총목록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

페이지 정보

본문




도서명 : 샌드위치 위기론은 허구다  조직론으로 본 한국 기업의 위기와 그 해법
저자명 : 우석훈|박권일
서지사항 : 경제·사회|신국판|336쪽|2007년 08월 03일
가 격 : 12,000 원
비 고 : 절판


도서소개

위기의 본질은 기업 외부가 아니라 내부에 있다!

삼성 이건희 회장을 비롯한 대표적인 한국 기업의 회장들이 이른바 ‘샌드위치 위기론’을 거듭 경고하고 나섰다. 쉽게 말해 미국과 일본을 축으로 한 선진경제의 거센 저항과 중국의 추격으로 한국 경제가 설 자리를 위협받고 있다는 것이다. 경제 위기 외인론(外因論)에 해당하는 이 주장을 완전 부정할 수는 없을 것이다. 하지만 이 책의 공동저자인 우석훈 박사는 한국에서 샌드위치 위기론은 경제적 담론이라기보다 정치적 담론에 가깝다고 말한다. 즉 정치인들이 정권의 경제정책을 정당화하거나 기업인들이 정부에 무언가를 요구하기 위한 배경으로 사용할 수 있는 담론이지만, 과학적 경제 진단은 아니라는 것이다. 왜냐하면 기업이라는 존재 자체는 이미 국외 혹은 국내에서 경쟁적 조건에 있기 때문이다. 즉 ‘샌드위치 위기론’이란 사실상 하나마나한 이야기이며, 도대체 한국 기업이 샌드위치 위기에 직면하지 않은 적이 있었냐는 것이다.
그렇다면 기업 위기의 본질적 원인은 어디에 있는 것일까? 저자는 위기가 바로 기업 내부에 도사리고 있다고 주장한다. 따라서 지금 기업이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서 가장 먼저 해야 할 일은 기업 내부를 들여다보는 일이며, 이를 위해서는 ‘조직론’이라는 필터가 필요하다고 말한다.

왜 조직이 문제인가
저자는 한국 자본주의가 조직의 역사라는 관점에서 볼 때 유신시대의 군대 모델이 위기에 봉착한 이후에 새로운 조직 모델의 대안을 찾지 못해서 방황하는 중이라고 진단한다. 더 나쁘게는 IMF 경제위기 이후 한국에서 군대ㆍ가정ㆍ교회와 같은 상식적인 조직 모델들은 뒤로 밀려나는 중이고, 불법다단계 모델이나 조직폭력배 모델을 차용하는 기업이 늘어나고 있다고 말한다. 사정이 이렇다 보니 우리나라의 경제조직들은 정상적인 ‘조정’을 조직 내에서 성공적으로 이루어내지 못하고 있으며, 소위 세계화 국면에서의 변화들에 적응하거나 적극적으로 대응하기에 적절한 조직의 형태들을 갖추고 있지 못하다. 저자는 만약 이렇게 조직에서 생겨난 비효율성이 금융자본의 순환에 문제를 끼치고 있거나 최근 독립된 하나의 생산 변수로 간주되고 있는 기술 변수에 영향을 미치고 있다면, 조직에 대한 본격적인 검토 없이 한국 자본주의의 문제점을 제대로 이해하기는 불가능하다고 주장한다. 예를 들어 특정한 작업에 오랫동안 특화되어 숙련된 지식을 가지고 있는 노동자들이 집단으로 해고되었을 때, 이는 당연히 불량률의 증가나 숙달도의 하락에 의한 생산성 하락 같은 경제적 결과를 발생시키게 된다. 그런데 과연 이러한 효율성 하락의 책임이 저임금을 받으며 생소한 작업에 투입된 비정규직 노동자들에게 있는 것일까 아니면 비효율적인 방식으로 노동과정을 구성한 회사의 조직담당자에게 있는 것일까? 그리고 이러한 비숙련 노동자들의 비율 증가로 노동과정에서의 ‘소프트 이노베이션’이라고 부르는 연성혁신들이 지체되거나 실종되었을 때, 이러한 문제점을 과연 어떻게 극복할 수 있을 것인가?
저자는 구체적으로 이렇게 조직이라는 관점에서 생겨나는 문제들은 수없이 많은데, 이런 것들이 단순히 사소한 어떤 한 기업 혹은 정부기관의 어느 한 작은 부서에서 일어나는 에피소드에 불과한 것으로 치부되고 있다고 지적한다. 만약 이런 문제들이 한 지역경제 단위 혹은 국민경제 단위에서 발생한다면 어떤 일이 벌어지게 될까? 도대체 문제점이 뭔지도 모르면서 노동자와 회사 측이 갈등을 하게 되는 일은 물론이고, 별로 상관도 없는 금융자본의 흐름이 문제라고 하는 잘못된 진단이 벌어지게 된다는 것이다. 저자는 지금 한국 자본주의가 바로 이런 ‘조직의 덫’에 빠져 있다고 말한다.

