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생태요괴전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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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생태요괴전  넓게 생각하고 좁게 살기
저자명 : 우석훈
서지사항 : 경제,사회|255쪽|변형국판|2009년 9월
가 격 : 11,000 원


도서소개

우석훈의 ‘생태경제학 시리즈’

2007년과 2008년 ‘한국경제대안 시리즈’(『88만원 세대』 『조직의 재발견』 『촌놈들의 제국주의』『괴물의 탄생』)를 잇달아 펴내며 도발적인 문제제기로 한국 지성계를 뜨겁게 달구었던 경제학자 우석훈이 이번에는 ‘생태경제학 시리즈’(전4권) 중 두 권을 먼저 가지고 돌아왔다.
이 시리즈의 1권 『생태요괴전』은 다양한 요괴와 귀신, 괴물의 입을 빌려 생태경제학적 시각에서 지구생태계의 핵심 문제들과 한국만의 특수한 문제가 무엇인지 짚어본 책으로, 십대들을 특별 손님으로 초대한다. 2권 『생태페다고지』는 영?유아부터 십대까지, 아이들 교육을 맡고 있는 부모와 교육자들을 초대하여 핵심적인 생태교육 지침에 대하여 이야기를 나눈다. 저자는 이 두 책을 ‘쌍둥이 책’으로 부르며 서로에게 하이퍼텍스트가 되기를 기대한다고 말한다.
세계적으로도 아직 ‘어린 학문’인 생태경제학은 저자가 프랑스 유학 시절에 전공했던 분야이기도 한데, 포괄적으로 정의하면 자연과 경제를 분리해서 보던 기존 시각에서 벗어나 생태계라는 큰 범주 속에서 경제 문제를 보고자 하는 학문이라고 할 수 있다. 유학을 마치고 한국에 돌아온 저자가 다양한 경험을 거치는 동안 더욱 농축된 연구 결과물이 이 시리즈라고 하겠다. 그러나 이 시리즈는 ‘생태경제학이란 무엇인가?’로 시작하는 개론서는 아니며, 생태경제학의 시각에서 현재 한국이 갖고 있는 가장 근본적인 문제에 대한 질문과 고민, 제언이 담긴 책이라고 할 수 있다.

다시 돌아온 혼돈의 시대, 요괴들의 귀환
『생태요괴전』에서 만날 요괴들은 크게 보아 두 종류, 즉 ‘세계의 메이저급 요괴들’과 ‘한국의 개발요괴’가 있다. 그리고 책 말미엔 그들을 퇴치할 방법을 모색하는 ‘퇴마전’이 기다리고 있다. 그런데 저자는 왜 요괴 혹은 귀신들을 불러들였을까? 저자의 이야기를 잠깐 들어보자.

나는 이제 과학의 세계에 속하는 사람이다. 어릴 때의 나는 드라큘라 백작도 보고, 숲 속에서 플래시를 비출 때마다 나무 사이로 달아나는 숲의 정령도 보고, 개나리꽃 너머에서 나를 물끄러미 쳐다보던 나무귀신도 보았는데, 이제는 내 주위에서 그런 것들을 볼 수 없는, 그런 과학의 세계에 속한 사람이다. 따라서 지금부터 나는 내가 볼 수 없는 것들을 보는 사람들과, 우리가 잘 모르는 것들에 대해 이야기를 해야 할지 모른다. 무슨 상관이랴. 우리가 살아가는 21세기 10년간 한국은 그렇게 합리적인 세계가 아니었다. 나는 여러분들에게 엄청나게 과학적인 세계에 대한 이야기나 혹은 진리에 대한 이야기를 할 생각은 전혀 없다. (…)
그러나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이 책은 생태에 관한 책이고, 생태학에 관한 책이고, 경제학에 관한 책이라는 점이다. 물론 이 점을 여러분이 굳게 명심할 필요는 없다. 다만 저자로서, 혹은 여러분보다 먼저 요괴와 귀신들이 사는 세계를 살았던 사람으로서, 이 책을 다 덮을 때쯤이면 여러분들이 최소한 요괴들의 이야기만큼이나 생태에 관해서 더 많이 알게 되기를 바랄 뿐이고, 최소한 이 책의 첫 쪽을 펴기 전보다는 해박해져 있기를 바랄 뿐이다. 좀더 원한다면, 드라큘라 백작을 평생 추적했던 반 헬싱 교수의 청소년기를 떠올릴 정도로, 귀신들에게 잘 속지 않는 퇴마사의 유년 시절과 비슷한 사람이 되면 더욱 좋을 것 같다.
(「머리말」 10-12쪽)

