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민주주의는 거리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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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민주주의는 거리에 있다  미국 신좌파운동과 참여민주주의
저자명 : 제임스 밀러 지음 / 김만권 옮김
서지사항 : 사회, 역사|680쪽|신국판|2010년 9월 15일
가 격 : 32,000 원


도서소개

1960년대, 신좌파운동 그리고 참여민주주의

전세계적으로 1960년대는 사회적 에너지가 격렬하게 분출하는 혁명의 시기였다. 미국도 예외가 아니어서 미국과 소련을 중심으로 하는 냉전 질서 속에서 미국은 베트남전쟁 개시, 1963년 워싱턴 행진, 그해 존 F. 케네디 대통령 암살, 1967년 펜타곤 행진 반전시위, 1968년 마틴 루서 킹 목사 암살 등 폭력과 비극으로 얼룩진 혁명과 반동의 시대를 보냈다. 우리에게 잘 알려져 있지 않지만, 이런 시대 상황 속에서 미국의 학생운동 세력은 당당히 이 혁명의 시대의 한 축을 담당하면서 신좌파운동을 이끌었다.
『민주주의는 거리에 있다: 미국 신좌파운동과 참여민주주의』(원제: Democracy Is in the Streets: From Port Huron to the Siege of Chicago)는, 미국 신좌파운동을 주도적으로 이끌었던 단체 가운데 하나인 민주사회학생연합(SDS)이 결성되는 때부터, 이들이 『포트휴런선언문』을 작성해 참여민주주의의 이상을 실험하는 과정을 거쳐, 1968년 시카고 민주당 전당대회 시위에서 폭력적으로 변질되기까지, 무질서와 혼란의 시대를 배경 삼아 그들의 활약상을 담은 저작이다.
현재 뉴스쿨 정치학과 교수로 재직하는 저자 제임스 밀러는 실제 SDS에 몸담으면서 1968년 시카고 시위에 참여했고, 머레이 북친과 함께 무정부주의적 강령을 기초했으며, 1969년 SDS의 마지막 전국총회에도 참석한 인물이다. 그는 이 책을 통해 미국 신좌파운동을 지성사적 맥락에서 접근하여 그 위상을 재정립시키고 있으며, 신좌파운동이 추구했던 참여민주주의의 의미에 대해 독자들에게 질문을 던짐으로써 오늘날 우리나라의 정치와 민주주의에 대해서도 생각해볼 거리를 안겨주고 있다.

미국 신좌파운동의 특징
미국 신좌파운동의 특징은 무엇인가? 첫째, 미국의 신좌파운동은 노동자계급이 아니라 상대적으로 부유한 중산계급의 대학생들이 주도했다. SDS의 초대의장인 알란 하버를 비롯해 이 책의 주인공이라 할 수 있는 톰 헤이든, 폴 부스 등 SDS를 이끈 주요 인물들은 미시간대학교 출신이었다. "60년대에 살았던 사람들은 진정한 혁명을 목격했다. 그것은 마르크스주의자들이 추구하던, 억눌린 자들의 봉기가 아니라(일부 학생들은 억눌린 자들이 봉기를 일으킬 수 있도록 자신들이 도움을 줄 수 있다고 믿었다) 오히려 상대적으로 부유한 자들이 일으킨, 전례를 찾아볼 수 없는 불가사의한 정신적 봉기였다."
둘째, 미국 신좌파의 이론적 토대는 마르크스가 아니라 C. 라이트 밀스였다. 밀스는 ‘대중’과 ‘공중’을 구분하여 정치적 공중의 형성을 역설하고, 노동자가 아닌 학생들을 변화의 행위자로 정당화시켰다. 알란 하버, 톰 헤이든 등 SDS의 주요 멤버들은 이런 밀스의 생각을 신봉했고, 이는 1962년 SDS가 미시간의 포트휴런에 모여 작성한 강령이자 미국 신좌파의 대표적 문서인 『포트휴런선언문』의 내용에도 고스란히 담겨 있다. “알 하버와 톰 헤이든을 중심으로 모여든 소규모 집단의 젊은 급진주의자들에게 밀스는 영웅이었고, 예언자였으며, 급진적 지식인의 모델이었다.”
셋째, 미국 신좌파는 참여민주주의를 추구했다. 이들의 참여민주주의 정신은 『포트휴런선언문』에 잘 나타나 있다. 이 문서의 출간은 “이후 10여 년 동안 급진 정치에 의미 있는 영향을 끼친 ‘참여민주주의’라는 발상을 대중화하는 데에도 도움이 되었다.” 포트휴런선언의 내용뿐만이 아니라 이 선언문을 탄생시키기까지 이들이 함께 토론하고 합의를 이루는 과정 또한 참여민주주의의 구현이었음을 알 수 있다. 또 참여민주주의라는 발상은 기존 회원과 신입 회원 간에 조직구조에 대해서 합의를 이루지 못해 끝내 조직이 붕괴되는 계기가 된다. 이렇듯 미국 신좌파운동과 참여민주주의는 시종일관 불가분의 관계를 맺고 있다.

