소는 육우과 젖소를 합쳐 300만 마리가 산다. 이 많은 가축들은 엄청난 양을 먹고 싸는데, 우리가 수입하는 곡물의 70%가 가축사료이며, 연간 4650만 톤의 분뇨가 나온다.
축산 분야의 생산력 증가는 놀라운 수준이다. 세계 인구가 두 배 늘어나는 사이 고기 소비는 네 배가 늘어났다. 현재 세계 인구의 10배에 해당하는 600억 마리의 가축이 사육되고 있다. 그러나 이렇게 눈부시게 발달한 축산업의 이면에는 인간 건강과 지구 환경에 드리운 짙은 그늘이 있다.

과학축산의 우울한 진실
과거에 축산전문가 및 학자들은 ‘과학축산’이라는 명목으로 공장식 축산을 옹호했다. 좁은 공간에서 밀집사육을 하고, 초식동물인 소에게 동물성 사료를 주고, 항생제를 사료에 첨가하고, 병아리의 부리를 자르고, 수퇘지의 고환을 거세하는 등의 일을 한 것이다.
‘과학축산’은 전혀 과학적인 것이 아니었다. 광우병이 발생해 유럽에서 수십만 마리의 소가 죽고 수백 명의 인명을 앗아갔다. 항생제를 과다 사용하다 보니 어떤 항생제를 써도 죽지 않는 슈퍼 박테리아가 출현했다. 한국은 특히 심해서 가축에게 항생제를 스웨덴보다 30배, 덴마크나 뉴질랜드보다 23배, 미국보다 6배, 일본보다 2.5배 더 많이 사용한다. 당연히 항생제 내성율도 80%에 달할 정도로 높다. 약을 써도 병을 치료할 수 없게 된 것이다. 1969년 영국의 “「스완 보고서」는 가축의 성장을 촉진할 목적으로 사용하는 항생제 때문에 축산식품을 먹는 사람들의 세균성 질병을 치료하기 어렵게 될 것이라고 경고했다.”(178쪽)
대량생산․대량유통의 축산업에서는 식중독 문제도 피해갈 수 없다. 미국 질병관리본부는 해마다 4800만 명의 사람들이 식중독에 걸리는 것으로 추정하고 있다. 그중에서 12만8000명은 병원에 입원하여 치료를 받으며, 3000명은 사망한다. 가축들은 온갖 세균에 오염되고 똥으로 범벅된 채 도축장으로 오며 한 시간에 400마리씩 도축되는 살인적인 속도 때문에 위생사고가 발생할 확률이 높아진다.
지나친 밀집사육은 가축농장을 신종 전염병의 진원지로 만들었다. 2010년 말 구제역으로 346만 마리의 가축이 살처분되어 매장됐다. 살아 있는 채로 묻어버리는 아비규환의 생지옥이 연출됐고, 새어나온 침출수가 환경문제를 일으켰다. 조류독감으로는 2003년 이후 이제까지 가금류 3000만 마리가 죽었으며, 인간도 공격해 전세계적으로 583명이 조류독감에 희생됐다. 가장 인상적인 예는 신종플루라 불린 돼지독감이다. 멕시코와 미국의 돼지농장에서 시작된 이 전염병으로 전세계에서 1만8337명이 죽었다. 원래 명칭이 돼지독감이었던 이 병은 매출 악화를 우려한 축산업계의 항의 때문에 '인플루엔자A' 또 ‘신종플루’로 이름이 바뀌었다. 각계각층의 전문가로 구성된 퓨 위원회는 공장식 축산방식에 대해 다음과 같은 결론을 내렸다.

1. 공장식 축산방식은 돼지독감 대유행의 사례에서 본 것처럼 바이러스에 감염된 콧물과 재채기 등을 통해 인간에게 독감을 전염시킬 수 있다.
2. 공장식 축산방식은 한 곳에 많은 동물을 집중적으로 사육함으로써 아주 드문 바이러스 돌연변이가 일어날 수 있다.
3. 공장식 축산방식은 밀집사육으로 인한 스트레스로 동물의 면역체계를 약화시킨다.
4. 공장식 축산방식은 햇볕이 들지 않고 신선한 공기가 부족한 어두운 사육공간에서 병원체가 더 오랫동안 살 수 있도록 한다. 햇볕 속에 들어 있는 자외선은 인플루엔자 바이러스를 사멸시키는 아주 효과적인 수단이다. 오랫동안 축축하고 그늘진 곳에 가축을 사육함으로써 독감 바이러스가 오랫동안 살아남을 수 있다.
5. 공장식 축산방식은 똥 더미에서 나오는 암모니아 가스가 동물의 호흡기를 공격하여 감염을 일으킬 수 있도록 한다.
6. 공장식 축산방식은 살아있는 가축을 먼 곳까지 수송함으로써 세계 곳곳의 사람들에게 동물의 질병을 퍼트릴 위험이 있다. 비행기로 돼지를 수송할 경우 인플루엔자 대유행이 일어날 수 있다.
-169~170쪽