요컨대, 이 세상 자체가 우리가 믿고 있는 것처럼 그렇게 합리적이거나 과학적인 것은 아니므로 요괴들과 어울려 이야기판을 한번 벌여본다 해도 그리 이상하진 않을 거라는 말이다. 그러니 저자의 제안대로 두려움이나 의구심일랑 접어버리고 이 기이한 존재들이 하는 얘기를 편안하게 들어보아도 괜찮을 것이다.
초일류급 요괴의 대표인 ‘드라큘라’의 예를 들어보자. 저자의 말에 따르면, 드라큘라 백작이 중세 때부터 귀신계를 쥐락펴락했다는 주장은 터무니없는 소리고, 지금 우리 머릿속에 떠오르는 그의 이미지―날카로운 송곳니로 사람의 목을 깨물어 피를 빨아먹는 검은 망토의 흡혈귀―는 전 세계 경제가 얼어붙었던 대공황(1929년) 직후인 1931년에 미국 유니버설 영화사의 회심작 <드라큘라>를 통해서 만들어지기 시작했다고 한다.(뒤에 등장하는 프랑켄슈타인 역시 그 시기에 만들어진 괴물이다.) 당시 사람들은 왜 이 영화에 열광했으며, 드라큘라 백작이 상징하는 바는 무엇일까?

백작은 이런 왕의 직계 친족보다는 약간 급이 떨어지는 지방 호족을 의미하는데, 대개는 한 지역만을 자신의 봉토로 지배하는 사람들이다. 요즘 표현으로 하면 경기도지사나 대구시장 혹은 광주시장 정도 되는 셈이다. 그 당시의 맥락에서 보면, 백작이라는 지위는 독자적으로 전쟁을 벌일 수 있는 최소 단위였다고 할 수 있다. 백작은 국가를 통치하는 왕은 아니지만, 지역 제후로서 작은 전쟁 정도는 독자적으로 수행할 수 있는 사람인 셈이다. 그래서 ‘드라큘라 백작’이 사람들에게 두려움을 안겨주는 것이다.
뒤에 등장할 좀비나 프랑켄슈타인 같은 괴물들은 확실히 드라큘라 백작과는 신분이 다르다. 다 고만고만해 보이는 이 기이한 존재들 속에서 드라큘라 백작이 20세기 초반 호러물의 선봉장이 된 것은, 다 그런 이유가 있었기 때문이다. 그는 그냥 고귀한 신분이 아니라 스스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는 위치에 있었던 것이다. 이 백작이란 게 상징하는 것은 무엇일까? 너무 뻔하지 않겠는가? 20세기, 자본주의라는 공간에서 독자적으로 전쟁을 수행할 수 있다는 것은 회사, 그것도 작은 중소기업이 아니라 상당히 큰 규모, 쉽게 말해 다국적기업의 사장이라는 것을 의미한다. 사장이 무섭나, 노동자가 무섭나? 물론 당연히 사장이 무서울 것이고, 그 무서운 사장의 첫번째 상징으로 백작이 전면에 나서게 된 것이다. 어머, 우리 사장님, 너무 무서워요! 이것이 20세기에 흡혈귀라는 상징이 전면에 나서게 된 가장 근본적인 이유다.
(본문 28-29쪽)

1930년대 이후 현대의 귀신으로 재탄생한 흡혈귀에게 피가 가진 상징은 비교적 명확하다. 그것은 전통적인 경제학 용어로 ‘이윤(profit)’이라고 불리는 것이다. 어찌 보면 너무도 명확한 상징인데, 사람들은 노동을 해서 먹고살고, 사장들은 이 사람들을 고용하는데, 이 과정에서 발생하는 이윤을 피라고 이해했던 것 같다. (…) 20세기 드라큘라 백작의 대중적 성공은, 바로 그가 인간들의 피를 빨아서 경제가 어려워졌고, 그 결과 사람들이 자신의 삶이 어려워졌다고 생각했다는 해석이 지배적이다. (본문 34쪽)

그렇다면 드라큘라 백작은 이제 한물간 귀신인가? 저자는 그렇지 않다고 말한다.