조직론이 제시하는 위기 극복을 위한 키워드 5가지
그렇다면 한국 기업조직이 빠져 있는 가장 큰 함정은 무엇일까? 그리고 그 함정을 빠져 나가는 길은 무엇일까? 저자는 조직론이라는 관점에서, 한국 기업이 위기를 타파하기 위해 극복해내야 할 키워드 5가지를 제시한다.
첫째, 캐비어 자본주의의 문제를 해결해야 한다. 캐비어란 쉽게 말해 경제행위를 하는 개인들이 기대하는 경제수준을 말하는 것인데, 이는 임금이 될 수도 있고 부동산이 될 수도 있으며 조기유학이나 과외가 될 수도 있다. 이 문제가 해결돼야 하는 이유는 캐비어 문제가 바로 조직 구성원의 노동 숙련도 및 창조 능력의 문제와도 직결되기 때문이다. 기업조직은 구성원의 임금을 낮추는 대신 더 높은 고용 안정성을 제공해야 하고, 포스트 포디즘 시대에 적합한 ‘창조 잠재력’을 높이는 형태의 조직구조를 만들어야 한다. 또한 동시에 캐비어의 비용을 낮추도록 사회와 정부에 제안해야 한다. 캐비어를 먹을 수 있는 일부만 조직 내부에 남기고 나머지는 전부 외부화하거나 비정규직으로 전환하는 방식으로는 포스트 포디즘 이후 극도로 높아진 창조 능력 경쟁에서 버텨나갈 수 없다.
둘째, 귀공자 자본주의의 함정에서 빠져나와야 한다. 한국 기업들은 루키들을 선발할 때 엘리트 코스를 밟아온 귀공자들 위주로 선별한다. 이들은 주로 사회 상층부에서 로열젤리만을 먹고 자라며 토플이나 회화 능력, 출신 학교 등 획일화된 선발기준을 통과한 사람들이다. 귀공자 자본주의의 진짜 위험성은 조직 내의 ‘다양성’을 심각하게 떨어뜨린다는 데 있다. 지방대 출신이나 장애인 혹은 단순 언어 구사능력 외에 다른 장기나 특징을 가지고 있는 사람들을 일부러 뽑고 이들이 내부 경쟁에서 즉각적으로 패배하지 않도록 보호 장치들을 마련하는 것이 중요한 이유는, 이런 노력들이 조직의 다양성을 높여주기 때문이다. 외국인들이 한국의 조직 내부에서 예상치 않은 기여를 하게 되는 일이 많은 것도 다 같은 이유로 설명된다. 또한 이렇듯 ‘승자’들만을 모아서 조직을 운용하면 기업 내부에 경쟁도가 지나치게 높아져서 ‘협동진화’가 사라질 위험이 높다. 자본주의가 성공한 가장 큰 역사적 배경은 평민들의 근면과 창의력 그리고 그들이 살아남기 위해서 갖추었던 숙련도에 있다는 것을 잊어서는 안 된다. 지금 한국의 귀공자들은 단단히 왕자 행세하고 있는데, 이들은 10만 명을 먹여 살릴 수 있는 천재가 아니고, 오히려 10만 명이 이런 귀공자 한 명을 먹여 살리기 위해서 희생되어야 하는 것이 역사적 진실이다.
셋째, 마초 자본주의를 넘어서 여성들과 일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한국은 해방 이후 등장한 신여성을 ‘완전히 때려잡고 굴복시키는 방식’으로 진화했는데, 이 시스템은 그 이후 거의 변하지 않은 채 여성들을 접대부 정도로만 생각하면서 21세기를 맞은 셈이다. 한국 기업처럼 상층부에서 하층부까지 전부 여성 접대부가 나오는 술집에서 비즈니스를 하는 나라는 없다. 여성들이 고위 직급에 잘 올라가지 못하는 근본적인 장애요인 중 하나가 바로 이 ‘밤의 비즈니스’라는 황당한 현상 때문이다. 주요 경제 조직에서 거의 똑같이 40~50대 마초집단이 장악하고 있는 한국 자본주의는 아직도 여성들과 일하는 법을 전혀 모른다. 그들이 할 수 있는 얘기는 ‘남성과 여성의 기회의 형평성’ 정도인데, 이 극단적이고 기형적인 경쟁 구조에서 여성들은 출산을 포기하거나 골프를 배우고 폭탄주를 배워서 남성들과 같은 공간에서 움직일 수 있도록 개인 전략을 선택하고 진화할 수밖에 없게 된다. 스위스나 스웨덴에서 행하고 있는 ‘주 이틀 노동제’나 장기간의 ‘육아 휴가’와 같은 약간의 공공 보조 장치만으로도 고급 여성인력이 기업에 기여할 수 있다. 더군다나 마초들의 주지육림 자본주의를 굴려가기 위한 숱한 접대와 향응비용을 줄이고 마초들의 임금을 조금만 낮추어도 여성들이 일할 자리를 만드는 것은 어렵지 않다. 여성들이 일하기 어려운 조직은 남성들 중 ‘다른 방식으로 똑똑한’ 사람들도 일하기 어려운 조직이다. 결국 다양성과 창조성에서 극히 제한을 받는 경직된 조직이 될 수밖에 없고 이런 조직은 살아남을 수 없다.
넷째, 토호들의 ‘짝패’ 자본주의를 타파해야 한다. 한국 기업들은 지역과 잘 지내는 법을 모른다. 현재 한국 기업들이 지역사회에서 사용하는 기본 전략은 ‘고용을 만들어준다’는 것인데, 그들 스스로 필승전략이라고 자화자찬하는 이 전략은 다른 보조 요소의 도움을 받지 못할 경우 그렇게 오래가지 못한다. 대부분의 한국 기업은 지역민의 눈높이가 아니라 지역 토호의 눈높이에서 문제를 해결하려 한다. 즉 기업과 지역 기득권들끼리 ‘짝패’가 되어 지역민을 극단적으로는 ‘천민’ 취급하는 것이 현실이다. 기업이 단지 부동산 투기나 부정부패를 일삼는 집단으로 이해되는 것이 아니라 지역민의 눈높이에서 ‘사랑받는 존재’가 되는 것은 위기 국면의 한국 자본주의가 넘어야 하는 또 다른 장애물이다. 왜냐하면 그것이 바로 조직의 ‘영속성’을 담보해주기 때문이다. 기업끼리의 경쟁이라는 관점에서 본다면, 지역 경제가 특히 선호하는 기업과 ‘저 기업은 우리 동네에 오면 정말 안 된다’고 인식되는 기업으로 분화될 것이다. 풀뿌리 민주주의가 더 강화되고 지역 토호 구조도 무너지게 될 때, 그 기업 경쟁에서 ‘지역과 잘 지내는 법’을 상징적 자산으로 가지게 된 기업에게 더 유리한 방식으로 시장 흐름이 진행되게 된다. 일본의 토요타가 지역에서 한 일은 토호 노릇이나 왕 노릇을 하는 것이 아니었다는 점을 상기해보면, 현재 ‘짝패 자본주의’에 빠진 기업이 찾아나가야 할 길이 보일 것이다.
다섯째, 조폭 자본주의를 넘어서 중소기업과 일하는 법을 배워야 한다. 경제학자들에게 한국 경제에서 가장 큰 위기를 딱 하나만 꼽으라고 한다면 좌파나 우파라는 정치적 신념과 상관없이 대부분 중소기업의 위기를 꼽는다. 이 문제의 근본에는 한국 대기업들이 중소기업과 일하는 법을 모른다는 냉혹한 현실이 도사리고 있다. 군대로 치면 자기 후방의 보급부대에게 총질을 하는 것이 한국 대기업이라고 할 수 있는데, 일본이 만들어낸 ‘신뢰의 자본주의’ 모델과는 전혀 정반대의 길로 한국 자본주의가 걸어가고 있는 중이다. 대기업이 앞으로 전진하기 위해서는 중소기업의 창조 능력을 극대화시키는 협동진화 모델을 만들어가야 한다. 중소기업에게 대기업이 그저 기술이나 빼앗아가려는 조폭 집단처럼 비쳐질 때 대기업의 미래는 없다. 대기업과의 적절한 협력관계만 있었다면 한국의 중소기업은 지금보다 훨씬 안정적인 경제구조를 가지게 되었을 것이고, 국민경제의 안정성과 다양성 역시 지금보다는 좋은 모습을 가지고 있었을 것이다.