참여민주주의란 무엇인가
그렇다면 참여민주주의란 무엇인가? SDS의 주요 인물들은 다음과 같이 참여민주주의의 의미에 대해 말한다.
알 하버: 하나의 모델로서 사회를 조직하는 다른 방식이었다. 그러나 참여민주주의는 무엇보다도 행위에 대한 책임이기도 했다. 그 발상은 어떻게 존재해야 하는가를 다뤘다. 이데올로기나 이론이라기보다는 밖으로 나가 행동하며 존재하자는 것이었다.
톰 헤이든: 첫번째, 행동(action)을 의미했다. (…) 두번째, 우리는 학생운동 단계에서 민권운동에 직접적인 영향을 받았다. 민권운동에 참여하고 있던 개인들은 정치 활동에 직접 뛰어들어 위험을 감수하면서, 100여 년을 내려온 인종차별이라는 역사 속으로 들어가 이를 바꾸려는 노력을 할 수 있다고 믿었다. 이렇게 보면, 민주주의에서 중요한 것은 참여라는 요소였다.
샤론 제프리: 한편으로 참여민주주의는 영감, 전망, 의미의 원천이었다. 그 발상은 영혼 깊은 곳에서부터 나 자신이 헌신을 다할 수 있는 것이었다. ‘참여’는 ‘의사결정에 관여한다’는 것을 의미했다.
리처드 플랙스: 참여민주주의는 사회주의의 의미가 흥미롭게 탈바꿈(transformation)한 것이었다.
스티브 맥스: 듣기에 좋은 말이었다. 우리는 그 말에 찬성했다. (…) 짧게 말해 참여민주주의는 좋은 발상이었지만, 현존하는 경제 관계 아래에선 달성할 수 없는 것이었다. 하여튼 사회주의 없이 참여민주주의가 존재할 수 없다는 것이 분명한 이상, 그것은 좋은 발상이었다.
이렇듯 SDS의 주요 인물들에게조차 참여민주주의의 의미가 달랐다. 조직 구성원들 사이의 참여민주주의에 대한 개념의 차이는 이를 토대로 하는 조직의 전략 차이를 드러냈고, 조직을 어떻게 운영할 것인가 하는 조직구조에 대한 견해 차이를 보였다. 이런 불일치와 분열은 끝내 조직이 붕괴되는 계기가 되었다.

미국 신좌파운동의 함의
SDS는 이러한 혼란 가운데서 폭력적으로 변질되어 결국 붕괴되고 말았다. 폭력적으로 변질된 운동은 대중들에게 더 이상 정당성을 주장할 수 없게 되었던 것이다.