여기에서 드라큘라 백작과 기업의 또 한 가지 공통점을 찾아볼 수 있다. 흡혈귀가 왜 흡혈귀가 되었나? 특별한 이유 같은 건 없다. 기업은 왜 이윤이 없으면 작동할 수 없는가? 역시 특별한 이유는 없다. 자본주의라는 사회 자체가 그렇게 구성된 것이다. 마치 흡혈귀가 끊임없이 피를 먹어야 사는 것처럼, 기업 역시 끊임없이 이윤을 먹어야 살 수 있다. (…) 자동차 좀 덜 만들고, 도로 좀 그만 만들고, 화석연료 좀 덜 쓰면 안 되나? 이게 영 쉽지가 않다. 드라큘라 백작에게, 피 좀 그만 먹고, 공중도덕도 좀 지키고, 거짓말 좀 그만하라는 말과 본질적으로 그리 다르지 않다. 기업에게 생태 문제들을 생각하면서 이윤을 적당히 추구하라는 말은 얼마나 공허한가? (…)
생태적 관점에서 본다면, ‘기업의 생태적 전환’이라는 질문은 ‘흡혈귀와 평화롭게 살아가기’라는 질문과 유사하다. 물론 이 특별한 흡혈귀는 여전히 사람들에게 일을 시키고, 그들의 노동력을 빨아먹으며, 동시에 생태계를 파괴하면서 사람들이 필요로 하는 재화, 즉 상품들을 만든다. (…)
그렇다고 기업을 없앨 수 있을까? 십자가와 마늘로 통제할 수 있는 흡혈귀와는 달리, ‘이윤 극대화’를 위해서라면 무슨 일이든 할 수 있는 기업들을 통제할 수 있는 방법은 생각보다 많지 않다. 그렇다고 드라큘라 왕국에서 살면서, 기하급수적인 성장을 하고자 하는 기업들이 지구생태계와 지역생태계를 파괴하여 결국 우리 모두가 멸망하게 되는 상황으로 조용히 가게 내버려둘 순 없지 않은가? 좋든 싫든, 우리는 적절한 타협점을 찾아낼 수밖에 없다.
(본문 46-49쪽)

저자는 우리가 그동안 그저 끔찍한 존재로만 여겼던 드라큘라 백작을 이렇게 기업이라는 코드로 새로이 읽어낸다. 그리고 드라큘라에 이어, 죽어서도 노예노동에 시달리는 가련한 좀비 이야기를 통해 ‘대량생산 대량소비’ 시대에 새롭게 등장한 거대 소비자 집단이 가진 이중성을 읽어내며, 자신을 창조해준 인간을 죽이고 스스로 북극으로 사라져간 괴물 프랑켄슈타인 역시 첨단 과학기술이 빚어낼 끔찍한 사태의 은유로 본다. 또한 인간들이 그동안 흥청망청 사용하거나 망가뜨린 자연이 얼마나 무시무시한 생태요괴들이 되어 돌아오는지를 조목조목 살펴보고, 동방과 서방을 모두 제패하고자 한 비운의 영웅 ‘동방불패’를 통해 남북 및 북북간의 무역 문제를 들여다본다.

