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살인의 역사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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도서명 : 살인의 역사  중세에서 현대까지 살인으로 본 유럽의 풍경
저자명 : 피테르 스피렌부르그
서지사항 : 역사|404쪽|신국판|2011년 6월 16일
가 격 : 20,000 원


도서소개

역사와 범죄의 접점에서 사회의 이면을 탐색하다

지존파, 막가파, 유영철, 강호순 같은 악명 높은 살인범들은 그 당시 사회를 공포에 떨게 만들었다. 언론은 그런 사건을 대서특필하고 살인범들의 모든 것을 파헤친다. 전문가들은 그들이 어째서 살인을 저질렀는지 그럴듯하게 설명한다. 사람들은 그들의 범죄에 몸서리치고, 사회가 도덕적으로 타락했다며 한탄한다. 오늘날 살인은 사람들의 이목을 집중시키는 핫이슈이다. 사람들은 살인을 불온시하면서도 살인이라는 이슈에는 뜨겁게 반응한다. 살인범들은 어째서 살인을 저지를까? 살인은 점점 늘고 있는 것일까? 그렇다면 그 이유는 무엇일까? 살인의 증가는 도덕성의 약화를 의미할까? 살인은 시대와 사회에 따라 다르게 나타날까? 등등 살인을 둘러싼 많은 의문이 제기된다. 이 책은 이런 질문에 답하면서 7세기에 걸친 살인의 변천을 면밀히 추적하고 있다.
이 책의 저자 피테르 스피렌부르그는 살인이 그 시대 사람들의 가치관과 문화, 계급 구조를 여실히 보여주는 사회적 현상이라고 말한다. 그에 따라 저자는 역사의 흐름과 시대적 분위기에 따라 살인의 종류와 성격, 원인과 결과, 또 살인을 받아들이는 대중의 태도가 어떻게 변해왔는지를 분석한다.

중세의 빈번한 살인과 안전한 현대: 살인에 대한 오해와 진실
살인은 과거에 더 많았을까 현재에 더 많을까? 날마다 흉악 범죄가 보도되는 것을 보면 현재가 더 많지 않을까? 그러나 범죄가 판을 치는 현대 도시의 이미지에도 불구하고 현대는 매우 안전한 시기이다. 저자는 이 책에서 살인율의 장기적인 하락을 보여준다. 1300년대 인구 10만 명당 35명에 달했던 살인 피해자의 수는 현대에 와서는 10만 명당 1~2명으로 줄어들었다. 중세 유럽의 일부 지역은 10만 명당 100건이 넘는 살인이 발생하기도 했다. 살인 외에 다른 전반적인 폭력의 빈도도 현대가 훨씬 낮다. 살인율은 중세 이후 꾸준히 감소돼왔다. 다만 20세기 후반에 들어서 도시 지역으로 중심으로 살인이 증가하고 있는 추세이다. 살인율의 장기적인 변화 추이는 다음 그래프와 같다.

중세 시대 사람들에게 싸움은 생활의 일부였다. 그 시대 사람들은 사소한 언쟁을 싸움으로 옮기는 일이 흔했고, 국가의 경찰력과 사법권이 강하지 않았던 시기에 개인 간에 싸움으로 분쟁을 푸는 것은 정당한 일이었다. 모욕당했다고 생각한 사람은 모욕을 준 사람을 공격해야만 모욕을 씻을 수 있었고, 그런 행동은 남자답고 명예로운 것이라 여겨졌다.
시골 지역이 도시 지역보다 더 평화로우리란 것도 대표적인 오해이다. 살인율의 감소는 공권력의 강화와 관계가 깊다. 시골은 공권력의 통제가 도시보다 약하고 전통적으로 분쟁을 사적으로 해결하려는 경향이 강했다. 그래서 시골에서 오히려 더 많은 살인이 발생하곤 했다. 도시 지역의 살인이 두드러지기 시작한 것은 극히 최근의 일이다.

‘명예’의 결정적 역할
살인의 장기적인 변화를 조사할 때 가장 중요한 것은 명예에 대한 관념의 변화다. 저자에 따르면 명예는 유럽의 거의 모든 살인 사건과 관련이 있다. 전통적으로 남성의 명예는 육체적 용기와 용맹, 폭력적인 성향에 달려 있었다. 남성은 자신이나 가족의 명예가 손상됐을 때 폭력으로 되갚아야 명예를 되찾을 수 있었다. 특히 개인보다 가문이 중요시된 중세에는 가문 간의 복수극이 자주 벌어졌다. 저자가 예로 드는 『로미오와 줄리엣』 의 이야기에서 로미오가 친구 머큐쇼의 원수를 갚기 위해 줄리엣의 사촌인 티볼트를 죽인 것처럼 중세의 남성들은 적대 가문의 일원을 살해했다. 피의 복수는 정당하고 당연한 권리였으며, 국가기관도 이를 묵인했다.
살인이 개인들 간의 사적인 분쟁으로 여겨졌던 만큼 그 해결 방식도 개인적이었다. 거듭되는 복수극을 그만두기 위해서 당사자들은 한데 모여 화해 의식을 치렀고, 그러면 사법적 처벌도 받지 않았다. 살인이 심각한 범죄로 간주돼 처벌받는 것은 국가의 중앙집권화가 완성되고 사법 제도가 정비되면서부터다.
살인이 불법화의 과정을 밟으면서 명예의 개념도 변화했다. 신체와 결부되어 있던 명예는 점차 내면의 미덕으로 개념이 바뀌었다. 육체적인 힘을 과시하지 않아도 명예를 지킬 수 있게 됐다. 그에 따라 싸움을 거절하는 것도 비겁한 행동이 아닌 사리분별 있는 행동으로 여겨졌다. 저자는 이런 ‘명예의 내면화’ 과정이 살인의 장기적 감소와 함께 이루어졌다고 말한다. 그렇지만 19세기 부르주아 계층 사이에서 유행한 결투처럼 명예의 내면화에 역행하는 움직임도 있었으며, 최근 현대 도시에서는 전통적인 명예 관념이 부활하여 살인이 증가하고 있다.