육류 소비의 절대량을 줄이는 일부터

이제 가축의 복지는 단순히 동물의 해방이나 동물의 권리를 위한 것이 아니라 인간의 건강과 안전을 위해서 현실적으로 절실히 필요한 것이 되었다. -197쪽

가축의 복지가 가축만의 문제가 아니라는 사실이 점차 분명해지고 있다. 그렇다면 지금의 가축사육 시스템을 어떻게 바꿔야 할까? 저자는 이 책에서 확실한 해답을 내놓지는 않는다. “공장식 축산업은 현대 사회를 지탱하는 식품체계의 주요한 기둥”이기 때문에 “어느 특정한 한두 가지 기술이나 무항생제 축산 또는 유기농 같은 농업방식의 변화만으로 문제가 해결되기는 어렵다”는 것이다. 동물복지 축산이나 로컬푸드 운동으로 부분적인 개선을 하면서, 궁극적으로는 육류소비의 절대량을 줄이고 중소규모의 가족농을 육성하며 공장식 축산 시스템을 해체하는 방향으로 가는 것이 지금 우리가 할 수 있는 일이다. 저자는 그러기 위해 생산자와 소비자가 각자 할 수 있는 일들을 제시한다.

먼저 생산자가 할 수 있는 일은 다음과 같다.
1. 항생제, 화학비료, 농약, 유전자조작 씨앗에 의존하는 관행농업에서 벗어나자.
2. 가축분뇨를 거름으로 사용하고 작물을 가축의 먹이로 활용하여 농업과 축산업을 순환시키자.
3. 유기농의 상업화를 막아내고 우리 실정에 맞는 자연순환농업 모델을 만들자.
4. 가축들이 불필요한 고통・괴롭힘・부상을 당하지 않도록 동물복지를 고려하자.
5. 농촌 지역사회 유지를 위해 농민의 복지를 국가에 요구하자.

그에 맞춰 소비자는 다음과 같은 일을 할 수 있다.

1. 패스트푸드를 끊고 외식을 줄이자. 여기엔 외식업의 비중을 줄이기 위한 대책도 병행되어야 하며 도시의 영세 자영업자나 빈민들의 귀농·귀촌을 지원하는 게 한 방법일 수 있다.
2. 대형마트에서 카트에 음식을 가득 담는 소비생활에서 벗어나고, 지역 생협 회원으로 가입해 도시와 농촌의 유기순환을 위한 여러 가지 사업에 적극적으로 참여해보자.
3. 천천히 요리하여 적게 먹자. 가축의 행복과 인간의 건강을 위한 축산을 하려면 지금보다 가축사육 규모도 줄이고 육류소비량도 줄여야 한다.

이런 방법들이 문제를 한방에 해결하는 ‘마법의 탄환’은 되지 않겠지만 그래도 조금씩 현실을 바꿔나갈 수 있는 느린 걸음이다. 생산자와 소비자가 가축사육 문제를 동감하고 노력을 모아간다면 가축이 행복하고 인간이 건강한 세상이 점점 가까워질 것이다.

공장식 축산업을 폐기하는 것은 어려운 일이지만, 지구 환경을 살리고 가축과 인간의 건강을 위해 우리가 가야 할 올바른 길이다. 인류는 역사 속에서 신분차별・인종차별・성차별 등 해결 불가능할 것 같은 문제들을 극복해왔다. 소비자의 생명을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 얼굴 있는 생산자와, 그 생산자의 생활을 책임질 준비가 되어 있는 가슴 따뜻한 소비자가 만나서 힘을 모은다면 가축이 행복하고 인간이 건강해질 수 있다. 그것은 꿈이나 이상이 아니라 멀지 않은 장래에 우리가 실현할 수 있는 현실이 될 수 있다. 이윤보다 생명을 소중하게 여기는 또 다른 세상은 얼마든지 가능하다. -248쪽



저자소개

박상표: 인간과 가축의 건강을 위해 활발히 활동하고 있는 수의사로, 광우병․조류독감․구제역 등 가축과 관련한 사회적 문제에서 전문가로서 많은 발언을 하고 있다. 2008년 미국산 쇠고기 논란 당시 많은 국민들에게 광우병에 대한 경각심을 불러일으킨 ‘광우병’ 편에 전문가 자문으로 참여했으며, 이후 많은 언론과 <100분 토론> 등에서 정부의 졸속 협상을 밝히고 광우병에 대한 거짓 주장을 과학적으로 조목조목 비판하며 맹활약했다.
현재도 광우병 문제, 항생제 오남용 및 내성 문제, 농약․GMO․식품첨가물․동물복지 등 식품안전 문제에서 항상 시민의 편에 서는 대항 전문가로서 활동했다. 그러다 2014년 1월 갑자기 세상을 떠나 주변을 안타깝게 했다. 참여연대 운영위원과 광우병 국민대책위 정책자문위원 등을 지냈으며 현재 국민건강을위한수의사연대 정책국장과 연구공동체 건강과대안 연구위원, 한미FTA저지범국본 정책자문위원을 맡았다.
저서로는 『조선의 과학기술』 『고적답사 이야기』(공저) 『불확실한 세상』(공저) 『한미 FTA 우리의 미래가 아닙니다』(공저)가 있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