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코레야 1903년 가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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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코레야 1903년 가을  러시아 학자 세로셰프스키의 대한제국 견문록
저자명 : 바츨라프 세로셰프스키 지음 / 김진영 외 옮김
서지사항 : 인문|신국판|448쪽| 2006년 07월 15일
가 격 : 18,000 원
비 고 : 품절


도서소개

서양의 변방 지식인이 본 동양의 한 식민지 풍경

이 책은 러시아어로 씌어진, 20세기 초의 한국에 관한 기록으로는 『조선, 1898년』『국역 한국지』『내가 본 조선, 조선인』에 이어 네 번째로 국내에 번역 소개되는 책이다. 러일전쟁 발발 직전이라 할 1903년 10월 10일, 민속학자이자 작가인 바츨라프 세로셰프스키는 러시아 황실지리학회 탐사대의 일원으로 일본을 거쳐 부산항에 발을 내디뎠다. 곧이어 그는 뱃길로 원산에 도착한 뒤 금강산(안변) → 평강 → 양담(황해도) → 안양 → 양주 → 서울로 이어지는 여행길을 도보로 구석구석 탐색했으며 이를 러시아의 한 잡지에 연재했다. 환국한 뒤, 1905년 그 연재물을 수정보완하여 묶어낸 것이 바로 이 책이다.

‘전설’이 아닌 ‘생생한 정보’를 찾아나선 도보여행
저자 세로셰프스키는 글의 서두에서도 밝히고 있듯이, “판에 박힌 모호한 설명뿐”인 당시의 ‘한국에 대한 전설’이 아니라 몸으로 직접 부딪쳐 얻는 ‘생생한 정보’를 원했기 때문에 “마침내 한국의 해안에 닿게 된 나는 오히려 그 어떤 고정관념으로부터도 자유로운 상태”에서 마부와 통역사를 대동한 도보여행을 택했는지도 모른다. 그의 이러한 지적 탐구심 때문에 불과 한 달 남짓한 여행이었음에도 이처럼 치밀하고 방대한 여행기를 남길 수 있었을 것이다. 물론 몸으로 부딪쳐 얻은 체험적 정보에만 그치지 않고 (아마도 환국 후 재작업시 보태어졌을) 당시 비숍, 그리피스, 해밀턴, 달레, 레클뤼, 오페르트 등의 숱한 기록물들 역시 종합하고 분석하여 반영해놓고 있다.
따라서 이미 야쿠트 족의 문화에 대한 뛰어난 보고서를 펴낸 학자다운 안목과 예리한 관찰력에 더하여 소설가다운 유려한 필치는 이 책을 구한말 견문록의 전범이라 할 비숍 여사의 여행기에도 비견케 한다. “역사적 배경에 대한 설명과 자연 묘사에 관한 한 세로셰프스키가 훨씬 충실하며, 여성을 묘사한 부분들 역시 의외로 여성 여행자인 비숍보다 세밀한 편이다. 특히 기생문화에 대해서는 (…) 어느 서구인보다도 흥미롭고 사실적인 접촉의 기록을 남겨 놓았는데, 이 경험은 후에 그가 쓴 폴란드어 소설 『기생 월선이』의 기초가 되기도 했다”고 옮긴이 김진영 교수는 평한다.

대한제국의 비극적 운명에 대한 가혹한(?) 비판적 시선
이 책이 집필될 당시, 저자의 조국 폴란드는 러시아의 속국이었다. 책에서 “러시아 침략자”란 표현을 스스럼없이 쓰는 데서도 드러나듯 그의 ‘러시아제국주의’에 대한 반감은 대단히 강하다. 하지만 동시에 저자가 제대로 ‘유럽인’으로 인정받지 못하는 변방 폴란드 출신이어선지, 한국을 바라보는 그의 시선에선 ‘미개한 야만국’을 대하는 ‘서구인의 문명론’적 시각이 더욱 도드라지는 한계를 보이기도 한다. 게다가 자신의 조국 폴란드의 현실에 비추어 볼 때 반(半)식민지가 되어 있는 대한제국에 대해 동병상련이 일개 경유 국가인 한국에 대해 방대한 저술을 하게 했음직하나, 그 시선은 때로 너무 신랄해서 경멸감까지 내비치는 식으로 매우 혼란스러운 양상을 보인다.

“겉보기엔 촌스럽기 그지없는 한국 농민들의 태도가 유색인종을 대하는 서양 군중의 태도보다 훨씬 신중하고 정중하며 더 훌륭한 것은 사실이다.”(109쪽)
“지난 8년간 대만의 식인종들을 어떻게든 이끌어 조금이나마 인간답게 만들어온 일본이 진보와 휴머니즘의 정신으로 이 불쌍한 한국 또한 일으켜 세워주리라 기대해본다.”(284쪽)


일본의 우월성과 한국 침략의 정당성을 부여하는 발언에도 불구하고, 대한제국 당시 백성들의 피폐한 삶과 곪을 대로 곪아 무너지기 직전의 사회체제, 패악이 극에 달한 관료주의 등에 대한 냉엄한 관찰의 가치가 훼손되지는 않는다. 어쩌면 대한제국 당시의 여러 현실을 목도하면서 ‘비판적’이 되지 않는다면 그게 더 이상한 노릇일는지도 모른다. 비록 책의 말미에서, 젊은 관료 신문균이 쏟아낸 조국의 현실에 대한 비탄과 울분(420쪽~423쪽)을 고스란히 옮겨놓으면서도 그에게 차마 “나는 감히 민중의 영혼은 민중 스스로만이 지킬 수 있다는 말을 할 수가 없었다”고 토를 달아놓았다고 할지언정.



저자소개

바츨라프 세로셰프스키: 1858년, 당시 러시아제국 치하에 있던 폴란드 바르샤바 근교의 작은 마을에서 태어났다. 1874년 바르샤바 철도기술학교에 입학한 후 사회주의 사상에 심취하여 사회주의 노동연맹에 가입하고, 그로 인해 결국 1880년에는 시베리아로 유형을 떠나게 된다. 12년의 유형 기간 동안 민속학적 관심을 가지게 된 그는 첫 민속지학 학술서 『야쿠트족』을 집필하여 러시아 황실지리학회 메달을 수상했으며, 작가로 등단하여 여러 편의 중·단편을 발표하기도 했다. 1900년대 초, 다시 반정부운동에 가담하여 유배를 가게 될 위험에 처했으나, 지인의 도움으로 대신 러시아 황실지리학회 탐사대에 합류한 후 1902년에서 1903년까지 일본, 한국, 중국 등지를 여행했다. 한국에 대해서는 1903년의 여행기록 『코레야』 외에도 장편소설 『기생 월선이』를 남겼다. 폴란드 작가동맹 의장, 폴란드 예술원 문학분과위원장을 지냈고, 1945년 바르샤바에서 사망했다.

옮긴이들 김진영: 휘튼 칼리지 졸업. 문학박사(예일대학교). 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교수.
권정임: 서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졸업. 문학박사(모스크바국립대학교). 선문대학교 노어러시아학과 조교수.
안상훈: 한국외국어대학교 러시아어과 졸업. 문학박사(러시아학술원 러시아문학연구소).
안지영: 연세대학교 노어노문학과 졸업. 문학박사(러시아학술원 러시아문학연구소). 경희대학교 러시아어학과 조교수.
이장욱: 고려대학교 노어노문학과 졸업. 문학박사(고려대학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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