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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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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다  한국 실업의 역사
저자명 : 강준만
서지사항 : 인문, 역사|280쪽|국판변형|2010년 12월 13일
가 격 : 12,000 원


도서소개

실업국치(失業國恥) 70년사
-‘구직수난사’를 들여다보고자 하는 뜻은 ?


미래가 보이지 않을 땐 과거를 보라는 말이 있다. 이 책엔 저자의 평가도, 주장도 없다. 저자는 해방정국에서부터 오늘에 이르기까지 한국 실업의 역사, 슬픈 구직수난사를 살펴봄으로써 실업 문제의 해결이 단순히 '방법'의 문제가 아닌 '철학'과 '자세'의 문제임을, 독자들이 조금이나마 이해하기를 바란다.
왜 철학과 자세의 문제란 것인가? 우리나라는 한 번 떨어지면 끝장이라는 식의 승자독식, 각개약진 문화가 강고한 사회다. 이런 문화에서는 정규직-비정규직 문제나 최근의 기업형 슈퍼마켓(SSM) 논란 및 이마트 피자와 롯데마트 치킨 판매 문제 등에서 보듯, 누군가 제아무리 '기가 막힌 방법'을 강구한다 한들 이해당사자 모두를 만족시키는 해결책을 내놓기 어렵다. 즉 방법 이전에 사회 구성원 모두가 동의할 만한 '철학'과 '자세'가 개입되어야 근본적인 해결책이 나올 수 있다는 말이다.
따라서 저자는 실업 문제를 넓고 깊게 보기를 권한다. "달리 말하자면, 실업 또는 취업의 문제는 그 어떤 이념도 뛰어넘는 한국 사회의 근본적인 운영과 작동방식의 문제라는 것이다." 저자는 기존의 좌우 이념의 틀을 벗어나야만 실업의 문제를 제대로 볼 수 있다고 말한다. 즉 이념을 떠나 승자독식 문화의 의식과 관행을 바꾸고, 공존공생의 자세를 견지하지 않으면 영원히 실업 문제의 해결책을 찾을 수 없을 것이라는 전언이다.

4·19 혁명와 5·16 쿠데타를 촉발시킨 실업 문제
저자는 전화, 커피, 축구, 입시, 어머니 등 일상의 테마를 제재 삼아 기술하는, '한국 생활사' 저술 작업을 꾸준히 해왔다. 이런 가운데서 이번에 한국 실업의 역사를 다룬 책이 이 목록에 더해진 셈이다. 그간 실업 문제가 우리에게 소외돼 있었다는 점에서 이 책의 가치는 소중하다.
실업자가 돼보지 않은 사람은 그 비참한 심정을 잘 모른다. 이 책을 읽다보면, 해방 이후에서부터 지금까지 실업 문제가 그 심각성에도 불구하고 면면히 이어져오고 있다는 사실을 새삼스럽게 발견하게 된다. 아울러 '실업'이란 요소가 역사에 중요한 변수로 작용했다는 점도 알 수 있다. 그러나 실업자나 실업 문제가 우리에게 소외돼 있다는 사실은 역사적 아이러니가 아닐 수 없다.
예컨대, 8․15 이후 해방정국에서는 우익 청년․학생 단체가 엄청나게 많이 생겨났다. 이는 당시의 대규모 실업과 심각한 경제난 때문이었다. "청년단의 폭력 행사는 겉으론 이데올로기 투쟁의 양상을 강하게 띠었지만, 그 실상은 배고픔을 해결하기 위한 방편의 성격이 강했다." 또 60년대 대학생들의 양적 증가와 30%가 넘는 실업률은 4·19 혁명을 촉발시킨 한 요인이 되었다. 5·16 쿠데타 역시 주동자들의 실업 문제가 촉발 요인 중 하나였다. 월남 파병과 중동 해외취업 붐은 당시의 경제난 타개와 실업 문제의 해결에 상당한 기여를 했다.

