세상풍경 참견

청와대 vs 백악관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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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청와대 vs 백악관
저자명 : 박찬수
서지사항 : 정치,사회|280쪽|신국판|2009년 7월 3일
가 격 : 13,000 원


도서소개

한-미 최고권력의 작동방식 대조표

우리에게 미국이란 ‘혈맹’에서 ‘미제국주의’까지를 오가는, 그야말로 애증이 교차하는 나라이다. 그 애증의 밑바닥에는, 그러나 닮고 싶은 대표적인 선진국이자 심리적 대조군(對照群)의 첫째 국가로서 미국이 늘 자리하고 있는 게 사실이다. 정치, 경제, 사회, 문화, 어느 부문도 예외가 아니다. ‘미국이라면 어땠을까?’‘이런 경우에 미국도 그런가?’ 하는 식으로 여전히 선망의 비교대상인 것이다. 그렇다면 오늘날 우리는 과연 미국을 얼마나 따라잡았고, 어느 만큼 뒤쳐져 있으며, 얼마나 같고 또 다른 걸까? 아예 그 비교 범주를 한미 양국의 최고권력이 머무는 두 공간만으로 압축해서 들여다본다면? 지구상의 대표적인 민주주의 국가이자 가장 성숙한 대통령제를 구가하고 있다는 그 미국에 견주어서 말이다.
이 책은, 두 나라 최고권력의 심장부가 각기 어떤 문화적 환경 아래 어떤 물리적 공간 속에서 어떤 화학적 작동방식을 일궈내는지를 비교 분석하고 있다. 그 대조표에 드러나는 스물다섯 조각의 항목들이 최종적으로 그려내는 양국 권력 심장부의 몽타주는, 그간 우리의 막연한 이해나 짐작의 허와 실을 객관적으로 확인해보는 기회를 줄 것이다.

스물다섯 편의 보고서가 그려낸, 양국 권력에 대한 몽타주
청와대와 백악관이 무엇이 어떻게 다른지를 드러내주는 에피소드가 하나 있다. 이 책의 1부 <위민관 vs 웨스트 윙> 편은 노무현 전 대통령이 청와대 본관 내부구조를 바꾸라고 지시했다는 일화를 소개한다. 당시 그의 속내는 무엇이었을까.

“노 대통령은 과거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모두 ‘대통령은 외롭다. 구중궁궐에서 혼자 지낸다’는 말을 많이 해서 그에 대한 두려움이 컸다고 한다. 또 그가 청와대에 입성(2003년 2월)할 무렵 미국 드라마인 <웨스트 윙>이 국내에 방영됐다. 노 대통령은 이 드라마를 좋아해 꼭 녹화를 해서 부인 권양숙 씨와 함께 봤다. 노 대통령은 여기 나오는 백악관 풍경처럼 참모들과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격의 없이 회의를 하고 싶어했다. 청와대 본관의 내부구조를 바꾸라는 지시도 이런 배경에서 나온 것이었다.” (이 책, 24쪽)

<웨스트 윙> 드라마를 본 사람들은 더욱 실감이 나는 이야기이겠지만, 현실에서도 백악관에선 가끔 대통령이 참모들을 불러 피자를 시켜 먹으며 회의를 열곤 한다. 그렇다면 ‘넥타이를 풀어헤치고 싶어했던’ 노무현 대통령의 의지는 어떤 결실을 맺었을까? 결국 청와대 본관의 구조는 그의 뜻대로 바뀌지 않았다. 하지만 청와대 본관 가까이에 여민(與民)관’(이명박 정부는 이를 ‘위민관’으로 개명했다)이라는 비서동을 하나 더 신축했으니 결국 그 뜻이 어느 정도는 반영된 셈이다. 물론 저자의 말처럼 “대통령과 국민, 대통령과 참모의 거리를 좁히는 문제는 여전히 청와대의 숙제로 남아 있다.”
이에 반해 백악관은 어떠한가. 저자는 다음의 사례를 들며 “청와대에서 이런 광경을 보는 것은 거의 불가능하다”라며 아쉬워한다.

리처드 닉슨부터 빌 클린턴까지 30여 년간 백악관 보좌관으로 대통령을 지켜봤던 데이비드 거겐 하버드대 케네디스쿨 교수는 저서 『권력의 증인』에서, 보좌관 초년병 시절 대통령을 직접 만났을 때의 강렬한 인상을 이렇게 적고 있다. 1970년대 초, 백악관 말단 보좌관이던 그는 연설원고를 전하러 밤늦게 백악관 볼링장으로 닉슨을 찾아갔다. “대통령은 (놀랍게도) 혼자서 볼링을 치고 있었다. 닉슨은 잠시 동안이지만 권력의 올가미를 벗어던진 듯했다. (…) 나는 그날 밤 그에게 매료됐다.”(이 책, 22쪽)

극적으로 대비되는 둘의 차이점을 들자면, 양국의 정권 이양기의 모습이 대표적이다. 우리에겐 전임 정권에 대한 강도 높은 수사가 거의 매번 이뤄졌고 시민들도 이를 익숙히 받아들이는 경향이 크지만, 미국의 경우는 우리와 같은 ‘정치보복’ 사례를 찾아볼 수 없다는 것이다. 이 책에 소개된 버락 오바마의 결단은 우리에게 시사해주는 바가 크다. 전임 조지 부시 정부가 CIA의 잔혹한 고문을 용인했다는 내용의 공개 여부를 놓고, 현 대통령 버락 오바마는 고심 끝에 다음과 같이 결정 내린다.