운동에서 점점 자라나고 있던 폭력은 방어적이고 대응적이었을 뿐 건설적인 목적이 없었다. 잔인한 세력에 맞서 저항하고 도덕적 분노를 열정적으로 표현하는 일엔 어떤 고귀함이 있었다. 그러나 그런 폭력적 행위는 전략과 전술 차원에서 보자면 아주 빈약한 대체물이었다. 몇 년이 지난 후, 헤이든은 시카고에서 실제 일어난 일의 본질을 정확하게 설명했다. 그는 “우리는 구석에 몰렸고 우리는 동물처럼 반응했다”고 말했다. 그것이야말로 정확하게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지켜본 것이었다. 그것이야말로 대부분의 미국인들이 이해한 전부였다. (477쪽)

또 폭력은 신좌파운동을 벌인 이들이나 이들에게 동조한 사람들에게 상처를 남겼다. 이 상처는 60년대 초반 『포트휴런선언문』을 성안할 당시의 평화적이고 건설적인 이미지를 잊어버리게 했다.

흑인들과 학생들이 점점 더 호전적으로 바뀌어가면서, 이 초기 활동가들이 이룬 업적은 나중에 그들 자신에게조차 시대와 맞지 않고 급진적이지 못한 선사시대 이전의 일처럼 치부되었다. 자신들이 중산층 출신임을 점점 부끄러워하게 되었고, 많은 학생들이 자기들의 정치적 관심의 원천이던 학문적 맥락을 극구 거부하게 되었다. 60년대 후반 일어난 극적인 시위, 폭동, 동맹휴학이 마구 대중매체를 뒤덮는 가운데, 상대적으로 60년대 초반의 기억은 빛바랜 것이 되었다. 신좌파의 지적 기반은 무시되거나 거부됐고, 그렇게 잊혀져갔다. (…) 이런 가운데 살아남았으되 이 경험으로 인해 신념이 흔들린 많은 이들이 최루가스, 약물, 유사 마르크스주의의 위선을 뒤로 하고 자신들의 과거를 묻어버리는 길을 택했다. 희망의 상실이었지만, 더 이상의 환상은 없다는 선택이었을 것이다. (27~28쪽).

그럼에도 불구하고 60년대 미국의 신좌파운동을 실패한 운동이라고 규정지을 수만은 없다. 60년대 신좌파운동(의 유산)은 레이건 시대의 극우화를 완화시키는 역할을 했고, 역자가 말하듯 2008년 버락 오바마라는 흑인 대통령이 탄생할 수 있는 밑거름이 되었다. 이는, 독자들이 이 책을 통해 미국의 신좌파운동을 주목하고 이 운동에 대해 정당한 평가와 대우를 해야 하는 이유이기도 하다.

이 책의 서술상의 특징과 구성
저자는 톰 헤이든을 중심으로 하여 인물들의 경험을 ‘전기적 접근법’으로 서술하고 있다. 사건이 아닌 인물 중심으로 서술함으로써 참여민주주의의 생생한 정신을 포착하려 한 것이다. 특히 사안사안마다 한 인물의 경험만이 아니라 여러 인물의 경험을 서로 교직해감으로써 입체적으로 조망하려는 노력이 돋보인다. 신좌파운동에 관한 문헌들을 비판적으로 고찰하는 한편 톰 헤이든뿐 아니라 당시 활동했던 다양한 인물들을 인터뷰하고 이를 비교․검증함으로써 신좌파운동을 좀더 정확하고 객관적으로 바라보려 한 것이다.(어쩌면 이 방법론은, 1980년대 우리의 학생운동사를 정리해보는 데도 하나의 참고가 될 수 있을 것이다.)
이 책의 구성을 살펴보면 “크게 세 부분으로 나뉘어 있는데, 1부는 청년들이 정치적 무관심에서 벗어나 새로운 정치를 발견하는 모습을, 2부는 이들이 참여민주주의라는 전망을 이론적으로 구성하고 『포트휴런선언문』을 만들어가는 과정을, 3부는 이들이 이후 실천에서 겪었던 다양한 문제들을 다루고 있다. 그중 9장에서 12장에 이르는 3부의 구성이 특히 눈여겨볼 만한데, 운동에 필요한 요소와 그 요소에 상응하는 덕목을 고스란히 볼 수 있기 때문이다. 9장은 지식인의 역할이 운동에 필요한 전략을 찾는 것임을, 10장은 이런 전략을 현장에서 실현하는 활동가에게 가장 필요한 덕목은 진정성임을, 11장은 운동에서 지도자가 아무리 유능하다 할지라도 정당성을 상실할 때 그 지도력도 함께 상실함을 보여주고 있다. 3부에서 독특한 위치를 차지하는 12장은 신좌파의 핵심적 지도자였던 톰 헤이든의 이야기를 담고 있는데, 헤이든이 SDS를 떠난 이후 독립적인 지식인으로서 권력을 추구하다 실패하는 과정을 생생하게 보여준다. 이 장을 통해 독자들은 운동을 이끄는 지도자에게 정작 자신의 조직이 없다는 것이 어떤 의미인지, 도덕주의자가 지도자로서 권력을 추구할 때 어떤 모순에 처하게 되는지에 대해 진지하게 생각해볼 기회를 가질 수 있을 것이다.”(-역자 후기에서)