한국형 국민기업 모델은 가능한가
저자는 위에 제시한 다섯 가지 키워드를 해결하는 기업은 이른바 ‘한국형 국민기업 모델’로 자리 잡을 수 있을 것이라고 말한다. 기업이 ‘영속성’을 가지고 살아남기 위해서는 궁극적으로 국민경제 시스템 내에서 우점종이 될 수 있어야 하는데, 앞서 언급된 다섯 가지 키워드가 바로 그 열쇠를 쥐고 있다는 것이다. 세계화 시대라고 말하지만, 아직 어느 나라에서도 기업이 완전 경쟁 시장에 홀로 내던져지는 경우는 없다. 어느 나라에서든 형식을 바꿔가면서 기업을 보조함으로써 경쟁력을 유지하도록 도와준다. 여전히 국민경제 모델이 작동하고 있는 셈인데, 이는 국가와 국민과 기업이 적절한 합의점과 협동진화의 모델을 만들어가는 것이라고 할 수 있다. 따라서 위의 다섯 가지 키워드들은 바꿔 말하면 기업을 보조하기 위한 장치들을 마련할 수 있는 전제조건들이기도 하다. 그것들을 풀어낸 기업은 자연스럽게 해당 분야에서 정책적 배려에 의한 보조금을 비롯해 여성과 약자 그리고 지역경제에서 ‘사회적 지지’를 받게 되는데, 이런 방식의 진화가 미국은 물론 일본과 유럽 자본주의에서 점점 익숙해지는 새로운 진화의 방식이다. 만약 기업들이 지금까지의 진화 방식을 고수하려 한다면 ‘중남미형 지옥 모델’로 치달아가게 될 것이다. 지금 기업들은 진화의 분기점에 서 있는 셈이다. 어느 길을 선택할지는 기업 스스로의 몫이다.