폭력의 경우는 달랐다. 상대에게 자극을 받아 살해를 저지른 자에게 신체적 처벌을 내리는 것은 명예로운 사람을 무자비하게 처벌하는 것으로 여겨졌다. 중세 시대에 폭력을 줄이는 주된 방법은 한 번의 살인이 그다음의 살인으로 이어지는 것을 막는 일이었다. 이에 당국은 개인적인 화해와 평화 협상을 적극 장려했다. 대중과 정부가 이런 식으로 살인을 묵인한 결과, 기만적인 살인을 제외하고는 살인이라는 범죄가 오랫동안 범죄의 중심부에서 벗어나는 예기치 않은 상황이 발생했다. (…)
현대 사회는 폭력에 민감하다. 사람을 고의로 죽이거나 신체를 끔찍하게 학대하는 것은 극악무도한 죄로 여겨진다. 살인의 불법화는 이러한 인식 변화의 시작점에 있다. 감성이 변하여 뿌리 내리기까지는 오랜 시간이 걸린다. 싸움을 명예로운 것으로 보고 싸움에 따른 치명적인 결과도 용납하던 과거의 흔적은 18세기까지 이어졌다. 근대 초기는 폭력에 대한 공식적인 태도와 일반 대중의 태도의 차이가 더욱 벌어지는 시기라고 특징지을 수 있다.
-101쪽

살인의 과거와 미래를 만나다
저자는 여러 문화에 걸쳐서 방대한 자료를 끌어 모아 살인의 다양한 양상을 살핀다. 중세 시대의 복수극과 살인의 불법화 과정, 근대 초기 남성 간 결투와 사회 분화, 여성이 연루된 살인과 강간에 대한 인식 변화, 영아 살해와 정신병자의 살인을 바라보는 시선의 변화, 1800년대 이후 일어난 살인의 주변화와 치정 살인, 연쇄 살인, 암흑가의 등장 등을 설명한다. 저자는 실증적 연구를 통해 살인에 대한 오해와 미신을 벗겨내고, 한 시기의 살인을 당시의 사회상과 연결시킨다. 그리고 마지막에는 몇 세기에 걸친 흐름을 역행하면서 살인 사건이 증가하게 된 최근의 현상에 초점을 맞추며, 이러한 동향이 일시적일지 아니면 꾸준히 지속될 것인지 질문하고 있다.

중세 이후 살인은 장기적으로 감소해왔지만 최근에 이런 경향이 뒤집어졌다. 도시를 중심으로 살인율이 증가하고 있는 것이다. 또한 대중들의 살인에 대한 극도의 불안감 역시 두드러진 현대의 현상이다. 폭력을 삶의 일부로 받아들인 중세인들과 달리 현대인들은 폭력에 매우 민감하게 반응한다. 우리는 테러와 각종 폭력 행위, 특히 아동 성폭행에 대한 대중의 강렬한 분노에서 확인할 수 있다. 저자는 이를 개인의 안전을 중시하는 포스트모던의 사고방식과 연결시키며, 살인율이 증가하는 이유로는 세계화와 지역주의의 대두로 인한 민족국가의 상대적인 약화를 든다. 또한 국가의 행정력이 사라진 도시의 슬럼 지역에서 육체적 힘에 의존하는 전통적인 명예 관념이 부활하면서 폭력이 증가하고 있다.
이 책에서 저자는 다양한 사료와 문학과 심리학, 정치, 사회학, 문화 전반에 대한 증거를 바탕으로 살인의 양상이 변화하게 된 원인과 정황을 논리정연하게 전달한다. 사회 제도는 늘 사회 구성원의 심리와 문화와 상호작용하며 함께 변화한다. 독자들은 이 책에서 개인적인 문제로 여겨졌던 살인이 국가가 관리해야 할 사회의 문제로 변해가는 과정을 보면서, 유럽이 봉건 사회에서 근대 사회로, 나아가 포스트모던 사회로 변해가는 역사적 흐름을 파악할 수 있을 것이다.



저자소개

지은이 피테르 스피렌부르그: 1948년 네덜란드 하를렘 태생의 역사학자. 네덜란드 로테르담 에라스무스 대학의 역사범죄학 교수이며 캘리포니아 대학 버클리 캠퍼스에서 방문 교수를 보냈다. 스피렌부르그는 사형과 교도소, 폭력, 근대 초기의 유럽 문화에 대한 글을 발표한 바 있다.

옮긴이 홍선영: 고려대학교 영어영문학과를 졸업하고 현재 펍헙 번역그룹에서 전문 번역가로 활동하고 있다. 옮긴 책으로는 『지식, 철학의 법정에 서다』 『몸, 욕망을 말하다』가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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