실업과 정규직-비정규직 문제
80년대에 들어서면서 입시전쟁이 본격화되고 8학군 문제가 불거지기 시작한다. 90년대에는 3D 업종을 기피하면서 인력난과 구직란의 공존 현상이 나타난다. 그러다가 97년 'IMF 환란'이 터지면서 대량 실업 사태가 일어나고 거리엔 노숙자들이 넘쳐났다. 취업난이 극심하다보니 대학생들 사이에서는 벤처기업 창업 열풍이 불기도 했다. 2000년대 이후부터는 ‘사오정’(45세 정년) ‘오륙도’(56세까지 일하면 도둑) ‘육이오’(62세까지 일하면 오적五賊) ‘삼팔선’(38세도 선선히 퇴직을 받아들인다)이라는 표현이 등장할 정도로 기업들의 감량․감원이 상시화됐다. 또 젊은이들 사이에선 프리free와 아르바이터arbeiter의 합성어인 프리터freeter족이 급증했다.
IMF 환란 이후 최업난이 심화되는 가운데 비정규직은 급증했다. 저자는 앞서 실업 문제가 이념을 넘어서는 한국 사회의 운영과 작동방식의 문제라고 했는데, 이를 잘 보여주는 것이 정규직-비정규직 문제이기에 7~8장에서는 별도로 비정규직 논쟁과 노동조합의 문제를 다뤘다.

잘못인 줄 알았지만 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었습니다
2005년 2월 기아자동차 광주공장에서 채용비리 사건이 터졌다. 입사자가 돈을 주고 생산계약직에 채용된 것이 드러난 것이다. 검찰 조사를 받고 나온 김모 씨(29세)는 “잘못인 줄 알았지만 영혼이라도 팔아 취직하고 싶었습니다”라고 말했다. 이 사건은 민주노총에게도 큰 타격을 줬는데, 돈을 받은 사람이 노조 대의원이었기 때문이다.
김씨는 “입사 적격ㆍ부적격을 떠나 돈을 건넨 것에 대해 ‘일반적인 관행이며, 청년실업이 심하니 용서해달라’는 식으로 변명하고 싶지 않다. 이제라도 훌훌 털고 다시 시작하고 싶다”며 눈시울을 붉혔다. 김씨의 아버지는 “아들의 잘못은 분명하지만 일하고 싶은 아이에게 일자리 하나 제대로 마련해주지 못한 내 자신과 이 사회가 원망스러울 뿐”이라며 선처를 호소했다.(『한국일보』 2005년 2월 2일자)
이 사건은 노조 비리 문제뿐 아니라 정규직-비정규직 문제와 청년실업을 포함하는 세대론 논쟁 등 여러 문제들을 중충적으로 함축하고 있다. 이제 우리는 이 처절한 호소와 절규에 귀 기울여야 할 때가 아닐까. 이 책이 저자의 바람대로 이에 조금이나마 일조했으면 좋겠다.



저자소개

강준만: 성균관대 경영학과를 졸업하고,미국 조지아대학교와 위스콘신대학교에서 각각 신문방송학 석사와 박사 학위를 받았다. 현재 전북대학교 신문방송학과 교수로 재직중이다. 한동안 한국 사회문제 전반에 대한 비판적 글쓰기에 매진해오다, 근자에는 생활사 등 교양적 글쓰기로 무게중심을 옮겨 <한국 현대사 산책>(전18권) <한국 근대사 산책>(전10권) <미국사 산책>(전17권) 등 대작을 쏟아내고 있다. 더불어 전화, 커피 축구 입시, 어머니 등 일상의 테마별로 각기 통시적 개괄 작업을 단행본으로 선보여온 저자가 이 책으로 '실업'이란 또 하나의 목록을 추가하고 있는 셈이다. 총 40여 권의 책을 예정하고 있는 '한국 생활사' 작업이 앞으로 어떤 목록으로 메워질는지, 그리하여 그 전체가 어우러져 어떤 한국적 테제를 탄생시킬는지 자못 기대가 된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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