메모를 공개하기 전날 밤, 백악관에선 오바마 대통령을 비롯해 정권의 핵심 인사들이 모두 모여 격론을 벌였다. 리언 파네타 CIA 국장을 비롯한 전·현직 CIA 국장 5명은 메모 공개를 반대했다. 에릭 홀더 법무부장관과 데니스 블레어 국가정보국(NI) 국장은 공개와 진상조사를 주장했다. 로버트 게이츠 국방부장관과 마이크 뮬런 합참의장은 공개는 하되 관련자를 처벌하지 말자는 의견을 냈다. 오바마는 메모의 공개를 결정했다. 그러나 처벌엔 반대했다. 그는 “이것은 반성(reflection)을 위한 것이지, 보복(retribution)을 위한 게 아니다”라고 강조했다.(이 책, 265쪽)

“지금은 보복하는 것이 아니라 반성해야 할 때(time for reflection not retribution)”라는 표현은, 저자가 뒤이어 소개하는 노무현 전 대통령 서거 소식에 겹쳐져 묘한 감정을 불러일으킨다. 한 기업인의 해외비자금을 조사하면서 전임 대통령의 측근이 걸리자 저인망 수사를 펼치며 전임 대통령의 정치적 재개를 짓누르려고 했던 ‘정치보복’의 사례는, 동시대 미국의 사례와 비교하여 그 이질감이 두드러진다.
현장 기자로서 여러 특종을 냈던 저자의 경험담을 보면서, 독자들은 청와대와 백악관이 서로 다르지만 비슷한 코드를 공유하는 양태가 양국간의 현재 관계에 미치는 영향을 감지할 수 있을 것이다. 물론 양국의 오래된 정치적 습속의 차이는 갈등을 블러 일으키기도 하는데, 저자는 이런 의외의 마찰들도 빠짐없이 이 책에 기록해두었다.

한 정치 전문기자의 권력 핵심부 취재, 그 10년의 기록
저자는 김대중 대통령 시절에 3년간 청와대 출입기자, 또한 2003년부터 3년간 워싱턴 특파원으로 근무하면서 양국 정상을 가까이서 지켜본 정치 전문기자다. 특히 조지 부시와 앨 고어가 맞붙은 2000년 대선의 예비선거 과정과 2004년 대선의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민주당과 공화당의 전당대회를 직접 현장 취재하면서 쌓인 백악관 취재 경험이 이 책을 쓰는 데 많은 참고가 되었다고 말한다. 저자는 이 책에서 그동안 만나온 대통령, 대통령 후보, 그 측근들의 생생한 목소리들을 들려주며 독자들이 그 비화 속에 숨어 있는 맥을 짚을 수 있도록 짜임새 있게 이야기를 풀어나간다. 그의 스물다섯 편의 보고서가 그려낸, 양국 권력에 대한 몽타주는 결국 민주주의라는 제도 자체를 이해하는 데에 하나의 단서를 제공하는 셈이다.

“한국과 미국에서 역동적으로 사회가 발전한 시기는 대통령제가 힘을 발휘했을 때다. 사람들이 대통령과 그를 보좌하는 중추로서의 대통령실에 좀더 관심을 갖고 정확히 이해하는 데 이 책이 도움을 줬으면 하는 바람이다.” ― 「머리말」에서



저자소개

박찬수: 1964년 서울 마포에서 태어나 양정고등학교와 서울대 정치학과를 졸업했다. 1989년 3월 한겨레신문사에 입사했다. 김대중 대통령 시절인 2000년 10월부터 2002년 3월까지 청와대를 출입했는데, 이때의 취재노트가 『청와대 vs 백악관』을 집필하는 바탕이 됐다. 2003년 7월부터 2006년 6월까지 3년간 워싱턴 특파원으로 근무하면서 미국 정치를 현장에서 지켜본 경험도 큰 도움을 줬다. 조지 부시와 앨 고어가 맞붙은 2000년 대선의 예비선거 과정을 미시간주립대 객원연구원으로 지켜봤고, 2004년 대선 때엔 아이오와 코커스와 뉴햄프셔 프라이머리, 민주당과 공화당의 전당대회를 직접 현장 취재했다. 논설위원을 거쳐 2009년 7월 현재 한겨레신문 편집국 부국장으로 재직중이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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