요괴를 물리칠 힘은 ‘넓게 생각하고 좁게 살기’에 있다!
책 후반부에선 한국에만 있는 희한한 요괴인 ‘개발요괴’를 만나게 된다. “아파트를 보면 가슴이 두근거리고, 콘크리트에서 아름다움을 느끼고, 돈을 생각하면 황홀해지고, 경쟁이라는 단어에서 푸근함을 느끼는 ‘경제적 동물’”이 바로 ‘개발요괴’라고 할 수 있다. 저자는 지난 몇 년간 OECD 국가들에서 ‘다음 세대’들에게 생태교육을 더욱 강화하는 동안, 한국에선 어린이들에게 『어린이 마시멜로』를 쥐어주고, ‘어린이 경제교실’이라는 프로그램을 재경부와 전경련에서 대대적으로 실시하고, 중․고등학생이 되면 담임요괴가 “지면 죽는다”라고 끊임없이 설교를 하고, ‘엄마에’가 “엄마 말 잘 들어야 착한 사람이지?”라고 속삭이며 ‘정치적으로 무감각한 순둥이’를 길러내고 있다며 신랄한 비판을 쏟아낸다. 그리고 앞으로 10년 정도 지나, 전 세계적으로 지속가능한 생태적 경제를 위해 분발해온 선진국들의 젊은이들과 ‘개발요괴’로 길러진 우리의 십대들이 경쟁한다면 그 결과는 불을 보듯 뻔하다며, 십대들에게 용기 있고 현명한 선택을 하기를 권유한다. 요괴식 표현을 빌리면, 이런 선택이 바로 ‘퇴마술’이라고 할 수 있겠다. 이 퇴마술의 요체는 한마디로 ‘넓게 생각하고 좁게 살기’다.

과시적 욕구로 가득 찬 본능, 혹은 마케팅에 의해 급조된 욕망의 지시에 따라 살아가는 삶은 ‘넓게 살기’다. 큰 아파트, 큰 건물, 대형 승용차 같은 것들이 이런 본능 혹은 욕망이 지시하는 방향이다. ‘좁게 살기’는 이와 반대되는 삶의 상징적 표현이다. 예전에 대우그룹의 김우중 회장은 “세상은 넓고 할 일은 많다”라고 말했다. 그는 망했다. 세상은 넓지 않다.
본능이 지시하는 과시적 소비의 욕구를 이기고 좁게 살려면 생각을 아주 많이 해야 한다. 한마디로 ‘넓게 생각하기’가 가능해야 좁게 살 수 있다. 넓게 생각하기란 어떤 것인가? 각자의 삶의 영역에 따라 다를 것이다. ‘좁게 살기’도 해석의 여지가 많다. 적게 먹는다고 라면을 주식으로 먹거나 햄버거 위주의 식사를 하는 것은 ‘싸게 살기’이지, ‘좁게 살기’는 아니다. (…)
한 가지 확실한 것은, 좁게 살기 위해서는 아주 넓은 생각이 전제되어야 한다는 점이다. 다른 사람에게 “왜 너는 생태적으로 살지 않니?”라고 야멸치게 쏘아붙이며 잘난 척하라고 좁게 살기를 권하는 것은 아니다. 아파트, 높은 빌딩, 큰 차, 열관리 같은 것들에 대해 많은 사람들이 다른 방식으로 생각하기 시작해야 개발요괴의 전성기를 극복할 수 있고, 다가오는 ‘희소성의 시대’에도 한국 경제가 무너지지 않을 것이기 때문이다. 마지막으로 독서와 문화, 경험이 ‘넓게 생각하기’의 도구들임을 더 강조할 필요는 없을 것 같다.
(본문 247-248쪽)



저자소개

우석훈: 서울에서 태어나 프랑스 파리에서 경제학을 공부했다. 인생의 4분의 1을 독일ㆍ프랑스ㆍ영국ㆍ스위스 에서 지냈고, 유엔 기후변화협약의 정책분과 의장과 기술이전분과 이사를 마지막으로 국제협상과 공직에서 은퇴했다. 그 시절에 만들어낸 작품 가운데 가장 유명한 것은 이한동 총리 때의 「기후변화협약 2차 종합대책」이다. 현재 성공회대와 연세대에서 학생들을 가르치고 있다. 지은 책으로 『아픈 아이들의 세대』『음식국부론』『한미FTA 폭주를 멈춰라』『88만원 세대』『명랑이 너희를 자유케 하리라』『직선들의 대한민국』『조직의 재발견』『촌놈들의 제국주의』『괴물의 탄생』『생태요괴전』『생태페다고지』등이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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