저자소개

우석훈: 서울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인생의 1/4을 독일ㆍ프랑스ㆍ영국ㆍ스위스 등의 외국에서 지냈고, UN 기후변화협약의 정책분과 의장과 기술이전분과 이사를 마지막으로 국제협상과 공직생활에서 은퇴했다. 『한겨레』에 「명랑국토부」를 연재하던 시절을 행복했던 기억으로 가지고 있으며, 고액연봉 대신 ‘가난한 자유’를 선택하고 비로소 인생의 행복을 찾았다. 『아픈 아이들의 세대』 『음식국부론』 『한미 FTA 폭주를 멈춰라』 『88만 원 세대』의 저자이며, 이한동 총리 시절 만들었던 「한국 기후변화 2차협약 종합대책」이 가장 유명한 작품이다. 현재 성공회대학교에서 강의를 하고 있고, 서부발전의 사외이사로 활동하고 있으며, 늘 자신을 C급 경제학자로 소개하고 있다.

박권일: 부산에서 태어나 서울에서 살고 있다. 대학에서 철학과 사회학을 공부했고, 월간 『말』에서 3년간 기자로 일했다. 노동ㆍ경제 분야 기사를 주로 썼다. 2007년 현재 우석훈 박사와 함께 한국 경제 대안 시리즈를 쓰고 있다. 그림을 전공하고 싶었던 문학청년이며, 많은 50대들이 얼굴만 보아도 이유 없는 불쾌함을 느낄 정도로 혈관에 비주류 정서를 채우고 살아간다. 미니멀리즘을 사랑하고, 부산 출신이면서도 롯데 자이언츠를 응원하지 않아 주위 사람들과 갈등했던 전력이 있다. 경제성보다는 예술성이 그가 세상을 견뎌내는 무기다.

댓글목록

등록된 댓글이 없습니다.