저자소개

지은이 제임스 밀러James Miller: 밀러는 정치이론가이자 저명한 음악비평가다. 『뉴스위크』지에서 편집자, 도서비평가 및 음악비평가로 10여 년간 활동한 경험도 있다. 텍사스 오스틴 주립대학교, 보스턴 대학교, 하버드 대학교, 브라운 대학교 등에서 교편을 잡았다. 현재 뉴스쿨 정치학과에서 정치이론 및 철학을 가르치고 있으며, 작가들과 문예비평가들을 양성하는 리버럴 스터디의 학과장을 맡고 있다. 밀러의 첫번째 책은 박사논문을 고쳐 쓴 『역사와 인간존재: 마르크스에서 메를로퐁티까지History and Human Existence: From Marx to Merleau-Ponty』(1982)다. 신좌파의 정신을 담은 작품으로는 『루소: 민주주의의 몽상가Rousseau: Dreamer of Democracy』(1984)와 이 책이 있다. 이 책에 이어 또다시 전미도서비평가 서클상 최종후보작에 오른 『미셀푸코의 열정The Passion of Michel Foucault』(1993)은 영어권에서는 푸코에 관한 뛰어난 작품 중 하나로 손꼽힌다. 최근에는 『성찰하는 삶: 우리는 위대한 철학자들에게서 무엇을 배울 수 있는가Examined Lives: What We Can Learn from the Eminent Philosophers』라는 책을 쓰고 있다. 한편으로 신좌파 정신을 음악을 통해 탐구한 『쓰레기통에 핀 꽃들: 록앤롤의 부상, 1947-1977Flowers in the Dustbin: The Rise of Rock and Roll, 1947-1977』(1999)으로 권위 있는 음악도서상인 랠프 글리슨 음악도서상(Ralph J. Gleason Music Book Award)을 수상하기도 했다.

옮긴이 김만권: 정치철학을 시민들과의 소통길로 삼아 글을 쓰며 살고 있다. 지은 책으로는 『자유주의에 관한 짧은 에세이들: 현대 자유주의 정치철학입문』(2001), 『불평등의 패러독스: 존 롤스의 정치와 분배정의』(2004), 『그림으로 이해하는 정치사상』(2005), 『세상을 보는 열일곱 개의 시선: 정치와 사회에 관한 철학에세이』(2007), 『참여의 희망: 광장에서 민주주의를 만나다』(2009) 등이 있다. 옮긴 책으로는 존 롤스의 『만민법』(공역, 2009)이 있다. 이 책의 번역은 형식으로만 치우치고 있는 대의민주주의에 대한 반성의 일환으로, 참여민주주의에 관한 비판적 탐구에서 비롯되었다. 지금은 자유주의자가 아닌 이들이 자유주의자로 당당하게 자처하는 우리 사회를 바라보며 『자유의 계보학』이라는 저서를 집필 중에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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